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마주하는 불행 앞에서
잔인한 4월이다. 바이러스의 존재를 비웃듯 다양한 형태의 불행이 중환자실에 휘몰아쳤다. 심정지 환자, ECMO를 해야 하는 환자, 고생만 하다가 우리 곁을 떠난 환자 등 수많은 환자분들의 얼굴을 목격한다. 이제는 물품도 없다. 멸균 장갑, 모자, 마스크, 가운을 아껴 쓰고 있는데도 휘몰아치는 불행 앞에서 물품은 턱없이 부족하다.
가족들의 울음소리도 들린다. 미처 세상에서 꽃을 피워보기도 전에 위태로운 상황에 있는 아이, 할 수 있는 치료를 다 해봐도 회복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 어르신, 유니폼이 땀범벅이 되도록 심폐소생술을 했음에도 살릴 수 없었던 환자분. 남아있는 가족들은 눈 앞에 일어난 상황을 받아들이기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다. 시간이 필요했다. 소리를 지르고, 흐느끼고, 격앙된 반응을 토해내는 동안 수술을 받은 또 다른 환자가 중환자실로 내려왔다.
한쪽에서는 흐느끼고, 한쪽에서는 한 사람을 살려보려고 긴박한 상황 가운데 냉정함을 유지하며 환자 곁에 달라붙었다. 총성 소리가 들리지 않았을 뿐이지, 중환자실은 전쟁터를 방불케 했다.
물도 못 마시고 화장실도 못 가면서 8시간 내내 일했는데 인계 시간 즈음에 심정지 환자가 발생했을 때는 울고 싶었다. 아니, 마음속으로 펑펑 울었다. 심폐소생술을 하는 동안에는 아드레날린이 솟구쳐 피곤한 줄도 몰랐는데 2시간이 지났을 즈음, 인수인계를 마쳤을 무렵에는 긴장이 풀리고 피곤함이 몰려와 쓰러질 것 같았다.
중증도가 높아진 만큼 무거워진 중환자실의 공기는 나로 하여금 숨이 탁 막히게 한다. 매일 마주하는 불행 앞에서 동기부여가 잘 되지 않는다. 이런 상황을 아는지 모르는지 애석하게도 불행은 계속해서 찾아온다. 잔인한 4월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