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 경찰은 무엇을 위해 뛰는가_2

의무 동기

by polisopher




“물론 그래야지요. 어떻습니까? 인간의 행위는 다양한 동기에 영향을 받는다고 했지요? 환기차원에서 말씀드리자면, 가령 밥을 먹는 행위는 배를 채우려는 욕구내지는 먹는 게 즐거워서 일 수 있습니다. 또는 먹기 싫어 죽겠는데 엄마에게 혼나지 않으려고 먹는 경우도 있습니다.


이렇듯 밥을 하나 먹어도 우리는 다양한 동기에 영향을 받습니다. 밥의 경우야 어떤 동기에 따라 먹든 그것이 도덕법칙에 지배는 받지 않겠지요. 배를 채우는 것이 목적이든 즐기기 위해서든 혼나기 싫어서든 우리는 그 사람을 부도덕한 식사꾼이라고 말하지는 않으니까요.


하지만 사람과 사람이 관계된 행위에 있어서만큼은 도덕이 시퍼런 눈을 번뜩입니다. 가령 파출소나 형사, 교통부서에서 근무하는 경찰의 과로가 상당하여 그들의 불만이 팽배해졌고 외면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른 상태입니다. 경찰청에서 해결 방법을 찾아보다가 심각성을 인식하고 경찰개혁T/F팀이라는 임시조직을 꾸렸습니다. T/F의 한 기획자는 뭔가 찾아낼 수 있겠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그런데 그는 앞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거 한방이면 현장 직원들에게 공감을 받을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경찰청장 눈과 귀에 들어 특진은 따 놓은 당상이라고 말입니다. 그의 의욕은 타올랐고 마침내 그의 바람대로 현장으로부터 박수 받고, 청장에게도 인정받아 원하던 승진을 하게 되었습니다.


대개 이런 경우‘열심히 노력해서 직원들에게 도움이 되는 정책을 기안하고 그 성과로 승진을 했으니 참 대단해.’라고 칭찬을 받게 됩니다. 맞습니다. 그는 칭찬을 받을 만한 짓을 했습니다. 모두에게 득이 될 만한 일을 했으니까요. 하지만 칭찬 받을 행동이 모두 도덕적이지 않다는 사실입니다. 왜냐하면 그는 승진이라는 자신의 욕망을 채우기 위해서 현장 직원들을 볼모로 삼았기 때문입니다.


말씀드렸듯이 도덕적 가치가 인정되려면 의무에 따른 동기여야 한다고 했습니다. 그러므로 위 기안자의 행위는 의무에 따른 동기라고 할 수 없습니다. 의무에 따른 동기라고 한다면 어떠한 조건이나 결과에 대한 기대 없이 온전히 그 행위 자체가 옳기 때문에 하는 것이니까요.


이런 경우는 어떨까요? 내 뜻대로 하기는 했는데 그 결과가 우연히 모두에게 도움이 되었다면 말입니다. 장난치다가 불을 낸 사람이 깜짝 놀라 허겁지겁 불을 꺼서 마침 인명 피해를 내지 않은 것을 도덕적이라고 할 수 있을까요? 마찬가지로 열심히 일했는데 그 결과 13만 명의 복지에 보탬이 될 만한 일을 했다고 합시다. 모두가 환호하고 기립박수를 보낼 겁니다.


그런데 그가‘실은 나는 오직 승진을 위해 열심히 했을 뿐입니다.’라며 고백한다면 어떨까요? 모두가 그의 노고를 인정하며 박수를 칠지 모릅니다. 어쩌면 그가 승진을 목표로 뛰었다는 사실을 다 알고 있었는지도 모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드러난 그의 속내는 이만저만 불편한 것이 아닙니다. 말하자면 우리는 그의 기술을 인정할지언정 도덕성을 인정하는 것은 아니라고 할 수 있겠지요.


이러한 행태가 일상화 되어 있어서인지 경찰은 도덕감 자체를 아예 잃어버린 것 같습니다. 정글 속 짐승처럼 배고플 때 먹고 졸리면 잤을 뿐, 즉 개인적 욕망을 실컷 해소했다는 이유로 포상이 주어지고 있는데도 누구 하나 똑 부러지게 이의제기를 하지 않고 있으니 말입니다.


숭고, 윤리, 정의 이런 이야기가 어색한 것까지는 이해한다고 칩시다. 그런데 그런 말들의 첫 글자만 꺼내려 해도 콧방귀부터 뀌고 보는 심사를 어디서 찾을 수 있을까요? 당장에 승진을 하면 축하받고 월급도 오르고 명예까지 얻게 되는데 그 딴 것들이 내 이이에 무슨 도움이 되겠느냐 하는 것이겠지요.”


칸트는 목이 탔던지 커피를 연거푸 마셨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