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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themata mathemata Nov 27. 2024

넥스트 머니, 고란/이용재

비트코인, 이더리움과 블록체인에 대한 최고의 입문서


이 책을 타임캡슐처럼 뒤늦게 읽자 비트코인이 10만 달러를 가는 날이 기어이 오고야 말았다. 저자는 2017년 가상화폐* 혹은 암호화폐 광풍이 몰아친 후 크립토 윈터(Cryto Winter)라 불리는 침체기가 시작할 무렵 책을 완성했다. 이 책의 최대 장점은 공동저자 중 한 명인 고란이 중앙일보 기자 출신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자칫 기술적으로 어려운 내용을 최대한 풀어써서 독자의 이해도를 높이는 문장들을 선보인다. 

* 우리나라에서 암호화폐를 가상화폐라고 법적으로 정의한 것은 세계 최초의 관련 성문법인 일본법 제목과 내용을 베낀 영향이 크다.


저자는 하이퍼인플레이션과 세계대전, 금본위제인 브렌튼우즈 체제(1944-1971)와 이후 베트남전 여파에 따른 금태환 폐지, 달러의 과잉공급을 설명한다. 즉, 기축통화인 달러는 실체인 금과 연결을 끊으면서 기본적으로 인플레이션을 유발하게 되었다. 거기에 더해 중앙은행인 미 연준에서는 금융위기 때마다 통화 정책으로 달러 발행을 남발하게 된다. 다시 달러의 초과공급은 물가 인플레이션을 발생시키고 금융위기의 주범인 월가의 기득권은 자산 인플레이션의 혜택을 누린다. 저자는 기본적으로 현재의 화폐 시스템은 서민들에게 약탈적이라고 지적한다. 


반면, 비트코인은 기존 화폐와 달리 디플레이션을 추구한다. 즉, 화폐와 달리 발행총량(2,100만 BTC)이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이는 인플레이션을 유발하여 가치가 줄어드는 달러와 반대로 가치가 해마다 증가함을 의미한다. 즉, 비트코인의 철학은 이러한 2011년 발생한 월가를 점거하라(Occupy Wall Street) 시위에서 보여준 기득권에 대항하는 시대정신에 부합했다.


사토시 나카모토가 쓴 비트코인 논문의 제목은 <Bitcoin: A Peer-to-Peer Electronic Cash System>이다. 즉 은행과 같은 제3자가 없는 개인 간 전자 현금거래를 의미한다. 


비트코인의 탄생은 공신력 있는 제3자가 없다면 상대방의 악의로 인한 이중 지불 등 기술적 문제와 신뢰의 문제가 발생하는데, 수학을 기반으로 한 확률론과 암호학을 이용해 해결한 것을 의미한다. 신뢰가 필요 없는 거래와 인센티브(채굴 보상 : 코인, 토큰)를 도입한다. 악의적 공격은 확률적으로 불가능에 가깝고 인센티브에 인해 무효화되는 방식이다. 이것이 블록체인이 탈중앙화로 운영되는 방식이다.


이는 익명의 사토시 홀로 만든 것은 아니다. 저자는 암호기술을 이용한 프라이버시를 추구하는 사이퍼펑크(Cypherpunk)라는 데이비드 차움 등 기술자 집단의 철학에서 시작되었음을 지적한다. 즉, 비트코인은 경제적 이익을 초월한 공동의 헌신에서 시작되었다.


이후 비탈릭 부테린이라는 이더리움 창립자가 등장한다. 그는 스마트 계약 개념을 도입하여 블록체인 기술을 한 단계 도약시킨다. 이후 생기는 알트코인(비트코인을 제외한 코인)의 무분별한 난립 역시 그의 공과 과이다. 이 책에서는 스마트 계약에 대한 개념 설명이 꽤나 상세하다. 레이어(Layer)-1,2, 샤딩(Sharding) 등 암호화폐에 관심 있다면 한 번쯤 들어보았을 내용들에 대한 이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닷컴버블은 2000년대 초반 신경제(New Economy)라 불렸다. 거품이 꺼진 이후 적자생존을 거쳐 구글, 아마존 등이 속한 M5(Magnificent5) 기업으로 성장했다. 암호화폐 역시 마찬가지다. 단순히 투기의 관점에서 볼 것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oT)에 기반한 거기에 AI를 곁들인 블록체인은 앞으로 세상을 바꿔놓을 가능성이 크다. 결국 유시민은 비트코인 가격 예측만 틀린 것이 아니라 60세 이후 뇌(전전두피질)의 부패(노화)를 목격해야 할 것 같다.


