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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Sep 25. 2024

폭염 살인, 제프 구델

2003년 8월 파리에서 폭염으로 1만 5천명의 사망자가 발생했다.


얼마 전 폐회한 2024년 파리올림픽 관련 기사들을 접하면서 놀랐다. 개최국 프랑스 정부가 경기장까지 이동하는 셔틀버스에 에어컨을 틀지 않아 선수들이 더위에 시달리고, 숙소에도 에어컨 설치를 하지 않으려 했지만 많은 반대로 소형 에어컨을 설치했다는 것이다(게다가 유료이다). 이 놀라운 소식을 처음 접했을 때 2016년 파리협정으로 불리는 탄소중립이라는 어젠다를 무모하게 실천하려는 선진국의 오만함으로 읽혔다. 


그러나 이 책을 통해 2003년 여름 파리에 40도가 넘는 이상 기온으로 인해 단 2주 만에 1.5만 명이 폭염으로 순식간에 목숨을 잃었다는 역사적 비극이 있었다는 사실이 있었음을 깨달았다. 이후 파리는 도시의 기온을 낮출 수 있는 도시재생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었다. 하계올림픽 역시 프로젝트의 일환인 것이다. 


이와 대조적으로 우리나라는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 제로(0)을 목표로 하는 탄소중립을 국가 차원에서 진행하고 있긴 하지만 여전히 국민들이 심각하게 받아들인 바 없다. 왜냐하면 국내에서는 운 좋게도 아직 폭염으로 인한 대규모 사상자를 만나지 못했기 때문이다. 다만 얼마 전 훈련병 사망(중대장 학대치사) 사건도 폭염이 간접적 사망 원인이었다. 높은 기온과 습도 아래 있으면 노약자뿐만 아니라 젊은이에게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신체 온도가 운동으로 인해 올라가면 외부 기온과 상승효과를 일으켜 사망 위험은 충분히 높아질 수 있다. 


폭염을 대처하는 방법은 빈부격차를 적나라하게 드러낸다. 돈이 없으면 에어컨을 틀 수 없거나, 혹은 땡볕에서 누군가는 일을 해야 하기 때문이다. 저자가 말한 에어컨이 만들어내는 '값싼 찬 바람'에 대한 청구서는 매우 클 것이다. 폭염으로 인한 냉방을 위한 전력 소모는 온실가스 생성을 대가로 치르기 때문이다. 기온이 올라갈수록 전력 소비는 더욱 커지고 온실가스는 더욱 늘어난다. 그리고 다시 기온이 상승하여 빙하가 녹아 해수면이 상승하고 해충이 창궐하고 이종(異種) 간의 교류로 인해 바이러스와의 접점이 늘어난다. 이 모든 것이 지금 이 순간 벌어지고 있다고 저자는 말한다. 그리고 저자는 올해가 가장 시원한 해라고 덧붙인다.


환경보호 실천을 위해 위선적인 마음에 무더위 아래 에어컨을 끌 생각은 없다. 하지만 폭염에 태풍처럼 이름을 붙여 경각심을 알리는 일부의 노력처럼 추상적인 탄소중립을 구체적인 폭염에 대한 위협으로 대체하는데 일조할 수 있길 바란다. 다만 당장 불필요한 운전 횟수를 줄이고 걸음걸이를 늘리는 것이 그 출발일 것 같다.



인상 깊은 구절



지구온난화 연구의 대부로 꼽히는 제임스 핸슨James Hansen에게 2023년은 경계가 허물어진 순간이었다. 한때 핸슨은 기온 상승폭을 1.5℃로 제한하자고 했지만(이것이 위험한 변화를 억제하기 위해 국제 적으로 합의한 한계치였다) 인류는 2024년이면 "온갖 현실적 목적을 들어 그 한계치를 결국 넘어설 것"이라고 했었다. "지금 우리는 점점 1.5℃의 세상으로 진입하는 과정에 있다." 핸슨은 <가디언>과의 대담에서 말했다.


텍사스 A&M대학교의 기후과학자 앤드루 데슬러 Andrew Dessler 는 2023년을 미래의 관점에서 이렇게 되돌아보기도 했다. "이제 매해가 기록상 가장 더운 해가 될 것이다. 이 말은 결국 2023년이 21세기의 가장 추운 해 중 하나로 손꼽히게 될 것이란 이야기이기 도 하다. 조금이라도 더 시원할 때 즐겨라." 



