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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Sep 04. 2024

우울할 땐 뇌과학, 앨릭스 코브

인간의 뇌는 우울증에 취약하다.


이 책은 신경(뇌)가소성은 학습, 장애 등을 통해 뇌가 물리적으로 변하는 것을 다루고 있다. 인간이 마음을 먹기에 따라 육체(뇌)가 변하는 것은 매우 흥미로운 현상이다. 


책의 제목대로 우울증 환자를 독자로 염두에 두고 작성했지만 우울증을 겪지 않는 일반인에게 오히려 좋은 책이라고 생각한다. 우울증에 본래 취약한 인간 뇌*에 대한 예방의학적 측면에서도 그렇지만, 나쁜 습관과 손쉬운 중독에 빠지기 쉬운 현대를 살아가는 이들에게 치료제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습관에 대한 과학적 접근법을 통해 일상을 바꿀 수 있는 계기가 되기 때문이다.


*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려면 부정적인 말 한마디를 들으면 긍정적인 말 3마디 이상이 필요하다.


한편, 철학적 관점에서는 마음이 결국 뇌의 활동이라는 유물론적 사고로 도출될 수도 있다. 하지만 그렇게 저자의 논조는 그렇게 비정하지 않고 오히려 따뜻하다.


질 좋은 수면, 명상, 요가 등 운동, 긍정적인 마음가짐은 비단 신경과학에서 시작된 것이 아니다. 기존의 자기 계발서, 주변 어른들의 말, 종교, 교훈과 속담과 상당 부분 일치한다. 인간의 경험적(귀납적) 추론이 타당함을 신경과학이 입증한 셈이다. 즉, 긍정적이고 감사하는 사람은 실제로 도파민과 세로토닌을 자극하여 말 그대로 뇌의 구조를 바꾼다. 그리고 <시크릿>과 같은 자기 확언을 강조한 자기 계발서는 원인은 다르지만('온 우주의 기운'이 아니라 뇌의 신경호르몬의 변화로) 독자들에게 일부 긍정적 효과를 준 사실이 있는 것 같다(굳이 읽기를 권하고 싶진 않다).


문득, 리뷰를 마치며 페리클레스를 시기한 사람들을 일갈한 제논의 말이 떠오른다. 



당신들도 명성을 얻고자 고상한 생각을 하면서 살다 보면,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그에 따른 열정과 버릇을 때맞추어 갖게 될 것이오. <플루타르코스 영웅전>, 페리클레스 편

생각한 대로 살아가게 되는 것은 무서운 일이다. 따라서 우리에겐 좋은 마음가짐과 생각이 필요하다. 





인상 깊은 구절



나는 우울증에 걸렸을까? 다음 증상 중 다섯 가지 이상을 2주 동안 거의 매일 겪었다면 주요우울장애MDD, Major Depressive Disorder일 가능성이 있다(하지만 정확한 진단은 정신 건강 전문가만이 내릴 수 있다). 다섯 가지 이하에 해당한다면 경미한 우울을 느꼈을 것이다. 어쨌든 이 책에서 제시하는 상승나선은 두 경우 모두에 도움이 된다.


    • 슬프거나 공허하거나 항상 짜증이 난 상태 등 우울한 기분.

    • 모든 또는 거의 모든 활동에 흥미나 즐거움 감소.

    • 상당한 (그리고 의도하지 않은) 체중의 감소 또는 증가, 식욕의 감퇴 또는 상승.

    • 불면증 또는 수면욕구 증가.

    • 다른 사람들이 알아볼 정도로 초조해하거나 느려진 행동.

    • 피로 혹은 기력 상실.

    • 자신이 쓸모없는 존재라는 느낌, 과도하거나 부적절한 죄의식.

    • 생각하거나 집중하거나 결정 내리기가 어려움.

    • 죽음이나 자살에 대한 생각이 반복됨. 



    • 세로토닌 — 의지력, 활동 의욕, 기분을 향상시킨다.

    • 노르에피네프린 — 사고와 집중력, 스트레스 대처 능력을 증강한다.

    • 도파민 — 쾌감을 증가시키고 나쁜 습관을 고치는 데 꼭 필요하다.

    • 옥시토신 — 신뢰감, 사랑, 연대감을 증진하고 불안을 떨어뜨린다.

    • 가바 — 긴장을 풀어주고 불안을 감소시킨다.

    • 멜라토닌 — 수면의 질을 높인다.