개인적으로 발간한 지 꽤 오래된 만큼 블록체인 기술 발전에 따라 저자가 개정판을 저술했으면 좋겠다. 참고로 고란 작가는 유튜브 채널에서도 활발히 활약 중이다.





인상 깊은 구절



하이퍼인플레이션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화폐는 독일 바이마르공화국1919-1933 시절의 마르크다. 독일은 제1차 세계대전 패전 후 1320 억 마르크에 달하는 전후 배상금을 물어야 했다. 당시 독일 국민 전체가 몇 년간 생산한 것을 하나도 쓰지 않고 모아야 마련할 수 있는 수준의 금액이다. 독일 정부의 해결책은 돈이 없으니 돈을 찍어내는 것이었다. 화폐청의 윤전기는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돌아갔다. 돈이 마구잡이로 풀리니 돈의 가치가 추락하는 것은 당연하다. 물가와 환율이 폭등했다. 독일 일간지 《슈피겔>에 따르면, 1914년 1달러당 4.2마르크였던 환율은 1923년 11월엔 1달러당 4조 2000억 마르크로 치솟았다. 사나흘이면 물가가 두 배로 뛰었고, 월간 인플레이션율이 30000%에 육박했다.



제2차 세계대전 후 글로벌 정치, 경제 패권이 미국으로 넘어갔다. 1944년 미국 뉴햄프셔주의 브레튼우즈에 마흔네 개 연합국 대표들 이 모여 협정을 체결했다. 그 결과, 달러는 글로벌 기축통화가 됐다. 전 세계로 달러가 스며들었다. 달러 시대의 개막이다. 미국은 그러나, 1960년대 말 베트남 전쟁으로 경제력이 약화됐다. 달러 가치에 불안을 느낀 세계 각국은 보유한 달러를 금으로 바꾸기 시작했다. 달 러를 금으로 바꿔 달라는(금 태환) 요구가 빗발치자 미국의 금 보유량 이 바닥을 보였다. 리처드 닉슨 미 대통령은 드디어 배 째라는 태도를 보였다. 1971년 8월, 달러와 금의 교환 정지를 선언했다. 금본위 제를 폐지하고 변동환율제를 도입했다. 1971년은 금본위제가 폐지된 해이자, 법정화폐의 담보가 사라진 해이기도 하다.



은행은 자신들이 보유한 예금만큼만 대출해줘서는 돈을 충 분히 벌 수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동시에, 자신들이 보유한 예금을 고객들이 모두 한꺼번에 찾아와 인출하지 않을 거라는 사실도 알 게 됐다. 이런 두 가지 사실을 더하면 자산운용 비결이 도출된다. 예 금액을 훨씬 웃도는 돈을 대출해 이자수익을 극대화하면 된다. 이 비법은 내 돈이나 회사 돈을 가지고 굴릴 때는 불법이다. 오직 금융(은행)에서만 통한다. 그럴듯한 말로 포장하자면 부분지급준비금제도 Fractional Reserve Banking System 다(암호화폐 거래소의 경우에도 마찬가지다. 이런 장부거래는 엄연한 불법이다).



사이퍼펑크는 진정한 의미의 자유는 개인정보의 무분별한 유출을 막는 것에서부터 기인한다고 믿는 집단이었다. 그들의 신념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도구가 바로, 컴퓨터 안에서 구동되는 암호화 소프 트웨어다. 초창기 사이퍼펑크 모임을 조직했던 사람 중 한 명인 티모 시메이 Timothy May(「암호화 무정부주의자 성명서」를 쓴 인물)는 사이퍼펑크 현상을 다룬 일본 NHK 방송의 다큐멘터리 암호전쟁Crypto Wars」에 나와 사이퍼펑크를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사이퍼펑크는 기술적 발전을 통해 프라이버시와 자유가 보호될 수 있다고 믿는 사람들을 말합니다. 정부의 정책을 통해서나, 개인정보 관련 법 조항 변경을 위한 각종 로비 활동을 통하지 않고 말이죠. 앞서 말한 기술은 특별한 게 아닙니다. 마치 우리들이 현관문에 자물쇠를 설치하거나, 창문에 커튼을 다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까요. 단지, 수학적인 방법에 근거한 코드로 구현될 뿐이죠.