캘리포니아대학교 버클리의 경제학자이자 기후학자이고, 기후 영향연구소Climate Impact Lab의 공동 대표이사인 솔로몬 시앙의 계산에 따르면, 온난화가 1℃ 진행될 때마다 미국의 1년 GDP의 1.2퍼 센트, 즉 3,000억 달러가 사라진다고 한다. 더위는 아동의 시험 성적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임신부의 유산 위험도 높인다.  더위에 장시간 노출되면 심장 및 신장 질환으로 인한 사망률도 높 아진다. 사람들은 더위로 스트레스를 받으면 더욱 충동적으로 행 동해,  쉽사리 분쟁을 일으킨다.  소셜미디어에서는 인종차별적인 비방과 혐오 발언이 급작스레 늘어난다.  자살하는 사람이 많 아지고, 총기 사고도 늘어난다.  강간 사건도 폭력 범죄도 증가한다.  아프리카와 중동에서는 높은 기온과 내전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공기가 습하면 습할수록 땀이 수증기로 증발하기 힘들고 따라서 열을 없애기도 더 힘들어지는 것이다. 아울러 살아 있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우리 몸에도 한계온도가 있다. 습구온도 35℃(이는 기본적으로 바깥 기온과 습도가 모두 높다는 의미한다)가 습한 열에 적응할 수 있는 인간의 최고 한계치라는 것이 연구자들의 중론이다. 이 한계치를 넘으면, 우리 몸은 스스로 없앨 수 있는 것보다 더 빠른 속도로 열을 발생시키는 셈이 된다.


고체온증이 나타나는 순간 일이 꼬이기 시작한다. 체온이 비정상적으로 높은 상태가 되면 갖가지 생리적 반응들이 일어난다. 애초엔 어지럼증과 열경련(높은 온도와 습도 속에서 땀을 많이 흘리고 혈액 속 수분과 염분이 부족해지면 일어난다-옮긴이)으로 시작했다가 종국에는 열사병(생명을 앗아갈 만큼 치명적이다)으로 치달을 수도 있다.



오늘날 우리 몸에 있는 땀샘의 수는 자그마치 약 200만 개에 달한다. 땀샘은 코일 형태의 자그만 튜브처럼 피부 속에 묻혀 있는 데 그 크기는 세포 하나 정도로 엄청나게 작다. 땀샘을 눈으로 확인하려면 현미경이 있어야 한다. 땀샘은 우리 몸에 고루 퍼져 있지는 않다. 우리의 양손, 양발, 얼굴에 가장 많이 분포해 있고, 엉덩이에 가장 적게 분포해 있다. 특정 부분에서 여자가 남자보다 땀샘이 더 많은 경우가 종종 있지만, 최대 발한 비율 maximum sweating rate은 여자 보다 남자가 높은 경우가 많다. 땀샘에서 분비되는 액체의 99.5퍼 센트가 물이다. 한마디로 우리 몸을 축축하게 적시는 게 땀샘의 유 일한 기능인 것이다. 무더위 속에서 대부분의 사람은 시간당 약 0.95리터, 하루 약 11.3리터의 땀을 너끈히 흘린다. 침팬지가 흘리는 땀보다 약 10배는 많은 양이다.



최근 미국 국립과학원NAS의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지난 40년 동안 도시 지역에서 더위가 초래하는 위험은 3배가 늘 어 현재는 이 같은 위험에 노출된 사람만 17억 명에 이르는 것으로 밝혀졌다. 뭔가 극적인 조치를 취해 이산화탄소 배출을 줄이고 삶의 방식을 바꾸지 않는 한, 이런 식의 위험에 처하는 사람들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날 게 분명하다. 2050년 무렵에는 전 세계 인구의 70퍼센트가 도시에 살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로부터 한두 달 뒤 《피닉스 뉴타임스》에서 풀먼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실으면서 애리조나 퍼블릭서비스가 미납금 51달러를 이유로 전기를 끊은 사실이 세간에 널리 알려졌다. 18 취재 결과 2018년 애리조나 퍼블릭서비스가 11만 명도 넘는 고객의 전기를 차단한 사실이 밝혀졌다." 그중 5월에서 9월까지 유난히 펄펄 끓었던 무더운 시기에 전기를 차단당한 이들은 3만 9,000명이 넘었다. 