    • 엔도르핀 — 고통을 완화하고 고양된 감정을 안겨준다.

    • 엔도카나비노이드 — 식욕을 증진하고 평온함과 안녕감을 증가시킨다.



전전두피질은 피질 중에서도 가장 최근에 진화했으며 다른 어떤 동물보다 인간의 뇌에서 가장 크다. 유난히 큰 전전두피질은 사람들에게 커다란 진화상의 이점을 제공했지만 덤으로 골칫거리도 안겨주었다. 우울한 상태일 때 나타나는 걱정과 죄의식, 수치심, 명료한 사고의 어려움, 우유부단함의 주범이 바로 전전두피질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여기서 일어나는 활동을 바꾸면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고 나쁜 습관을 고치며 의지력도 향상시킬 수 있다. 



걱정과 불안은 엄연히 다르지만 서로 연관된 개념이다. 불안해하지 않으면서도 걱정할 수 있고 걱정하지 않으면서도 불안해할 수 있다.22 걱정은 주로 생각을 기반으로 하는 데 비해 불안은 신체감각(예컨대 복통) 같은 육체적 요소나 관련 행동(상황을 회피하는 것 등)과 더 깊은 관계가 있다. 걱정은 전전두피질이 관장한다. 전전두피질과 변연계의 상호작용, 그중에서도 특히 전방대상피질과의 상호작용도 걱정에 관여한다. 그러나 불안은 오직 변연계가 담당하며 주로 편도체와 해마, 시상하부 사이의 상호작용이 중요하게 관여한다. 한마디로 걱정은 잠재적 문제에 관해 생각하는 것이고 불안은 잠재적 문제를 느끼는 것이다.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집중하라. 미래를 온전히 통제할 수 있다면, 아니 적어도 어느 정도 예상할 수만 있다면 불안해할 일은 없을 것이다.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고 느끼면 불안과 걱정, 심지어 통증까지 감소한다. 이런 효과는 배외측 전전두피질이 매개하는 것이므로 배외측 전전두피질의 활동을 강화하면 상승나선을 만들 수 있다. 이는 자기가 통제할 수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만으로도 가능하다. 그러면 뇌 활동을 조절하고 신속하게 불안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 



아무리 진부하고 감상적으로 들릴지라도 감정을 언어로 옮기는 일은 실제로 뇌 회로를 재배선하고 기분을 나아지게 하는 데 도움을 준다.


  또 하나의 좋은 해법은 현재에 초점을 맞추는 것이다. 걱정과 불안은 자신을 미래에 투사하는 일이므로 현재에 완전히 몰두하면 걱정과 불안은 존재하지 않는 허상이 된다. 그러니 바로 지금 일어나고 있는 일에 주의를 기울이자. 만약 실제로 안전을 위협하는 일이 있다면 그것에 대처하고 그것이 표면 아래에서 부글거리는 불안일 뿐이라면 그 사실을 인지한 뒤 다음으로 넘어가자. 초점을 바로 지금 일어나는 일로 옮기자. 그것이 바로 불교의 승려와 요기yogi 들이 판단하지 않는 알아차림nonjudgmental awareness(감정적 반응을 덧붙이지 않고 현재를 의식하는 일)을 수행하는 이유이다. 이러한 마음챙김 수행은 걱정과 불안의 근원을 제거한다. 



정적인 사건과 부정적인 사건에 비대칭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뇌가 감정을 처리하는 방식에 있다. 부정적인 사건은 내측 전전두피질에서 훨씬 활발한 자기참조 활동(자신과 강하게 관련돼 있다고 여겨지는 자극을 처리하는 활동-옮긴이 주)을 유발하고, 내장감각 감지를 담당하는 섬엽의 활동을 증가시킨다. 그리고 편도체와 해마에서도 감정적인 반응을 이끌어낸다. 이러한 뇌 활동의 변화는 우리가 부정적인 사건을 더 개인적인 일처럼 경험하고, 더 깊이 느낀다는 것을 암시한다.


