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늦깎이 구글 인터뷰 경험 - 2

너무 친절하게 진행되어서...

이력서 던져놓고 그래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이리저리 내역을 알아보던차에 갑자기 알록달록 구글 로고 색상의 메일이 하나 날라왔다. 첫번째 HR 전화 인터뷰를 하자는 내역과 가용 가능한 시간을 알려주면 그에 맞춰 편한 전화번호로 시간맞춰 연락을 주겠다는...


한편으로 기쁘기도 하고 놀랍기도하고, 복합적인 감정이 다양하게 휩쓸고 지나갔고, 뭐 그래도 설마 하는 생각에 담담하게 대하면 되겠지 하는 근거없는 자신감(절대 가지면 안되었던...)으로 내 이력서 내역만 다시한번 숙지하고 지나갔다. 그러나... 인터뷰 약속 시간 확정 회신을 하고 담당자와 통화 시간이 다가오기 시작하자 불안감이 엄습하기 시작해서 광속으로 구글링 시작해 유투브와 거의 모든 미디어에 노출된 구글 인터뷰 사례들을 검색하여 확인해 봤다. 아니나 다를까, 갑자기 높은 구글의 진입장벽을 확인할 수 있는 몇가지 사항들이 나타났는데...


1. 대학 학부 점수를 확인하기에 이를 잘 설명하거나 문제시 될 수 있다.

2. 구글리한 태도와 내부 업무 방식에 대해 미리 숙지하고 있어야 된다.

3. 프로그래밍 능력과 코딩 실력이 중요하다.


이런 덴장, 3가지 모두 내경력이나 이력에 부합된게 하나도 없구만... 학부 점수는 거의 메이저리그 투수 방어율에 가깝고 그나마 그게 뭔 대수냐고 이제까지 자신있게 학적부를 떼어본적이 없을 정도이다. 해외 대학이라는 타이틀만 그나마 유지하고 있었고, 이미 20여년 지난 대학교 이력을 요구하거나 졸업장 이외 학적기록을 달라고 했던 유수의 한국 기업들은 한군데도 없었기에 그냥저냥 경력으로 밀어 붙이고 있었던 사항이며, 대부분 최종 평점 정도만 간략히 기록해 주면 모두 넘어갔던 사항인데... 우짜야 할까나... 반나절을 고민했다. 거의 멘붕에 포기상태까지 갔다가 혹시나 하는 마음에 다시 폭풍 검색 중, 최근 변경된 구글 내부 인사 정책에 대한 칼럼을 LinkedIn 포럼 중에서 발견. 2015년부터 바뀐 구글 내부 인사 정책에 의거, 지원자의 학부 점수와 심리 테스트 등 압박성 질문 등이 입사 인터뷰에서 제외 된 것을 발견했다. 


https://careers.google.com/how-we-hire/

얘기인 즉슨, 이전에 고학력의 높은 성과 성취자들 위주로 인재를 뽑아 놨더니 개중에 약 7x% 이상이 실제 업무 능력이나 실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이직을 하거나 그만 두는 경우가 많았다고 한다. 압박 면접도 실제 일잘하는 인원하고 전혀 상관이 없는 것을 발견하고 제거했단다. 무슨 이런 기쁜 소식이... ㅎㅎ 


실제로 이전에 있던 대기업에서 내가 면접관으로 옆에 있던 다른 면접관이 압박 면접식으로 계속 도돌이 질문이나 머리 터지는 질문 던지는 거 보면서 당황하는 지원자와 또 그에따른 거의 울기 직전까지 몰아가는 멘탈 공격을 보면서 참 내가 더 안타깝게 생각했던 적이 있었다. 물론 내가 그런 상황에 몰리면 내 자신도 버틸 수 있을지 경력자로서도 의심이 들기도 하지만... 대학교 갓 졸업한 초년생도 그렇고 기 경력자 뽑을때도 그렇고 이러한 Brainteaser나 압박 면접은 실제 실무 능력이나 협업 능력을 보는게 아니라 그냥 인내심 테스트에 가까울 뿐이다. 입사하기 전부터 멘탈을 갈아내서 어떤 창의적인 업무 성과를 기대할 수 있을까? 특히 소프트웨어나 다가오는 AI시대에 직원들의 창의성이 가장 필요로 하는 업무 능력인데 뭐 어쩌려고... 


아니나 다를까 역시 구글! 이라는 감탄을 하면서 HR 전화 인터뷰를 진행하였다.


Google HR: Hello Patrick? I am XXX and calling from Goolge HR...

나: Hello, hi.. how are you, and yes I am Patrick...


