잊지 않기 위한 기록
일요일 밤인데 회사다. 일하러 왔다기보단 내일 회의때 무슨 내용을 말해야 할까 모르겠어서 한참을 앉아있다. 커뮤니티를 뒤적거리고 웹툰을 보고, 브런치와 퍼블리를 보다가 다시금 정리한다. 그래도 답이 안 나온다.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썼던 마케팅은 수포가 되어 초기화됐다. 짜증과 스트레스에 심장이 쿵쾅거릴 정도다.
회사에서 마케팅이라는 직무를 맡고 있다. 그런데 그 대단한 커리어 글을 쓰는 분들에 비해선 너무 초라하다. 계속 스스로를 비하한다. 돈도 없고, 실력도 없는 내가 마케팅이라는 업무를 맡아 뭔가 이것저것 진행한다. 참 웃기다. 어느 때는 대표도 시간이 없어 내게 맡긴 거지, 내 실력을 인정해주지 않고 있겠다는 자괴감이 들기도 한다.
만나는 사람마다 마케팅이 중요하다 말한다. 일주일에 세 번은 듣는다. 모르는 건 아니지만, 젠장 잘 모르는 분야인 이 회사에 와서 마케팅을 잘 할 정도면 프리랜서를 하지 않았을까? 아니면 다분야에서 마케팅을 잘하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사실 업계지식 따위는 엄청나게 중요한 분야 따위가 아니었던 걸까? 그렇게 생각하면 더 초라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카페에서 책을 읽었다. 배민이 일하는 법, 컬리가 어쩌구, 토스가 어쩌구. 이 사람들은 무슨 생각과 태도로 일을 할까. 우리 회사랑 꽤 비슷한 거 같다. 그런데 왜 나는 못할까. 왜 우리는 고객 반응이 미친 듯이 없을까.
그래서 답답해서 내일 회의때 말할 걸 찾는 게 아니라 미친 듯이 책만 읽었다. 대여섯시간 동안 그들이 일하는 법, 말하는 법, 가진 마인드들을 읽었다.
그래도 답을 모르겠다. 책 내용중에 매일매일 일하는 기록을 적으라 한 내용이 기억났다. 매일의 기록을 적으면 자부심도 들고, 남들도 알아준다고 했다.
8개월동안 일하면서 많이 익히고, 업계 지식도 습득했다. 스스로 블로그나 커뮤니티에 글을 쓰면서 랜딩페이지로 유도하기도 한다. 반응이 꽤 좋을 떄도 있다. 물론 탑급에 비해서는 아직도 멀었지만 그래도 어쩌곘는가. 나는 대단한 사람이 아닌데, 늘 적어왔던 것처럼 어제의 나보다는 잘하는 걸로 자위해야 될 거다.
그래서 매일매일 어떻게 보내왔는지 적어야겠다. 그래야 내가 살 거 같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