  이 모든 것이 뜻하는 바는 행복하게 일상을 살아가려면 부정성에 대한 긍정성의 비율Positivity Ratio이 그만큼 높아야 한다는 것이다. 상당량의 연구로 밝혀진 바에 따르면 그 비율은 3 대 1이다. 친구에게 부정적인 평을 하나 들었다면 긍정적인 평을 세 가지는 들어야 하고, 일을 하다가 한 가지 손실을 보았다면 세 번은 이득을 보아야 한다. 물론 모든 사람이 다 똑같지는 않다. 3 대 1의 비율은 평균치일 뿐이다. 어떤 사람은 2 대 1로 충분하지만, 상실과 실망을 더 절절히 느끼는 사람은 긍정성의 비율이 더 높아야 할 것이다. 게다가 자기에게 일어난 긍정적인 일을 뇌가 깡그리 무시해버린다면(우울증일 때는 이런 일이 자주 일어난다) 그 비율은 더욱더 높아야 한다. 



부정 편향은 유전된다


  가계도family tree를 한번 보자. 이 나무에 우울증이나 불안증을 앓은 가지가 많은가? 기분장애는 집안 내력이다. 우울증이 있는 부모를 둔 자녀는 유전, 유년기 초기의 경험, 학습된 행동 등 여러 가지 이유로 우울증에 걸릴 가능성이 더 높다.


  한 연구자 그룹은 우울증이 있는 어머니와 없는 어머니의 청소년 딸을 연구해 부정성 편향의 유전율을 검토했다. 그 결과 어머니가 우울증에 걸린 딸들에게서 부정적인 표정을 알아차리는 편향이 훨씬 뚜렷이 나타났다.46 이 딸들이 의식적으로 부정적인 감정을 알아차리는 것은 결코 아니었다. 그들의 뇌가 감정 정보를 처리하는 방식이 다른 것뿐이었다. 안됐지만, 부정적인 부분에 주의를 더 많이 기울이면 하강나선에 빠질 위험이 커진다. 



낙천성 회로 강화하기


  비관성을 이겨내려면 낙천성을 담당하는 뇌 회로를 튼튼하게 만들면 된다. 첫 번째 단계는 미래에 긍정적인 사건이 일어날 가능성을 그저 상상하는 것이다. 반드시 일어날 거라고 믿을 필요는 없다. 일어날 수 있다는 생각만 하면 된다. 내일 당장 진정한 사랑을 만날 수 있다. 상황이 꼭 최악으로 풀리리라는 법은 없다.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정하면 아래쪽(복측) 전방대상피질이 활성화된다. 중요한 점은 복측 전방대상피질이 편도체 조절을 돕는다는 것이다. 즉 좋은 일이 생길 가능성을 인정하는 것이 뇌의 부정 편향을 통제하는 데 도움이 된다는 말이다.


  두 번째 단계는 좋은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인정만 하는 것이 아니라, 일어날 것이라고 기대하는 것이다. 긍정적인 사건을 기대하는 것은 복측 전방대상피질을 활성화할 뿐 아니라, 편도체 통제를 돕는 전전두 영역까지 활성화한다.



습관은 고치기 어려우니까 습관이라고 하는 것이다. 때로는 너무 깊이 뿌리박혀 있어서 도저히 고칠 수 없을 거라 여겨지는 습관도 있다. 습관을 고치는 첫 단계는 그런 습관이 있다는 것을 알아차리는 것이며, 두 번째 단계는 고칠 수 있다고 믿는 것이다. 습관은 정말로 고칠 수 있다. 치료나 약물이 필요한 경우도 있고, 이 책에 실린 몇 가지 활동을 하는 것만으로 고칠 수 있는 경우도 있다. 그러려먼 먼저 뇌가 어떻게 습관을 만들고 통제하는지부터 알아야 한다. 



사실 오래된 습관은 제거되지 않는다. 그저 더 강력한 새 습관을 들이면 예전 습관이 약해지는 것뿐이다. 게다가 습관이 일단 배측 선조체에 자리 잡으면 그때부터는 쾌락에 관심도 두지 않는다. 물론 처음에 습관이 생기는 이유는 대개 측좌핵이 특정한 행동을 하도록 우리에게 동기를 부여했기 때문이지만, 일단 습관이 생긴 뒤에는 측좌핵이 동기를 부여할 필요가 없어진다.


  이는 중독이 작동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처음에 중독은 측좌핵의 쾌락적인 충동에서 시작된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면서 측좌핵은 더 이상 반응하지 않고 중독은 더 이상 쾌락을 주지 못한다. 하지만 이미 배측 선조체에 깊이 새겨져 있기 때문에 쾌락이 느껴지든 말든 또 한 잔의 술을 마시지 않을 수 없고, 한 개비의 담배를 피우지 않을 수 없게 된다. 도파민의 이러한 변화 때문에 중독은 우울증에 걸릴 위험을 높이고 우울증은 중독될 위험을 높인다. 또 하나의 하강나선이다.