뭐 별다른 어려운 점 없이 Smooth하게 HR 인터뷰는 진행되었다. 주로 이전 회사 이력에 대해 물어보고 각 회사에서 이직하게 된 경위와 다음 Career로 이동하면서 내가 추구했던 내역은 어떤 것이고, Skill Set 중에 의문나는 사항이나 해당 직무와 연관된 Skill 등을 기본적으로 갖추고 있는지 정도만 간략히 물어 보았고, 나도 그에따라 큰 문제 없이 이런저런 이직 사유와 각 회사 이력별 달성한 성과, 그리고 해당 직무에 따른 Skill Experience 등 설명하면서 진행되었다. 원래 30분을 계획하고 진행한 사항인데, 내가 많이 떠들고 마지막 질문을 몇가지 하는 덕분에 약 45분 가량 진행되었는데, 다음 Schedule로 인해 더 길게 못하니 나머지 부족하거나 추가 내역은 이메일로 연락 주겠다고 하면서 Closing이 되었다. 그러는 와중에도 다음 Step에 대한 안내와 앞으로 어떻게 진행될 것인지에 대해 보내주겠다고 해서 또 놀랬다. 대부분의 일반 회사들은 처음 HR 인터뷰 끝내고 이후 진행에 대해 바로 얘기하지 않고 나중에 알려 주겠다는 식이 보통 이전 경험이었기 때문이다.


나: Thank you and will see you soon!


여기까지만 해도 느낌은 좋았다. 통화가 끝나고 1시간 채 안되는 사이에 몇통의 메일이 연속해서 날라왔다. 첫번째는 바로 통화한 HR Hiring Manager인데 다음번 일정을 잡을 예정이니 현재 사용하는 Gmail Account 에 딸린 Calendar Link와 Hangout Invitation을 보낼테니 그에 맞춰 수락해 놓으라는 얘기와 함께 지원한 업무 프로파일에 따른 세부 설명을 곁들여 PDF 파일로 보내왔다. 약 2장 정도 원래 공지상에 나왔던 Job Description (JD)를 좀 더 풀어쓴 정도? 나름 세심함과 배려, 그리고 설명의 정도에 또다시 감명 받으면서 편지지 위아래 색색이 박혀있는 구글 로고 색상이 그렇게 이뻐 보일 수가 없었다. 

두번째 메일은 역시 같은 친구인데 이번에는 몇명 다른 인원들을 연결했다. 영국쪽에 있는 Hangout 기술지원 담당자로 Video Call 연결 테스팅을 해줄 HR 지원부서인데 이후 진행할 산호세쪽 실무팀과 Video Call에서 문제가 없도록 해주겠다는 내역과, 실제 산호세 실무팀 책임자와 인터뷰 일정을 이후 Google Calendar로 보내줄테니 그에 맞춰 승인해 달라는 내역, 그리고 본인이 휴가를 갈 수 있으니 담당 보조로 백업 Hiring Manager를 할당했으니 연락이 없을 경우 대신 그쪽으로 연락하라는 등등... 이건 뭐 일반 업무 진행 수준이 너무 디테일하기도 하지만, 역시 이정도 되니 착실히 움직이는 기반이 있구나라고 감탄의 연발을 하게 만드는 내역들이 전부였다. 


자, 내가 지원했던 부분은 Technical Program Manager (TPM) 부분이었다. 일반적인 프로젝트 관리 수준이 아닌 전반적인 Program의 전략과 방향성, 그리고 그에따른 각 Stakeholder들의 이해상충관계를 조정하며 개별 프로젝트의 운영과 중지, 또는 예산과 자원 운용의 효율성 등을 총체적으로 통합 관리하는 위치인데, 직접적으로 프로그램 코딩을 할 필요성은 없으나 그래도 코드를 읽고 이해하고 각 실무 진행에 해당하는 디버깅과 문제 해결 능력 등을 골고루 갖추고 있어야 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프로그래밍 능력에 대해 직접 코딩이 아닌데 머... 하면서 이전 개발 업무에서 발현한 나의 발코딩 실력에 근거없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까지 했다.


어쨌거나 첫번쨰 관문인 HR 전화 인터뷰를 성공리에 마치고 다음 단계로 한발짝식 움직여 가고 있었고 1주일 채 안되어 두번째 관문인 실무 책임자와의 Video Call 시간이 되었다. 원래는 바로 HR 인터뷰 진행 주차에 진행될 예정이었으나 미쿡의 추수감사절 이벤트로 인해 업무 공백이 발생함과 동시에 내부 사정으로 인해 연기된다고 친절하게 메일이 오고 또 Hiring Manager 본인이 Hangout 메시지도 같이 보내주기까지 했다. 바로 직전 Testing으로 진행한 Hangout Video Call은 별로 성공적이지 못했으나 뭐 별다른 문제점이야 없을 것으로 보이고 PC에 Hangout Client 설치까지 끝내고 2차 실무 Video Call을 진행했다.


