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의 착각, 신임 경찰 301기

by polisophe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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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임 경찰 301기의 최대 관심은 어떻게 하면 해방을 만끽할 수 있는가에 있지 않다. 선택의 여지없이 단절된 이 아름답고 청정한 교정에서 샘솟는 욕구를 다스리는 데 있다. 혀끝 알싸한 알코올의 몽환적 이상도, 지글지글 끓어대며 기름기 잔뜩 머금은 노릇한 삼겹살의 때깔도, 사랑하는 연인과의 숨 막히는 스킨십도, 코로나 19의 확진자 수가 매일 업데이트됨에 따라 언젠가 터트리고야 말 분풀이처럼 현실에서 멀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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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 시즌1이 시작되고 얼마 후 꼬깃꼬깃 구겨진 메모지를 들고 젊은 경관 한 명이 찾아왔다. 역할극 동아리를 만들고 싶으니 도와달라는 거였다. 현장에서 부딪히게 될 여러 상황을 후보생들이 자발적으로 연출과 연기를 할 터이니 훈수를 둬 달라는 뜻이겠다. 뮤지컬을 전공했다는 그녀의 목소리는 자신감을 넘은 확신을 가지고 있었으니 그 요청 아닌 강권에 당황해하면서도 두 다리는 그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교수님도 나도 열정이 있으니 해볼 만하다”라니..

좋은 경찰이 되고 싶다는 한 후보생의 바람에서 시작된 동아리, 그들은 그렇게 경찰이 되어가고 있었다. (c)대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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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에서 자유로울 수 있겠다는 보도를 접할 즈음이었으나 웬걸 기하급수적 증가의 전운이 감 돌았고 마침내 봇물 터지듯 세상은 그것들 손아귀에 들어가기 시작했다. 일상은 통제되었다. 친구와 가족을 만나는 것도 허락받지 못했다. 아니 용서받지 못했다. 처음엔 사람들은 사람들을 '의심'하게 되었지만 마침내 '증오'하게 되었다. 한 나라에서 시작된 먼 나라 불구경이 화산 폭발하듯 터지더니 바이러스와 혐오의 잿더미를 지구촌 곳곳에 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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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앙경찰학교 1700여 명의 젊은 경관들은 어쩌면 이제까지 접해보지 못했을 제한된 시간ㆍ공간에서 어색한 수도원 생활을 하고 있다. 덕분에 코로나는 아직 이곳을 넘보지 못하고 있다. 이 불가피한 처지는 몇몇 젊은 경관들을 흔들어 그들 안에 잠재된 재능을 깨웠다. 그렇게 낯선 이들이 모여 생각과 경험을 나누고 무대 위에서 여러 시선을 받으며 울고 웃었다. 그들은 그때 알았다. 이런 게 경찰관임을.

경찰이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바로 저들에게 답을 들으라고 하겠다. (c)대파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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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주가 지나면 젊은 경관들은 학교에서만 7주를 보내게 된다. 뜨겁디 뜨거운 그들의 욕망은 Pause 되고 있다. 바이러스는 낄낄거리고 있을 테지. 하지만 그들은 더 이상 코로나 따위에 동요되지 않는 모양새다. 오히려 시간과 공간을 컨트롤하고 있다. 몰입은 깊어지고 그럴수록 재능은 샘솟는다. 코로나가 세를 가다듬어 3차 공격을 시작했지만 젊은 경관들은 보란 듯 최상이 되어가고 있다.


ㆍ대한민국 파출소 경관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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