벤처캐피털과 스타트업 분야 종사자들 사이에서 회자되는 말이 있다.

너무 앞서가는 것은 틀린 것과 다름없다.



이 물음에 답하려면 가치는 어떻게 생길까라는 질문에 먼저 답해 야 한다. 자연스럽게 타고나는 것일까, 권위 있는 누군가가 부여하는 것일까, 아니면 법적으로 부여하는 것일까. 주관적인 것일까, 아니면 객관적인 것일까.... 각자의 생각이 다르다. 정답은 없다. 어려 운 질문이다. 하지만, 이것만은 분명하다. 혼자서는 가치를 만들어낼 수 없다는 점이다. 그 가치에 동의하는 누군가가 있어야 비로소 가치 가 정해지고 만들어진다. 아마존은 세상의 모든 것을 팔겠다는 꿈을 꾼다. 우버는 택시업을 넘어 운송업 자체의 패러다임을 바꾸려 한다. 이런 꿈과 야심을 공유하는 커뮤니티에서 아마존과 우버의 가치가 생겨난다. 이들 커뮤니티가 존재하는 한, 두 기업의 가치가 신기루처 럼 사라지는 일은 없을 것이다.



플노드, SPV노드, 채굴노드 등 세 종류의 노드가 비트코인 네트워 크를 이루면서 다수의 제3자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1만 개가 넘는 노드에 의해 비트코인은 불필요한 제3자를 최대한 배제한 채 자유롭 게 거래된다. 토머스 제퍼슨이 꿈꿨던 화폐의 주인(참여자)이 국민(사 용자)이 되는 세상은 법정화폐가 아니라 비트코인이 구현하고 있다.



검증을 마친 블록이 기존 블록체인에 연결되는 순간, 새로 추가된 블 록은 인위적으로 변경될 수 없는 불가변성Immutability을 가지게 된다.



비트코인 탄생 이후 51% 공격은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51%에 해당하는 연산 능력을 갖추기가 사실상 불가 능하기 때문이다. 2017년 12월 10일 기준, 비트코인 네트워크의 총 연산 능력은 8070만 4290페타플롭스 PetaFLOPS 4시다. 1페타플롭스는 1초에 100조 번의 연산이 가능하다는 의미다. 지구상에서 가장 성 능이 좋은 슈퍼컴퓨터와 비교해보자. 신의 위엄이라는 뜻의 세계 최고 슈퍼컴퓨터는 중국의 선웨이 타이후라이트 Sunway Taihulight다. 이 컴퓨터의 연산 속도가 93페타플롭스다. 1000만 개 이상의 컴퓨터 를 탑재했다. 우주의 역사를 시뮬레이션하는데 사용된다고 한다. 단 순 계산으로 짐작해보면, 비트코인 네트워크 연산 능력의 51%를 확 보하기 위해서는 이런 컴퓨터가 43만대 이상 필요하다.



아직은 비트코인으로 일상생활을 하기란 불가능하다. 화폐를 표방하지만 화폐의 주요 기능 중 하나인 교환의 매개로 쓰기엔 제약이 많 다. 필자가 2018년 2월 말 일본에서 비트코인으로 하루 살기를 시험했을 때, 변변한 비트코인 결제 식당을 찾지 못해 결국 카드로 식사를 해결했다. 하지만 가능성은 충분하다. 비자가 전 세계적 네트워크를 구축하기까지는 1958년 설립 이래 60여 년이 걸렸다. 비트코인 이 태어난 지 10년도 안 됐다. 실패를 단정하기엔 이르다.



세계은행WB에서 제공하는 세계송금가격RPW에 따르면,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호주에 서 바누아투공화국으로 200달러를 송금했을 때 송금 비용은 26.67 달러(13.35%)에 달한다. 평균 비용만 해도 7.09%다. 그래서 최근에는 소액 송금 고객들의 돈을 모아 처리하는 해외 송금 회사들이 생 겨나고 있다. 특정 국가로 송금하고 싶은 고객들의 돈을 한데 모아서 가급적 스위프트망 사용 횟수를 줄이는 전략이다. 이렇게 하면 개별 고객이 부담하는 수수료는 줄어든다. 곧, 공동구매 형식을 빌려 개별 고객의 수수료를 줄이겠다는 셈법이다.