  배측 선조체는 우리가 무엇을 원하는지에 관심이 없다. 그저 이미 닦아놓은 길을 따라가는 일에만 신경 쓴다. 우리 뇌가 어떤 길을 따라가고 있는지 파악하는 것이 변화의 가장 중요한 단계다. 안타깝게도 때로 문제는 나쁜 습관에 있는 것이 아니라 아무것도 하지 않는 데 있다. 



최선의 결정이 아니라 그럭저럭 괜찮은 결정을 내려라. 결정을 내리려 할 때 우리는 각각의 선택에 어떤 결점이 따를지에 초점을 맞춘다. 결정 내리기를 회피하고 싶어지는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우리는 대체로 결정에 확신을 가질 만큼 충분한 정보를 갖고 있지 않다. 세상은 너무 복잡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억하자.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보다는 부분적이라도 맞는 뭔가를 행하는 것이 더 낫다. 그럭저럭 괜찮은 정도가 아니라 최선을 해내려 하면 의사결정 과정에 지나치게 감정적인 복내측 전전두피질을 끌어들이게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그럭저럭 괜찮은 걸로 충분하다고 인식하면 복외측 전전두 영역이 더 활성화되어 자신이 상황을 장악하고 있다는 느낌을 갖는 데 도움이 된다. 



사람은 뇌의 10퍼센트만 사용한다는 말을 누구나 들어봤을 것이다. 얼토당토않은 거짓말이다. 누구나 자신의 뇌를 전부 다 사용한다. 비록 뇌가 너무 많은 양의 무의미한 정보를 처리하고 있을 땐 진짜 중요한 일을 처리할 힘을 빼앗기기는 하지만 말이다. 다행스럽게도 결정 내리기는 뇌의 인지를 재구성하고 가장 중요한 일로 주의를 돌리게 해준다. 구글이 검색한 결과를 중요도에 따라 배열하는 것과 마찬가지다. 중요한 결과가 25페이지에 숨어 있다면 도저히 찾지 못할 테니까.


  어떤 목표를 정하고 결심하면 전전두피질은 뇌의 나머지 부분들이 세계를 인지하는 방식을 바꾼다. 너무 심오한가? 쉽게 말해서 목표를 정해 결심하면 전전두피질이 우리가 눈앞의 세계를 보고 듣고 냄새 맡는 방식을 변화시킨다는 말이다. 뇌의 고위급 처리 과정인 전전두피질의 의사결정은 하위의 감각 처리에 영향을 미친다. 



대개 우리는 좋은 일이 일어날 때 행복하다고 생각한다. 그러나 사실 우리가 가장 큰 행복을 느낄 때는 특정한 목표를 추구하기로 결심하고 그 목표를 달성했을 때다. 


  우울증이 지닌 큰 문제는 단기적으로 볼 때 아무것도 즐겁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에 문제가 생겨 오늘의 행위를 미래의 행복과 연결하지 못하기 때문에 생기는 문제다. 그래서 즉각적으로 즐거움을 주지 않는 행위는 하기 어려워지는 것이다. 



사람들은 대개 학위 취득이나 승진처럼 장기적이고, 의미 있으며, 자신이 성취할 수 있다고 여기는 목표를 이루려 노력할 때 가장 좋은 능력을 발휘한다. 그것은 장기 목표를 마침내 달성했을 때뿐 아니라 성취에 점점 가까이 다가가는 모든 단계에서 도파민이 분비되기 때문이다. 또한 목표를 세우면 전전두피질이 더욱 효율적으로 행동을 조직할 수 있다. 그리고 행복에는 목표를 이루는 것보다 처음에 목표를 세우는 일이 더 중요하다. 


