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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30대생존기

괴물 신입 마케터의 업무 6개월 차 회고록

어려운 마케팅

by 파타과니아


위 글은 사실 AI로 만든 장난이고요, 독자분들의 시간을 빼앗아 죄송합니다. 그래도 궁금하면 읽어보시길.


문득 스스로 고민할 시간을 가져봐야 할 거 같아 기록합니다.


1. 마케터는 PM이다

가끔 마케터의 정의는 뭐냐, 마케터의 역할은 뭐냐 이런 주제에 갑론을박이 있는데 저는 인하우스 마케터라면 IT업계에서 말하는 PM과 비슷하다고 생각합니다.


PM은 흔히 Product Manager라 하고, 만들어진 프로덕트(서비스)를 운영하고 관리하고 부흥시키는 사람이겠죠.


재작년 온갖 잡부인 마케터 직무를 하면서, 운전, B2B영업, B2C영업, 콜영업, 대면미팅, 매체 광고 등을 하면서 미세먼지만한 프로덕트를 부흥시키려고 온갖 일을 했죠. 회사를 나오고 이 경험이 대체 뭘까 하다가 PM이라는 직무가 있다는 걸 발견했습니다. 했던 일이 PM이구나 싶었죠. 소재나 수치 등에 엄청 민감한 건 아니지만, 전반적인 걸 많이 보려 하고 쌓은 잡다한 지식과 경험들이 비슷하다 생각했습니다.


물론 이 직무도 진짜 꽤 규모 있는 기업의 PM으로 가면 어마어마한 분들이 많습니다. 그 발끝이라도 닿고 싶었죠. 실제로 마케팅에서 PM으로 가거나, PM에서 마케팅으로 가는 등 스위칭하는 분들도 많은 걸로 알고 있습니다.


아무튼. 저는 IT기업의 PM은 아니지만, 한 브랜드의 PM을 맡는다는 기분으로 일하고 있습니다. 단순 매출이나 단순 전환율이 아닌 이미지나 다른 부분들도 많이 고려하면서 계속해서 더 큰 부분을 보려 하고 있습니다.

(저번 회사에서는 자꾸 좁게만 본다고 이야기 들었는데, 대체 그때 사수는 얼마나 큰 그림을 그리고 있었을지 궁금하네요 문득)


2. 개나 소나 마케터

그럼에도 약간 애매합니다. 온갖 후킹쟁이 마케터들도 마케터고, 코카콜라 마케터도 마케터죠. 애플의 마케터도 연봉 2500짜리 마케터랑 직업을 공유합니다. 뭐 이것도 어떻게 보면 동네 건축사무소랑, 프랭크 게리 이런 건축가도 묶여 '건축가'고 요지 야마모토와 드리스 반노튼도 동대문 디자이너와 같은 '디자이너'죠.


저는 그래서 늘 직업의 이름 자체보다는, 스스로의 이름이 높아지는 걸 원했습니다. 직업으로 치환하면 대체할 사람이 많지만, 사람의 이름만큼은 치환할 수 없거든요.


그래서 요즘 좀 웃음이 많아졌습니다. 마케팅 대행사라는 직업과 직무는 같으면서 온갖 멋있는 말로 '포지셔닝'해서 다가가는 걸 관찰할 때마다 그분들의 작명실력에 감탄하거든요.


'마케팅 스나이퍼' '그로스 파트너' '그로스 헌터' '마케팅 청부살인업자' '마케팅 다이너마이트' 등...


저는 나중에 만약 무언가 한다면 '마케팅 차르봄바'쯤으로 하면 어떨까 생각 중입니다. (리틀보이, 팻보이는 좀 그러니까요)


3. 어디에서나 통하는 마케팅?

현 직장에서는 그럭저럭 하고 있긴 하지만 '다른 곳에서도 지금 하는 게 통할까?'는 늘 의문입니다. 왜냐하면 하는 직무의 결은 비슷해도 상세 업무는 다 다르거든요. 제가 농구를 잘한다고 해서 같은 공놀이인 축구를 잘하지는 않잖아요.


하지만 대부분은 본질이 있으면 통한다고 합니다. 이 부분이 늘 의문이고, 지금까지 만난 시니어들은 보통 맞다고들 합니다. 아직 스스로에게 자신이 없는 걸 보면, 본질이 부족하다는 생각은 하게 됩니다.