비트코인시장의 부흥과 침체를 동시에 불러온 존재는 암호화폐 거 래소 마운트곡스Mt. Gox다. 한때 전 세계 비트코인 거래의 70%를 담 당하기도 했던 세계 최초이자 최대 거래소다. 비트코인 가격 1000 달러 시대 문을 연 주역이다. 동시에 2014년 2월 벌어진 해킹 사태 로 시장의 장기 침체를 촉발했다.



2009년 마운트곡스를 처음 만든 사람은, 최근에도 법정에 출두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마크 카펠레스Mark Karpeles 대표가 아니다. 2001년 개인 간 거래 프로그램의 원조라 할 수 있는 당나귀e Donkey 를 개발한 제드 매케일럽Jed McCaleb다. 지금이야 P2P 파일 전송 프로그램이라고 하면 토렌트를 떠올리지만 2000년대 초반만 해도 당나 귀가 대세였다. P2P 파일 전송 프로그램을 통해 유통되는 상당량(?) 의 콘텐츠가 음란물인 터라, 당나귀 타고 날뛰는 음란 콘텐츠」(《연합 뉴스>, 2013년 8월 1일)라는 제목의 기사가 나올 정도였다.



비트코인은 지난 10년간의 불안의 벽을 타고 올랐다. 기존 법정화 페 시스템에 대한 반성에서 출발한 게 비트코인이다. 현존하는 금융 체제가 흔들려야 비트코인의 가치가 부각, 가격이 오른다. 2013년 3월 키프로스 정부는 자국 은행들이 그리스 채권에 투자해 입은 손 실 때문에 국제통화기금MF에 대규모 구제금융을 신청한다. 구제금 융 조건이었던 세수 확대를 위해, 키프로스 정부는 예금자들에게도 과세하겠다고 발표했다. 뱅크런을 우려한 키프로스 정부는 아예 은행을 폐쇄해 버렸다. 은행들의 투자 손실을 예금주들의 주머니를 털 어 해결하겠다는 논리였다. 기존 법정화폐 시스템의 모순이다(2008 년 글로벌 금융위기 때 시행된 미국 재무부의 부실자산구제프로그램도 이와 비슷하다). 키프로스 국민들은 이 사건을 계기로 은행에 있는 예금이 자신의 소유가 아니라 언제든지 정부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 닫게 됐다. 정부에 대한 불신은 비트코인 수요를 폭발적으로 증가시 켰다. 80달러 수준이었던 비트코인 가격은 단숨에 260달러로 급등했다.



글로벌 컨설팅회사 엑센추어 Accenture는 20억 명의 금융 소외자를 구제해야 하는 이유로, 은행들 이 이들을 포용했을 때 얻게 되는 경제적 이익을 들었다. 이들이 추 산한 새로운 매출액 규모는 약 3800억 달러(약 400조 원)에 이른다. 전통 금융회사의 낡은 방식으로는 어렵다. 블록체인과 암호화폐가 접목돼야만 한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겐 불경한 말로 들릴지 모르겠지만, 현재 비 트코인은 전 세계 수십억 명이 일상생활에 빈번하게 사용하기엔 무 리가 있다. 무엇보다 거래 처리 속도가 느리다. 1초에 세 개에서 다섯 개의 거래밖에 처리를 못한다(시가총액 2위 암호화폐인 이더리움도 초 당 스무 개 수준에 불과하다). 후하게 쳐서 초당 다섯 개 거래를 처리한 다고 해도, 하루(8만 6400초)에 고작 43만 2000개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다. 지급·결제 수단이라는 측면에서 경쟁업체 비자의 경우, 1 초에 평균 1667개의 거래를 처리한다. 거래가 몰릴 경우 최대로 처리할 수 있는 거래 수는 1초에 약 5만 6000개다. 하루 약 1억 4000건, 최대 48억 개가 넘는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거래들은 네트워크에 전송되면 바로 블록에 포함되는 것이 아니라, 일단 자기 차례가 올 때까지 기다리는 공간이 있다. 이를 메모리 풀Memory Pool, 줄여서 멤풀Mempool이라고 부른다. 마치 맛집으로 소문난 음식점 한 쪽에 마련된 손님 대기실과 같다.




