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바이트 치우기의 달인
현장실습 중인 경관으로부터 까똑
by polisopher Nov 1. 2019
10월의 끝자락, 카톡 한 통이 날아왔다. 오전이든 오후 수업이든 늘 생동감 넘치는 눈빛을 보여줬음은 물론, 틈나는 대로 우리나라 치안수요의 자랑 '돈까스 브랜드' 지구대에 가고 싶다며 호언장담하던 그, 현장 실습 중인 298기 동료였다.
이제 두 달 정도 됐는데 298기 중에 제가 아마도 오바이트를 제일 많이 치우지 않았을까 싶어요 'ㅋ'
인간의 위장 기능이 장애를 일으켰을 때 어떤 참상이 벌어지는지 두 눈으로 똑똑히 지켜보며, 때론 피어오르는 냄새 때문에 원치 않는 음식물 종류 분석을 해버리는 뇌를 원망하면서도 매일 밤 그것들과 만남을 피할 수 없는 현장 경찰들, 그렇게 그는 대한민국 파출소 경관이 되어 가고 있었던 것이다.
거리의 토사물을 흔히 피자에 빗대어 말하곤 한다. <사진=구글>
그의 '자랑 아닌 자랑' 속에서 휘청휘청 술에 취한 대한민국의 밤을 상상할 수 있다. 3만 달러 선진국 국민들의 술에 대한 인식과 이를 숙명처럼 여겨야 하는 '밤의 경찰'의 탄식이 'ㅋ'이라는 한 획에 모두 담겨 있는 듯하니까.
대한민국 경찰이 현장에서 부딪히는 사건의 십중팔구, 특히 밤의 사건은 술을 빼놓고 이야기할 수 없다. 쓰러진 사람, 택시 요금 시비, 무전취식, 가정 폭력, 때린 사람, 아니면 맞은 사람이라도.. 어찌 되었든 면면을 들어다 보면 술이 경찰을 부르고 있음에 틀림없어 보인다.
'술을 금지하면 좋겠다.'거나 '북유럽의 어느 나라처럼 판매 시간이나 장소를 제한하면 좋겠다.' 어리석지만 간절하게도 이런 생각을 늘 했다. 하지만 '술의 민족'에게는 너무나 가혹한 처사 일터...
11월 첫 번째 밤, 마침 불타는 금요일 되시겠다. 그려진다. 알코올로 분무된 거리에서 얼마나 많은 경찰이 쓰러진 자를 일으켜 세우고 있을지. 그러다 순찰차에서 파출소에서 쏟아낸 그들의 오버잇을 또 얼마나 치우게 될지..
굳이 지원해서 여기까지 왜 왔냐라는 말도 많이 들었는데 지내면 지낼수록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힘들 때도 있지만 신고 나갈 때마다 어떤 사건일까 가슴도 두근거리고 일 배우는 것도 참 재미있어요.
현장 실습 2개월, 그는 그가 어떤 길을 가게 될지 충분히 파악했던 모양이다. 말하자면 알코올 내 진동하는 음산한 밤거리에서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발견하였고, 그 곳에서 빛의 통로가 될 수 있으리라 주먹을 불끈 쥔 것 같다. 대견하다. 존경스럽다. 하지만 마음 한 구석이 짠한 건 어쩔 수 없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