럼퍼드와 그의 업적을 계승한 사람들 덕분에 이제 우리는 열이 무 엇인지 꽤 쉽게 말할 수 있다. 열이란 결국 분자들의 진동이다. 달리 말해 온도는 분자 집합의 평균속도다. 무언가가 차갑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의 평균속도가 낮다는 뜻이고, 무언가가 뜨겁다는 것은 그것을 이루는 분자들의 평균속도가 높다는 뜻이다.



한편 식량 생산 자체는 이미 기후변화 때문에 점점 줄어드는 추세다. 코넬대학교의 연구에 따르면, 오늘날 전 세계의 농업생산 량은 기후변화가 없었을 경우보다 21퍼센트 낮은 것으로 밝혀졌 다. 또한 북아메리카나 유럽처럼 날씨가 좀 더 서늘한 지역보다는 아프리카, 라틴아메리카, 카리브해 지역처럼 날씨가 따뜻한 지 역들에서 손실의 폭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다. 하지만 더위가 계속 기승을 부리는 한, 작물 생산의 전반적인 감소 추세는 앞으로도 지속될 가능성이 크다. 지구의 평균기온이 1℃씩 오를 때마다 옥수수는 7퍼센트, 밀은 6퍼센트, 쌀은 3퍼센트씩 수확량이 줄어들 것이다."



게다가 날이 더우면 노동자들이 실수를 저지르거나 부상을 입는 일도 더욱 잦아진다. 캘리포니아대학교 로스앤젤레스의 연구진에 따르면 캘리포니아주에서는 기온이 몇 도만 올라도 1년에 2만 건의 추가 부상이 발생하고 이에 따르는 사회적 비용만 10억 달러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날이 더우면 노동자들은 휴식을 더 많이 필요로 하게 되고 인지 기능은 떨어지며 장비는 고장 나기 일 쑤다. 또 다른 연구에서는 2020년 미국에서 극단적 더위로 인한 노 동자의 생산성 저하는 총 1,000억 달러의 손실을 가져왔고, 2050년 즈음에는 손실액이 5,000억 달러까지 증가할 것으로 나타났다.



결국 당시 남극에서는 많은 일이 진행 중이었던 것으로 밝혀졌다. 빙붕들이 얇아지고 있었고, 따뜻해진 물이 빙하를 밀고 올라 왔으며, 빙하들의 이동 속도도 빨라지고 있었다. 남극대륙 전체가 극적인 흐름을 겪는 중이었다. 그 흐름은 과연 얼마나 빨라질 것인 가? 아무도 몰랐다. 연안 도시들을 물에 잠기게 할 가장 큰 위협은 혹시 그린란드가 아니라 남극일 수도 있지 않을까? 그린란드는 전부 녹아봐야 해수면이 6.7미터 상승하지만 남극이 전부 녹으면 해 수면은 60미터 상승한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970년 이전에는 뎅기열이 심 각하게 유행한 나라가 9개국에 불과했다. 하지만 이후에는 10배 가 늘어난 총 100개국에서 뎅기열이 풍토병으로 자리 잡았다. 다시 말해 이제 그 지역의 모기 개체군 안에서는 뎅기바이러스가 상 시로 발견된다는 말이다. WHO의 추산에 따르면 매년 뎅기바이러 스에 감염되는 사람만 3억 9,000만 명에 이른다. 세계가 점점 따 뜻해져서 더위를 좋아하는 이집트숲모기가 살아가기에 더욱 안락 한 행성이 되면, 모기에게 최적의 서식지는 지금보다 더 북쪽은 물 론 더 높은 고도로까지 확장될 것이다. 2080년에 이르면 5억 명, 다 시 말해 전 세계 인구의 60퍼센트가 뎅기열의 위험에 놓일 수도 있다.



2019년 칼슨은 포유류 3,100종의 과거, 현재, 미래의 서 식 범위를 그리는 엄청나게 광범한 시뮬레이션을 통해 이들 동물의 서식 범위가 겹칠 때 일어날 수 있는 바이러스 종간 전파를 예 측했다. 18 그 결과 아무리 낙관적으로 기후변화를 예측한다 해도 앞으로 수십 년 안에 서로 접촉할 일이 없던 종들이 처음 조우하는 일이 약 30만 회는 벌어질 것이고, 이에 따라 바이러스가 새로 운 숙주 안에 들어가는 종간 전파는 대략 1만 5,000회 발생할 것이라고 한다. 갤버스턴연구소의 바이러스학자 비니트 매나체리 Vineet Menachery는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은 인류에겐 "참사""나 다름없다고 했다.