  안타깝게도 우울증에 걸린 사람은 분명하게 정의되지 않은 막연한 목표를 세우는 경향이 있다. 이럴 경우 목표를 진척시키고 성취하기가 아주 어렵다. 예컨대 “아이들과 시간을 더 많이 보낸다”가 막연한 목표라면, “일요일마다 아이들과 보드게임을 한다”는 구체적인 목표다. 목표를 제대로 정의하지 않으면 뇌는 우리가 실제로 그 목표를 이루었는지, 목표를 향해 다가가고 있는지 판단하기 어렵다. 그러면 도파민도 덜 분비될 뿐 아니라 진척 상황을 인지할 수 없어 추진력을 잃을 수 있다. 게다가 자신이 목표를 이룰 수 있다고 믿지 못하면 자포자기의 감정이 점점 깊어진다. 그러므로 성취할 자신이 있는 목표를 최소한 몇 개 세워두는 것이 중요하다. 구체적이고 의미 있으며 이룰 수 있는 장기 목표를 세우는 것은 우울증의 진행 경로를 뒤집는 효과적인 방법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실제로 통제하는지의 여부가 아니라 통제하고 있다는 인식, 곧 통제감이다. 결정을 내린다고 정말 어떤 상황을 더욱 잘 통제하게 되는 것은 아닐지 모르지만 통제감을 높여줄 가능성은 크다. 그리고 통제감이 커지면 자신감이 커지고 기분이 좋아지며 의사결정 능력이 상승한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마비된 듯한 상태에 빠지면 모든 게 우리의 통제를 벗어난 것처럼 느껴진다. 처음부터 거창한 결정을 내릴 필요는 없다. 작게 시작하면 된다. 점심으로 무엇을 먹을지, 무슨 텔레비전 프로그램을 시청할지 선택하라. 삶의 어떤 부분에 단호히 결정을 내리면 다른 부분에 대한 결단력도 커진다는 사실을 보여준 연구가 있다. 한 가지를 선택하고 그것을 행하되 거기에 의문을 달지 마라. 



잠을 잘 못 자는 일은 뇌에도 여러 가지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특히 전전두피질과 해마가 큰 영향을 받는다. 세로토닌계와 도파민계, 노르에피네프린계의 기능에도 변화가 생긴다. 다행히 최근에 이루어진 몇 가지 대규모 연구는 수면의 질과 양을 높이는 일이 가능하며, 그렇게 하면 우울증을 상당히 완화하거나 애초에 우울증을 예방할 수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수면 개선의 핵심은 두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불안과 스트레스를 해결하는 것 그리고 수면 위생을 개선하는 것이다.



잠은 깨어 있는 생활의 다양한 측면을 개선한다. 이를테면 기분을 좋아지게 하고, 스트레스를 줄여주며, 기억력을 강화하고, 통증을 완화한다. 집중력, 명료한 사고, 의사결정에 도움을 준다. 질 좋은 수면은 전반적인 건강에도 이롭다. 잠을 잘 못 자면 체중, 심장, 심지어 면역계에 부정적인 영향이 미친다. 또한 수면장애가 있으면 약물이나 알코올에 중독될 위험이 높아진다. 그러므로 자신의 우울증이 기본적인 건강이나 중독 문제와 연관이 있다면 수면 개선이 상승나선에 시동을 거는 좋은 방법이 될 것이다. 



걱정거리를 적어본다. 걱정과 계획 세우기는 전전두피질을 활성화하기 때문에 수면에 방해가 된다. 곧 잠을 자려 하면서 걱정을 하거나 계획을 세우고 있다면 그 생각을 글로 적어보라. 머리에서 꺼내 종이에 옮겨두고 걱정과 계획은 접어두어라. 



이제 밤에 뇌가 푹 잘 수 있게 하는 몇 가지 구체적인 요령을 알아보자.


  1. 내리 8시간을 잔다. 대부분의 사람은 8시간을 자야 한다. 일반적으로 나이가 들수록 필요한 수면량은 줄어든다. 대학생이라면 8시간 24분 정도를 자야 하고, 연금을 받기 시작할 즈음의 나잇대면 7시간 정도로 충분하다. 중요한 점은 한 번에 연달아 자야 한다는 것이다(8시간 자는 것과 7시간 자고 낮잠을 1시간 더 자는 것은 전혀 다르다). 규칙적으로 낮잠을 자는 것은 좋지 않다. 계속해서 질 좋은 수면을 취하면 더 이상 잠이 모자란다는 느낌은 들지 않을 것이다.


  2. 침대 또는 침실은 자는 용도로만 사용한다. 침대나 침실에서 일하지 마라.  