8월 1일을 보름도 남겨 놓지 않은 7월 17일, 돌연 배신자(코어 개 발자들 입장에서는 그렇다)가 나타났다. 메이저 마이닝풀 가운데 하나인 비아BTCViaBTC다. 세그윗2X와는 별개로 8월 1일 UAHF를 강행하 고, 하드포크로 새로 생겨난 코인을 '비트코인캐시'로 부르겠다고 발 표한다. 비아BTC는 우지한의 비트메인과 직접적인 관계가 있는 마이닝풀은 아니다. 하지만 비트메인으로부터 2000만 위안(약 35억 원) 을 투자받았다. 커뮤니티에서는 다들 비아BTC의 급작스런 UAHF 강행 발표 뒤엔 우지한이 있다고 믿었다.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하 지만 정황 증거가 너무 분명하다. 우지한은 현재 비트코인캐시의 최 대 지지자 중 한 명이다. 비트메인의 수장으로서 세그윗2X를 지지하 지만, 자신만의 비트코인을 만들기 위해 직접 연관된 앤트풀과 BTC 닷컴이 아니라 비아BTC를 움직인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8월 1일, 한국시간으로는 8월 2일 저녁 9시 20분 즈음이 다. 47만8558번째 비트코인 블록에서 체인 분리가 시작됐다. 비트 코인은 기존 세그윗2X 노선을 걸어가는 비트코인과 새롭게 탄생한 빅 블록 비트코인인 비트코인캐시로 쪼개졌다.



튜링 완전성의 특성을 가진 언어, 곧 '튜링 완전한 언어'가 되기 위 해선 두 가지 특징이 필요하다(여기서 언어는 컴퓨터 언어를 의미한다). 첫째, 언어가 전달하는 메시지를 굉장히 작은 단위까지 분할할 수 있어 야 한다. 궁극적으로는 무한에 가깝게 분할 가능해야 완벽한 튜링 완 전성을 가질 수 있다. 컴퓨터 언어는 코드로 표현된다. 분절을 통해 메시지를 모두 코드화할 수 있어야 의미를 제대로 전달할 수 있다. 둘째는 조건문"과 반복문 For, While을 표현할 수 있어야 한다. 다양한 조건을 표현할 수 있고, 해당 조건의 충족 여부에 따라 반복 실행을 지시할 수 있어야 한다. 앞서 무한히 늘어날 수 있는 저장 공간과 그것을 읽어낼 수 있는 기계인 튜링 머신은 이론상 풀지 못할 문제가 없다고 했다. 따라서 튜링 머신이 문제의 답을 찾아낼 때까지 머신을 작동시켜야 하는데, 조건문과 반복문을 설정할 수 없다면 답을 찾을 수 없다. 쉽게 말해 튜링 머신은 문제의 답을 찾을 때까지 '노가다'를 반복적으로 지시할 수 있는 명령어다.



이런 두 가지 특징을 결합시켜보자. 특정 작업을 수행하는 과정을 무한히 분할할 수 있고 조건문과 반복문을 무한히 설정할 수 있다면, 아주 세분화된 모듈을 만들 수 있다. 이렇게 탄생한 모듈은 다양한 조합을 통해 무한에 가까운 응용 작업을 수행할 수 있다. 셀 수 없는 모듈을 가지고 시의적절하게 사용할 수 있는 기계, 그것이 바로 비탈 릭 부테린이 고안해낸 튜링 완전한 프로그래밍 언어를 내장한, 블록체인 기반의 분산 컴퓨팅 플랫폼인 이더리움이다.



블록체인은 신뢰에 기반하지 않는 거래 프로토콜이다. 블록체인은 스마트 계약의 난제를 어떻게 해결했을까.



1), 2) 거래 상대방을 믿을 수 있나?→ 믿을 필요가 없다.



3) 스마트 계약의 코드가 제대로 작동하는가? → 스마트 계약의 코드는 오픈소스로 거래 당사자들을 포함한 누구나 검증할 수 있으며 코 드는 블록체인에 전송돼 해킹으로부터 안전하다.