이와 함께 에어컨 가동은 에너지를 엄청나게 잡아먹는 일이기도 하다. 전 세계적으로 건물에서 사용되는 전체 전기 사용량 중에 어컨 가동에만 거의 20퍼센트가 할당된다." 건물에서 발생해 지구의 대기를 점점 달구고 있는 온실가스 오염에서 에어컨이 차지하는 비중이 상당히 크다는 뜻이기도 하다. 다시 말해 이 지구가 더워질수록 사람들은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해야 한다고 느낀다. 그리 고 에어컨을 더 많이 가동할수록 전기도 더 많이 필요해진다. 그런데 전기의 일정 부분은 화석연료를 태워서 생산되는 만큼 결국에는 온실가스 오염이 더 많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이 때문에 기후는 한층 더 뜨거워지고 말이다.



1972년 아폴로 17호에서 찍힌 일명 블루마블 Blue Marble 덕분에 전 세계 수백만 명의 사람들이 우주 속에서 지구의 위치를 새롭게 바 라볼 수 있었고 이것이 적극적인 환경운동의 계기가 되었다.



어떤 의미에서 보면 이는 그리 놀라운 일이 아니다. 더위를 사랑하는 것이 우리 인간의 유전자이기 때문이다. 최근 미국 37개 가 구의 온도와 습도를 전 세계의 야외 기후와 비교하는 연구가 진행 되었다. 그 결과 단 세 곳을 제외하고 모든 가구가 하나같이 22.2℃ 에 낮은 습도를 선호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이는 동아프리카, 수 십만 년 전 최초의 인류가 살았던 바로 그곳의 기온과 습도에 가 장 흡사한 조합이다. 12 유니버시티칼리지 런던의 고기후학자인 마 크 매슬린 Mark Maslin의 말처럼 이 같은 연구 결과는 사람들이 기온과 습도를 자기 마음대로 설정할 수 있는 상황에서조차 "결국에는 수십만 년 전의 아프리카를 떠올리게 하는 무언가를 선택한다"라는 뜻일 수 있다.



폭염의 이름은 확실히 중요했다. 하지만 정말로 중요했던 것은 소셜미디어를 통해 각종 경보, 경고 등 메시지들이 전달되어 사람들에게 폭염에서 자신을 지킬 갖가지 방법들을 알려주었다는 것이다. 그중에는 신체 활동을 줄이고, 되도록 실내에 머물며, 낮에는 블라인드를 내리고, 밤에는 창문을 열어 환기를 시키며, 음료를 마시고, 식사는 가볍게 하는 것이 좋다는 간단하고 분명한 상식들도 포함돼 있었다.


폭염 소에는 스페인 국내는 물론 국제적으로도 언론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만일 더위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그 대응책을 사람들에게 교육하는 것이 이 프로젝트의 전략이었다면 완전히 성공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이달고의 도시 녹지조성 사업의 일환으로 파리시는 2026년까 지 총 17만 그루의 나무를 심기로 계획했다. 33 17만 그루라니 무척 많다고? 하지만 넓게 보면 절대 그렇지 않다. 뉴욕시는 지금까 지 총 100만 그루가 넘는 나무를 심었고, 여전히 녹지 조성 사업은 진행 중이다. 밀라노는 연간 30만 그루씩, 2030년까지 300만 그루의 나무를 새로 심는 것이 목표다. 34 이런 사업이 전 지구적인 차원에서 어떤 의미를 갖는지 알고 싶다면 현재 전 세계에 심겨져 있는 나무가 약 3조 그루라는 점을 기억하자. 35 1인당 422그루의 나무가 존재하는 셈이다. 현재 인간으로 인해 지구에서 사라지는 나무는 연간 150억 그루다. 매년 새로 심겨지거나 싹을 틔우는 나무들 이 약 50억 그루라는 점을 감안하면 매년 10억 그루의 나무가 세상에서 사라지는 셈이다. 36 인류 문명이 시작된 이래 나무의 숫자는 46퍼센트 줄어들었다.



"싱가포르 자체가 하나의 정원이 될 수 있는 것은 어딘가에서 늘 농장과 광산을 돌리 고 있기 때문이다." 펜실베이니아대학교의 조경학 교수 리처드 웰러 Richard Weller가 썼다. "싱가포르는 겉만 화려한 '구찌 Gucci' 생물다 양성이라고 해야 하지 않을까. 싱가포르가 거대한 열대우림인 칼리 만탄에 자리한 팜유 농장의 자금줄이라는 사실을 외면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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