  3. 자기 전 준비 단계로 반복적 일과를 만들자. 그리고 매일 밤 그 일을 하자. 정신없이 바쁜 하루의 나머지 부분에서 자신을 분리해낼 수 있는 일 말이다. 특히 전전두피질의 긴장을 풀어줄 필요가 있다. 모든 일을 최대 속력으로 해치우다가 갑자기 침대에 누우면 잠들기 어렵거나 질 좋은 잠을 자기 어려울 수 있다. 취침용 반복 일과로는 양치질, 세수, 화장실 가기 그런 다음 잠시 독서하기 등을 할 수 있다. 허브 차를 한 잔 마시거나 자녀에게 책을 읽어주거나 기도를 하거나 아무튼 긴장을 풀어주는 어떤 행위든 다 좋다. 명상도 큰 도움이 된다. 다시 말하지만 섹스도 괜찮은데 아마 규칙적 반복 행동으로 만들기는 어렵지 않을까(가능하다면 당신에게 경의를).


  4. 잘 시간이 가까워 올 땐 카페인을 피한다. 


  5. 자기 전 3시간 이내에는 많은 양의 식사를 피한다. 소화불량은 잠을 방해하고, 위산역류는 누워서 몸이 수평이 되면 더 잘 일어난다. 그러나 간단하게 조금 요기하는 정도는 괜찮다. 오히려 도움이 될 수 있다. 배가 고프면 신경이 쓰여 잠이 잘 안 오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갈증이 나도 편히 잘 수 없으니 잠자리에 들기 전에 물을 한두 모금 마시자. 그렇다고 한 컵을 다 마시지는 말자. 한밤중에 방광이 잠을 깨울 수도 있으니까.


  6. 술을 수면 보조제로 쓰지 말라.  


  7. 운동하라. 신체 활동을 생활의 규칙으로 만들어라. 운동을 하면 일주기 리듬과 동기화하고, 스트레스가 줄며, 렘수면이 감소하고, 여러 가지 신경화학적 변화가 일어나 수면의 질이 향상된다. 그러나 잠잘 시간이 너무 가까웠을 때 운동을 하면 오히려 잠들기 어려워질 수 있으니 적어도 몇 시간 간격을 두고 하자.



  불안을 줄인다. 충분한 수면을 취하지 못하는 것이 초조한가? 자신이 그렇게 느끼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으면 변연계의 과도한 활동을 줄일 수 있다. 2장에서 소개한 팁이 도움이 된다.


  수면을 제한한다. 불면증에 걸렸을 때 가장 힘든 부분은 잠은 들지 않는데 자려고 가만히 누워 있는 것이다. 때로는 노력을 멈추는 게 해결책이 된다. 늘 8시간씩 자려고 노력하는데 6시간밖에 못 잔다면 6시간만 자려고 노력하라. 보통 11시에 잠자리에 들지만 12시가 다 될 때까지 잠이 들지 않는다면, 12시에 잠자리에 들고 평소대로 기상하라. 연속적인 수면을 더 많이 하고 잠 못 들고 뒤척이는 시간을 줄이면 수면 시간을 서서히 바꿀 수 있다.


  긴장을 풀라. 자꾸 움직일수록 잠들기는 더 어려워진다. 편안한 위치를 찾아 거기에 누워라. 시계를 보지 말고, 베개를 고쳐놓지도 말고 그냥 느긋하게 긴장을 풀어라. 침착한 상태를 유지할 수 없다면 자리에서 일어나 다른 방으로 가라. 20~30분쯤 긴장을 풀 수 있는 일을 하고 다시 시도해보자. 



이미 우리는 습관이 반복으로 만들어진다는 사실을 안다. 그러나 다시 한 번 말하자. 습관은 반복에 의해 만들어진다. 그런데 어떤 행동은 다른 행동에 비해 조금만 반복해도 습관이 된다. 도파민을 더 많이 분비하게 만드는 활동이 그렇다. 안됐지만, 대개는 나쁜 습관이 더 많은 도파민을 분비시키므로 이런 활동은 그리 자주 하지 않아도 쉽게 버릇이 든다. 담배를 피우면 측좌핵에서 도파민이 많이 분비된다. 그러므로 담배를 많이 피우지 않아도 흡연은 금세 습관이 된다. 이와 대조적으로 치실을 사용할 땐 도파민이 그리 많이 분비되지 않으니 치실질을 습관으로 만들려면 아주 오랫동안 매일 훈련해야 한다. 



영국에서 실시한 두 가지 연구가 나쁜 습관을 고치는 기발한 방법을 찾아냈다. 묘수는 바로 자기긍정이다.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지만 결과는 부인할 수 없다. 



스트레스는 의도에 따라 행동하기보다는 예전에 하던 습관대로 행동하도록 뇌를 편향시킨다. 우리가 스트레스에 대처하기 위해 습관적으로 하는 행동, 곧 대처 습관을 고치기 어려운 이유 중 하나다. 