4) 스마트 계약의 법적 효력은 누가 증명해주나? → 스마트 계약이 활 성화되면 기존의 법적 효력을 대체할만한 새로운 서비스가 생겨날 것이고(이미 논의 중이다), 거래 내역은 블록체인의 모든 노드에 전파 돼 사회적으로도 법적으로도 합당하게 소유권이 인정될 수 있는 조건을 충족한다.




영지식 증명은 1985년 미국 매사추세츠 공과대학교 출신의 샤피 골드바세르, 실비오 미칼리, 그리고 찰스 라코프 등 세 명의 연구원에 의해 탄생됐다. 영지식 증명은 반드시 만족해야 하는 세 가지 성 질이 있다. 첫 번째는 완전성이다. 어떤 사실 혹은 문장이 참이면, 경 직한 증명자는 정직한 검증자에게 이 사실을 납득시킬 수 있어야 한다. 완전성이 없다면 증명 자체가 불가능하다. 두 번째는 건실성이다. 어떤 사실 혹은 문장이 거짓이면, 어떠한 악의적인 증명자라도 정직한 검증자에게 해당 내용을 사실이라고 납득시킬 수 없어야 한다. 건실성이 없다면 거짓 증명이 가능하기 때문에 영지식 증명을 사 용할 이유가 없다. 마지막으로 영지식이다. 어떤 사실 혹은 문장이 참이면, 검증자는 해당 내용의 참·거짓 이외에는 아무것도 알 수 없어야 한다. 위의 세 가지 특성 중 어느 한 가지라도 결핍되면 영지식 증명은 성립할 수 없게 된다.




국경 없는 화폐의 대명사는 비자다. 전 세계 어디서나 쓸 수 있는 신용 화폐다. 2018년 1분기 결제액만 2조 달러에 육박한다. 초당 2000개의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인터넷 결제 서비스 페이팔도 초당 처리 가 능한 거래 건수가 200개가 넘는다. 이더리움은 초당 스무 개 수준의 거래만 처리할 수 있다. 초당 몇 건 정도밖에 처리할 수 없는 비트코인 보다는 낫지만, '디지털 오일 Digital Oil' 혹은 '월드 컴퓨터'라기엔 결제 처리 속도가 너무 떨어진다. 역시, 확장성이 문제다. 현재 이더리움의 거래 처리 속도로는 그들이 꿈꾸는 세상을 만들기 어렵다. 일례로 2017년 11월 말, 이더리움 블록체인을 활용한 고양이 수집 게임인 '크립토키티Cryptokitties'라는 애플리케이션 때문에 이더리움 전체 네트워크에 과부하가 걸리기도 했다.



거래 당사자 간의 결제 채널인 라이트닝 네트워크와는 달리 플라 즈마는 개별 블록체인들을 생성하기 때문에 다수의 참여자가 존재한다. 플라즈마 체인에 참여하기 위해서는 루트 체인인 이더리움 블 록체인에 존재하는 스마트 계약에 일종의 담보를 예치해야 한다. 사 실 플라즈마 체인들은 이더리움 블록체인에 존재하는 일종의 스마 트 계약들이다. 이를 플라즈마 계약 Plasma Contract이라고 부른다.



대용량의 데이터를 다양한 플라즈마 체인들에 할당해 처리하고, 처리 결과를 상위 체인에 머클화된 정보로 전송하는 구조를 만들 수 있다. 이를 맵리듀스Map-Reduce 프로그래밍 모델이라고 부른다. 하나의 큰 데이터 덩어리를 나눠 개별 노드들에 전송하고, 노드들은 전송 받은 데이터를 가지고 사전에 입력된 동일한 연산을 수행한다. 여기까지의 과정을 맵핑Mapping 이라고 한다. 이후 노드들은 각각의 연산 결과를 보고하고 이를 합쳐 하나의 가공된 결과 값을 도출해내는데 이를 리듀싱Reducing 이라고 한다.