4. 커리어의 종착역

위에서 적었듯 온갖 화려한 커리어의 마케터도 마케터고, 플레이스만, 블로그만 잘하는 마케터도 마케터라고 스스로를 부릅니다(누구는 인정 안 하겠지만). 그리고 그들 각자 자기 풀칠은 하고 삽니다.


저는 각자 풀칠은 하고 살면 마케터든 터케마든 포켓몬이든 뭐라고 불러도 상관없다고 생각하지만, 그들 사이에서는 또 자기들만의 기싸움이 있는 거 같습니다.


그러다 문득 의문이 들었습니다. 이런 뭐든 맞겠지 하는 상대주의가 내 성장을 가로막고 있다는 걸요.


뭐든지 맞다고 하는 생각은 뭐든지 답이라고 여기게 합니다. 목표를 없게 합니다.


사업해야겠다고 결심한 사람이라면 독립이 목표일 거고, 목표를 역설계하면서 (좋든 나쁘든) 스텝을 밟아나갈 겁니다.


조직장이 목표인 사람이라면 또 그에 맞는 스텝을 밟습니다.


하지만 저는 목표가 없습니다. 막연히 '내 거 해야지'는 20살도 40살도 60살도 하는 생각입니다. 개소리라는 거죠. 조금 더 구체적인 무언가가 한 두 개 더 있긴 하지만 실현 가능할까? 늘 의문입니다.


올해 목표는 커리어로 이루고 싶은 목표, 평생 할 수 있는 하고 싶은 일을 찾자로 정해야겠습니다.


5. 어려운 AB테스트

현대 많은 직무는 디지털화됐고, 이에 측정과 추적이 가능합니다. 이에 일을 실험처럼 여기며 원인과 결과를 명확히 밝혀낼 수 있겠다는 사상이 생겼습니다. 하지만 반대로 모든 게 디지털화되고 엮인다는 건, 그 측정과 추적이 정확할 수 없다는 겁니다.


저희도 그걸 늘 염두에 두고 있지만, 그럼에도 정확하지 않음에 조급함과 짜증이 나곤 합니다.


이번에도 연휴가 있어 광고와 홈페이지 세팅 등을 꽤 오랜 시간 고민했지만 결국 틀렸습니다.


'쉬는 날이 중간에 끼는 날에는 이랬고, 복귀 후에 이틀만 일하면 사람들이 휴일이니 또 해이해져 어떻게 하겠지? 그때맞춰 예산과 메시지를..' 이랬는데 틀렸습니다.


지난 뒤에 생각해 보면 대충 짐작은 가지만, 왜 그때는 그걸 생각 못했을까요?


아직까지 재밌는 부분입니다.


6. 혹시 정답이 있나

많은 사람들이 하나만 하면 될 거라고 말합니다. 혹은 생각하는 듯 보입니다. 저는 꽤 오래전부터 1번의 마인드로 온갖 요소들을 고려하는 마인드였어서, 면접을 볼 때면 '요즘 마케팅 트렌드는 뭐냐' '요즘 좋은 마케팅 없냐' 이런 질문에 '00가 있긴 하지만 당장 할 수는 없을 거 같고, 일단 기존에 하던 것부터 개선하면서 하겠다'라고 답했습니다. 막말로 몇조짜리 기업도 구글애즈와, 네이버광고, 메타 광고를 메인으로 하는데 대체 뭘 원하는 건지 모르겠습니다.


저희 회사도 강력한 미디어 채널이 있고, 그로 인해 쌓은 영향력이 50%는 된다고 보지만 그 외에 50%는 또 개선하고, 쌓고, 기존 미디어도 업로드하고 해야 합니다.


한 번쯤 궁금하긴 합니다. 정말 블로그만으로 토스 같은 곳을 만들 수 있나요? 카카오, 네이버, 무신사, 컬리 같은 곳의 이미지와 명성이 정말 하나의 채널과 전략만으로 된 건가요? 잘은 모르지만 아니라고 장담합니다.


물론 작은 사업체는 그럴 수 있겠지만, 이왕이면 더 큰 물에서 놀고 싶습니다. 그런 점에서 저도 4번의 커리어에 대한 논의처럼, 진짜 마케터와 가짜 마케터를 가르는 꼰대가 되어가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왜냐면 필승 전략이 있다면 그건 언젠가 퍼질 테고 투자에서의 트레이딩 전략처럼 그 우위를 잃을 텐데, 대체 그걸 누가 공개할 것이며 그런 게 있다면 그걸 한 사람이나 한 그룹이 알아내는 게 가능한지 늘 의문입니다.