  대처 습관의 난처한 점은 그 행동을 하지 않으면 스트레스가 차 있는 상태 그대로 유지된다는 점이다. 대처 습관을 억제하려 하면 스트레스를 더 많이 받고, 그러면 뇌는 더욱더 대처 습관대로 행동하고 싶어 한다. 이는 명백한 하강나선이다. 이를 해결할 가장 좋은 방법은 스트레스를 줄일 다른 방법을 찾는 것이다. 



전체 퍼즐 중 제일 간지러운 조각처럼 보일 수 있지만, 어쩌면 가장 중요한 조각일지 모른다. 게다가 가장 간단히 할 수 있는 일이기도 하다. 인생에서 일어났던 긍정적인 일을 떠올리기만 하면 되는 것이다. 이 단순한 행위가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 생성을 증가시킨다. 이 사실을 밝혀낸 연구는 슬픈 기억을 떠올리는 것이 전방대상피질의 세로토닌 생성을 감소시킨다는 사실도 밝혀냈다. 그러므로 긍정적인 기억을 떠올리면 세로토닌을 증가시키고, 부정적인 일을 생각하지 않도록 막아주는 두 가지 효과가 있는 것이다. 



습관이 일단 선조체에 저장되면 그 후로는 생각 하나, 감정 하나, 환경 속의 요소 하나에 의해 촉발된다. 생각과 감정을 항상 통제할 수는 없지만 환경은 대체로 통제가 가능하다.


  4장에서 이야기했듯이 습관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흔히 우리가 속한 환경이 지속적으로 그 습관을 촉발하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그 습관을 촉발하는 구체적인 환경 신호가 무엇인지 밝혀내고(찰스 두히그의 《습관의 힘》을 보면 더 자세히 알 수 있다) 그 신호를 피하거나 바꾸면 된다. 마트에 갈 때마다 쿠키를 잔뜩 사온다면 다음번에는 과자류 진열대 앞을 지나가지 말라. 



자세는 뇌의 반응뿐 아니라 사회적 피드백도 야기한다. 자신의 기분은 순전히 자신이 결정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다른 사람들도 우리가 취한 자세를 보면 자동적으로 인지하고 그에 반응한다. 그러면 우리는 (의식적으로든 무의식적으로든) 그들의 반응을 알아차리고 그로부터 영향을 받는다. 


  자신만만한 자세를 취하면 사람들은 우리를 더욱 믿음직스럽게 여긴다. 우리 뇌는 ‘와, 반듯하게 서 있는 걸 보니 나 무척 자신만만한가 봐’라고 생각할 뿐 아니라 ‘와, 사람들이 전부 나를 대단히 신뢰하는 것 같은데. 난 굉장히 자신감 있는 사람임이 틀림없어’라고도 생각한다. 



감사는 도파민 회로의 활동을 개선한다


감사의 혜택은 제일 먼저 도파민계에서 시작된다. 고마움을 느끼면 도파민을 생성하는 뇌간 영역이 활성화되기 때문이다.204 게다가 다른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갖는 것은 사교 도파민 회로의 활동을 증가시키는데, 그러면 사회적 상호작용이 즐거운 일로 느껴진다.


    감사 일기 쓰기. 매일 몇 분간 시간을 내서 감사하다고 느끼는 일을 세 가지 써보자. 좀 더 좋은 습관으로 만들려면 매일 같은 시간에 일기를 쓰도록 노력하자. 세 가지가 생각나지 않으면 한 가지라도 써라. 하나도 생각나지 않는다면 그냥 “오늘 먹은 음식에 감사한다” 또는 “오늘 입은 옷에 감사한다”라고 써라. 현재 상황의 90퍼센트가 마음에 안 들더라도 여전히 감사할 10퍼센트가 남아 있다.


감사는 세로토닌을 증진한다


  감사가 주는 아주 강력한 효과 중 하나는 세로토닌을 증진한다는 것이다. 감사해야 할 것들을 생각해내다 보면 자기 삶의 긍정적인 측면에 초점을 맞출 수밖에 없다. 이 단순한 행동이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의 생성을 늘린다.205 이 점을 밝힌 연구자들은 슬픈 사건을 기억할 때 전방대상피질에서 세로토닌 생성이 감소한다는 사실도 알아냈다. 그러므로 좋은 일을 기억하면 이중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 직접적으로 세로토닌을 증가시키고, 간접적으로는 나쁜 일을 기억하지 않게 막아주는 것이다.



