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 머리가 복잡해지네요. 선생의 말씀을 듣는 내내 고개가 끄덕여지면서도 역시 지나치게 엄격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도 실천할 수는 없을 것 같아서……, 결국 이 기준에 따른다면 지구상에 도덕적인 사람은 하나도 없겠지요. 제가 인간을 얕잡아 보고 있는 건가요? 혹시 그들이 도덕적으로 구제받을 수 있는 방법은 없을까요?”
“저의 대답은 매우 간결합니다. 그들의 행위가 그들의 욕구나 욕망 해소에 기초하는 한, 제 아무리 많은 사람을 먹이고 구하여도 도덕적으로 평가해서는 안 됩니다. 물론, 칭찬은 받아야하겠지만요. 그런데 왜 개인의 바람이나 욕구가 도덕적 평가를 받아서는 안 되냐면 이는 조직 전체에 회의와 비아냥을 불러 오기 때문입니다.
앞서 저는 개인이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결과적으로 거국적인 일을 해냈더라도 그 결과에 대한 평가를 받는 것일 뿐, 그 사람의 인격에 대한 존경으로 연결되는 것은 아니라고 말씀드렸습니다. 즉‘그런 결과를 냈으니 고생은 했다만 그래봐야 넌 속물이야 안 그래?’하며 빈정거린다는 겁니다. 이러한 현상은 승진 전반에 대한 불신을 불러 오게 됩니다.
모두가 자신의 이익과 욕심을 채우기 위해 승진을 하는 것이라는 인식이 보편적인 한, 자기 대신 승진한 타인을 비난하지 않을 수 없게 됩니다. 자신이 품었던 만큼 타인도 욕구 해소를 위해 승진을 했다고 폄하해버리기 때문입니다. 꼭 그렇지 않더라도 욕망이라는 것이 최소한 공정한 승진 룰을 훼손한다고는 생각하므로 경쟁자를 추켜세울 아량은 손톱만큼도 없는 것입니다.
K 당신 주변을 둘러보십시오. 특히 연말이 다가올 때 즈음, 달라지는 동료들의 눈빛과 말과 행동을 말입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것들이 끝나고 난 뒤 쏟아내는 말들을 보면 어떻습니까?‘어느 출신이 독점했다.’,‘널널한 부서에서 공부만 하더니 됐다.’,‘역시 승진을 하려면 빽이 있어야 돼’등등 승진이 공정하다는 평가를 들어 본 적이 있었는지 말입니다.
모든 사람이 만족할 수 없는 것이 인사라고 합니다. 틀리지 않은 말입니다. 하지만 70년 동안 그런 말이 반복되었고 비문처럼 굳어져버렸다면 경찰 인사가 공정했던 적이 한 번도 없었다는 것을 현판에 새겨 매단 것이나 다름없지 않겠습니까?
‘이 조직은 70년 동안 공정한 승진 인사를 치러 본 적이 없음을 증명합니다.’
욕구 충족을 위한 승진을 그저 단순한 인간의 경쟁논리로만 해석하여 방치해 온 까닭입니다. 승진은 사실 그 자체만으로 무척 명예로 가득해야합니다. 국민의 생명과 신체 재산 보호를 위해 누구보다 앞장 선 사람들에게 국가의 칭찬과 격려가 담겼기 때문입니다. 즉 앞으로도 더욱 높은 직위에서 국가와 국민을 위해 봉사하라는 국민의 명령이자, 이를 수락하고 다짐하는 의지의 표현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오늘날 경찰의 승진을 놓고 그렇게 생각하는 이가 몇이나 되겠습니까? 오직 투쟁의 결과물이자 출세의 도구일 뿐인 것을요. 명예의 상징이 되어야할 승진이 사장통의 거래물건이 되었으니 그 가치가 어떨지는 우리 모두가 아는 사실 아니겠습니까?
왜 현장경찰관이 조직을 향해 품는 불만이 이처럼 거칠고 가혹한지 이해가 될 겁니다. 명예를 빼앗고 모두를 탐욕의 구렁텅이로 몰아가고 있으며 거기서 빠져나오지 못하도록 사다리를 치워버렸기 때문입니다.”
“선생의 말씀을 들으면서 우리 경찰이 이 문제에 대해서 단 한 번이라도 진지하게 성찰하고 공론화 해 본 적이 있었던가 생각했습니다. 경찰에게는 가장 기본이 되는 주제인데도 잔혹하리만치 외면 받아 온 셈입니다. 심한 자괴감이 드는군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