2018년 4월 19일 기준으로 비트코인 채굴에 사용된 전력이 시 간당 61.7테라와트TWh를 넘어섰다. 시간당 61,7TWH는 스위스(시간당 62.1TWH)의 연간 평균 전력 소비량과 비슷한 수준이다. 모건 스탠리에 따르면, 2018년 연간 비트코인의 전력 소모량은 시간당 128TWH로 아르헨티나와 비슷해질 전망이다. 비트코인 거래 하나를 처리하는데 드는 전력은 비자카드 10만 개의 거래를 처리하는데 필요한 전력 소모량과 같다. 전력 낭비에 뒤따르는 환경오염은 더 심 각하다. 현재 다수의 비트코인 채굴장은 화석 연료를 사용해 만든 전력을 사용한다. 지분증명 방식을 사용하면 막대한 연산 능력이 필요 한 채굴 과정이 생략된다. 전력 소모량이 급감할 것이다.



샤딩은 대량의 데이터를 처리하기 위해 데이터베이스 테이블을 수평 분할해 물리적으로 서로 다른 곳에 분산 저장 및 조회하는 기술이다. 쉽게 말해, 데이터를 분할하고 동일한 연산을 수행하는 컴퓨터에 할당함으로써 데이터 처리 속도를 높이는 방법이다.



하왈라에서는 송금하는 사람이 하왈라 영 업장에 송금을 접수하고 비밀번호를 발급받는 순간, 반대편 송금 받는 사람이 비밀번호만 말하면 돈을 인출할 수 있다. 리플 네트워크를 활용하면 단 몇 초면 국제 송금이 가능하다. 기존의 스위프트망 을 활용할 때는 3~5일은 걸렸다. 수수료 역시 싸다. 세계은행에 따 르면, 2016년 기준으로 국제 송금 규모는 5750억 달러다. 송금하는 과정에서 국내 송금 은행, 현지 은행에 수수료를 이중으로 부담해 야 하고, 환전 수수료에 더해, 수수료가 비싼 스위프트망을 이용해 야 한다. 2017년 4분기 기준으로, 국제 송금 평균 수수료는 송금액의 7.09%다. 하왈라를 이용하면 중개인들에게 약간의 수수료만 내 면 된다. 마찬가지로 리플 네트워크를 활용하는 경우엔 기존 국제 송 금 수수료의 3분의 1 수준이면 된다고 한다. 하왈라가 강력한 이슬 람 공동체에 기반해 거래 안정성을 확보하는 것처럼, 리플 네트워크는 블록체인 기술에 기반해 원장 위변조나 해킹의 위험에서 자유롭다.



블록체인이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거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탈중앙 화에는 비용이 든다. 때로는 중앙화된 인프라를 가지는 것이 서비스로 서 더 좋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어떤 데이터를 추적해야 하는 비즈니스에서는 데이터베이스를 가지는 게 훨씬 낫다. 그렇지만 지불·결제 분야는 탈중앙화가 맞다. 블록체인 결제 네트워크에서는 많은 새로운 것 이 가능하다.

제드 매케일럽



라이트닝 네트워크도 마찬가지다. 현재 비트코인 진영에서 가장 활발히 논의하고 있는 오프체인 솔루션이다. 거래 당사자 간에 사적인 결제 채널을 오픈하고, 해당 채널 안에서 거래를 할 수 있다. 이들 채널을 연결해 네트워크를 만들면 이 네트워크를 통해 번개같이 빠르게 결제가 가능하다. 결제에 10분이 걸리는 비트코인의 전송 속도 문제를 극복할 수 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에서는 이론적으로 무한에 가까운 거래를 처리할 수 있다. 보수적으로 보는 이들도 1초에 수 백만 건은 처리할 수 있을 걸로 본다. 비자카드의 초당 거래 처리 건 수가 2000건, 많아야 6만 5000건이다. 2017년 9월, 라이트코인을 라이트닝 네트워크 기반으로 전송하는 데 성공했다. 성공 소식에 7만 원 선이던 라이트코인 가격이 순간 10만 원 선까지 급등했다.



필자가 국내 최대 자산운용사에서 10년간 일하며 얻은 교훈은 바로 '새로운 투자는 항상 투기라는 오명을 쓴다'는 것이다. 주식을 포 함한 모든 투자 자산이 처음에는 투기라고 비난받거나 무시당했다. 투기라고 손가락질한 바로 그것이 세상을 바꾸고 나서야 통찰력 있는 투자로 인정받게 된다. 개인용 컴퓨터가 그랬고, 인터넷이 그랬 다. 심지어 인터넷은 음란물 유통 외에는 쓸데가 없는 존재로 전락하기도 했었다.

이용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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