감사한 마음을 갖고자 노력할 때 자신보다 불우한 사람과 비교하고 싶은 유혹을 느낄 수 있다. 그렇다. 나는 새 차를 사지는 못했으나 아예 차가 없는 사람도 있다. 이런 생각을 감사와 같다고 여길지 모르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여러 연구 결과가 자기보다 못한 사람과 자신을 비교하는 것에는 감사처럼 이로운 효과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


  감사는 자신이 가진 것들의 가치를 실제로 음미하는 데서 오는 감정이다. 다른 사람이 무엇을 가졌는지 갖지 못했는지는 상관없다. 감사의 힘은 시기심을 줄이고, 이미 자신이 지니고 있는 것의 가치를 높이고, 그럼으로써 삶에 대한 만족도를 높여주는 데 있다. 



잊지 않고 챙겨서 감사할 줄 아는 것은 일종의 감정 지능이다. 한 연구는 감사하는 마음이 실제로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외측 전전두피질 모두에서 뉴런의 밀도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알아냈다.215 이 밀도 변화를 보면 감정 지능이 좋아질수록 복내측 전전두피질과 외측 전전두피질에서 뉴런의 효율이 더 좋아진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단순히 말해 감정 지능이 높아지면 감사하는 데 노력이 훨씬 덜 들어간다는 말이다.


  감사의 경우 대개 감사할 거리를 찾고 살펴보고 발견해내는 과정이 감사 회로를 작동시킨다. 눈에 무엇이 보이게 될지는 우리가 통제할 수 없으나 무엇을 찾을지는 통제할 수 있다. 물론 감사할 거리를 발견하는 것은 보너스지만, 그것이 다는 아니다. 



우울증일 때는 어떤 일이든 예전보다 즐거움도 보람도 더 적게 느껴지는 것이 보통이다. 다행히 행동활성화치료BAT, Behavioral Activation Therapy를 활용하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행동활성화치료는 즐겁고 의미 있고 유용한 활동을 하도록 만들며, 하강나선으로 이어질 만한 행동을 줄여준다. 이를테면 8장에서 이야기한 ‘생산적인 꾸물거림’도 행동활성화치료를 적용한 방법이다. 매일 샤워를 하거나 매일 침대를 정리하는 것 같은 사소하지만 유용한 과제를 습관적으로 행하게 만드는 일도 여기에 포함된다(www.flylady.net에서 유용한 팁을 더 많이 찾아볼 수 있다). 왜 그런 일을 해야 하는지 모르겠다거나 그런 일을 하는 게 전혀 즐겁지 않더라도, 묵묵히 따라 하다 보면 작은 목표를 이뤄내면서 거기에 따라오는 중립적인 혜택들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우울증이 전두-변연계의 의사소통 기능에 이상이 생긴 것임을 알고 있다. 전전두피질이 감정과 욕망의 조절을 도와 미래를 계획할 수 있게 한다는 것도 안다. 배측 선조체는 오래된 습관을 돌리고, 측좌핵은 쾌락과 충동을 통제한다. 전방대상피질은 부정적인 것이나 긍정적인 것에 대한 주의를 조절하고, 섬엽은 감정이 실린 감각을 담당한다. 편도체는 불안을 매개한다. 시상하부는 다양한 호르몬을 조절하고 스트레스 반응을 통제한다. 편도체와 시상하부에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해마는 학습과 기억에 핵심적인 역할을 한다.


  우리는 다양한 신경전달물질이 각자 무엇에 기여하는지도 이해하고 있다. 세로토닌은 충동 조절과 의지력, 회복탄력성의 조력자다. 도파민은 쾌락과 습관에 있어 아주 중요한 역할을 맡는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주의의 초점과 집중을 조절한다. 옥시토신은 친밀한 인간관계에 꼭 필요하다. 다른 신경전달물질들, 이를테면 가바(불안)와 엔도르핀(고양과 통증 완화), 엔도카나비노이드(식욕과 평화로운 마음)도 중요하다. 그 밖에 BDNF 같은 화학물질은 새로운 뉴런이 성장하도록 돕고, 면역계의 단백질들도 나름의 중요한 역할을 한다. 뇌 전체의 화학적 환경은 세계경제만큼이나 복잡하게 서로 얽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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