7. 책책책을 읽읍시다

마케팅, 브랜딩을 배우기 위해 책을 꽤 많이 읽었습니다. 그리고 장담하건대, 이 글을 읽는 독자분들보다 몇 배 몇십 배는 읽었을 겁니다. 저는 책을 꽤 자주, 오래, 많이 읽습니다. 저번 연휴도 이틀은 하루 종일 책을 읽으며 보냈습니다.


신기한 게 다 읽었고 이해했다고 생각했던 책도, 한 두 달 정도 업무를 거친 후 다시 보면 다른 게 보입니다. 새 업무나 산업을 고민해야겠다고 생각하면 또 다른 책들이 생깁니다. 이렇게 한 분야를 집중 탐독하며 지식의 체계를 쌓는 건 제게 큰 즐거움입니다. 게다가 업무와 결합하며 생기는 지혜까지. 꽤 재미있습니다.


8. 은둔고수가 많다

SNS에는 말 많은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리고 감히 단언하자면 저는 말 많은 사람의 90%는 가짜라고 생각합니다. 진짜들은 일하고 현장에 있느라 바쁩니다. 이건 정말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일 겁니다. IT든 인테리어든 디자인이든 어디든.


제가 팔로우하는 SNS 계정들은 레퍼런스가 아니면, 몇백 몇십의 팔로워지만 강한 인사이트를 나눠주시는 분들입니다. 저는 그분들이 팔로워 몇 만의 가짜들보다 훨씬 바쁘게 살고 훨씬 많은 일을 해내며 인생을 살아나가고 있다고 믿습니다.


가짜들에게 눈이 자꾸 간다면, 저는 이 말을 되새깁니다.

"가짜들일수록 온라인에서 활동하고, 진짜들일수록 오프라인에서 만난다"


오프라인의 힘을 믿는 건, 굳이 시간과 장소와 얼굴을 공개해 오프라인에 나선다는 건 그만한 용기와 실력과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아 물론 저도 할 일이 없을 때는 온라인에서 많이 글을 썼습니다.


9. 맥락과 합의의 싸움

어디 대기업에서 글로벌 컨설팅을 받고 진행한 사업이 안 좋게 끝난 사례가 있습니다. 두 기업 다 최고의 전문가들이 모였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경쟁사도 최고의 인재들이 고민했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최상의 전략이란 없고, 야생은 끊임없는 변화와 대응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그러다 보면 문득, 내가 남의 전략을 알 수 없을 텐데, 대체 이 변화와 대응은 어떻게 짜는 거지? 의문이 듭니다.


쟤가 가위 낼 거 같아 나는 바위를 준비했는데 알고 보니 쟤는 하나 빼기 일이라고 생각해 사실 '가위' '보'를 준비하고 나를 속이는 걸 수도 있잖아요?


그런 점에서 결국 일이란 맥락과 합의, 설득이 꽤 중요하지 않나 싶습니다.


브랜드와 고객이 서로의 수준을 시험하는 투쟁을 하는 것처럼, 우리 회사원들도 내가 일을 한다는 투쟁을 회사와 끊임없이 하고 있는 게 아닐까요. 진짜 일을 하는 게 아니라요.


내가 잘했다고 생각하는 일도, 사실 더 좋은 방법이 있었고, 나는 최상이 아닌 적당한 방법을 하고 말았던 게 아닐까요? 일을 잘한다는 건 대체 뭘까요?


6번의 면접에서 '여러 요소를 고려해 최상의 결과를 내겠다'가 아닌 '요즘 이게 유행인데 이걸로 하시죠' 그렇게 해야 했던 걸까요. 확신과 설득을 줘야 했던 걸까요. 그게 정답이 아님은 너도 알고 나도 아는데요. 이렇게 생각하면 우리가 하는 일은 '일'이 아니라 일이 잘 되고 있다고 믿게끔 만드는 '토템'이나 민속신앙이지 않나 회의감도 듭니다.


10. 결론

마지막에 약간 상대주의로 빠졌습니다. 성질이 이런 탓일 겁니다.


그렇지만 의식적으로 변해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목표를 정하고, 정답을 정해 그게 맞다고 정하고 움직일 때도 필요하다고 생각했습니다.

나만의 정답(기준)과 목표를 정해 달려야 할 때라는 생각이 드는 하루였습니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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