Google 실무 책임자: Hello? can you see me?

나: Hi, I am Patrick, nice to see you...!


산호세 시간에 맞춰 아침 일찍 인터뷰 시간을 잡았으나 놀랍게도 담당자는 Seoul에 있었고 호텔방에서 단독으로 Singapore에 있는 나와 Video Call을 열었다. 얘기인 즉, 현재 진행하는 프로젝트가 많이 지연된데다 Customer쪽 서버 구현을 사업자가 일방적으로 내년으로 지연시키려하여 급하게 회의를 잡고 Seoul 출장을 진행했다고 한다. 그래서 주말까지 한국 업무 진행을 한 이후에 Singapore로 넘어와 Face to face로 실무 면담을 진행하는게 3번째 Step이라는 것까지 얘기했고... 실무 책임자와 현재 프로젝트 진행 사항이나 이전 업무이력 등 간략히 얘기한다던게 아시아권 사업자들 성격이나 이력 등 점점 길어지는 스토리에다 시차로 인해 눈이 슬슬 감기는 것을 보고 잽싸게 Closing 멘트를 날려 주었다. 다음주에 Singapore 와서 직접 보면서 더 깊은 얘기를 해보자고 하면서, 한국에서 프로젝트 미팅 잘 진행되기를 바란다는 친절한 인사도 곁들여서 마무리 하였다. 마지막에 숙제를 하나 던져 줄테니 의무 사항은 아닌데 그래도 다음 면담 일정 이전까지 고민하고 생각해서 풀어보라고(?) 하면서 메일과 구글 드라이브로 공유해 주겠다고 했다. 마찬가지로 크게 무리 없이 Video Call을 끝내고 룰루랄라 하면서 정리하긴 했으나 이때까지 실제 가장 큰 시련이 기다리고 있을 줄은 꿈에도 생각치 못했다. 


스스로 Video Call 진행한 내역에 대해 자아비판을 해본 결과, 이야기를 너무 장황하게 끌고가는 경향이 나타난 것으로 판단하였다. 당연하지, 회사에서 보고를 하는 쪽이기 보다 최근에는 보고를 받는 쪽이 대부분이었고, 특히 영업쪽 인간들은 무슨 말이던 구구절절 장황하게 얘기하는게 능력이라도 되는냥 두서없이 풀어놓는게 다반사였다. 스스로 알아서 정리하거나 요약해서 핵심만 말하는 능력은 이런 실력없는 인간들과 생활하면서 나마저 퇴행한 저질 언어구사 및 보고실력을 퇴보시킨 결과를 가진게 아닌가하고 생각되었다. 그러면서 주마등처러 지나가는 옛날 같이 일하던 인간들 중에... 마케팅 기획부문에 부장님이 한분 생각이 났다. 이분은 새로운 아이디어나 마케팅 기획 능력 뭐 이런건 안중에도 없고 평소때도 무슨일 하는지 뭔 시장 조사를 하는지 등등 알수도 없었을 뿐 아니라 대부분의 시간을 본사 출장과 휴가로 소진하는 월급 루팡에 가까운 분이었다. 거기다 대기업 고참 부장이니 고액 연봉자에 독신이기마저 해서 화려한 솔로 생활하시는 분이었으나... 이분의 초능력은 회의 시작이나 중간엔 안보인다. 아니 그냥 앉아 있는 꿔다놓은 보릿자루이고 업무 의견이나 참신한 아이디어는 개뿔... 그냥 자기가 모르거나 처음 듣는 사항에 대해서만 간략히 질문하고 이해하면서 끄덕끄덕 넘어간다. 회의 안건으로 제시된 문제사항이나 이슈 등은 나머지 참석자들이 머리터지게 싸우거나 흥분해서 얼굴뻘개지며 목청 돋구고 큰소리 쳐도 담담히 듣고 있다가... 초능력의 시간은 항상 마지막에 왔다. 슈퍼 정리... 화이트 보드나 프로젝터 화면을 땡겨서 연결한 후, 각 파트와 사안들에 대해 조목조목 요약하고, 프로세스 결론난 사항에 대해 Action Item으로 만들어 부연 설명하며, 이를 각 담당자에게 던져주면서 완료 날짜를 받아내거나 일정을 정하게 만든다. 이렇게 회의 마지막에 나타난 슈퍼맨 역할로 해당 회의 참석자들은 모두 숙제를 몇가지씩 공평(?)하게 받은 후 본인은 아무런 추가업무 할당을 받지 않고 이를 정리한 공덕을 차지하고 유유히 회의실을 떠나는...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참으로 괴짜였던데다 Value Add하는 거 하나도 없었기도 하고, 저렇게 대기업에서 연차 쌓아 진급해서 먹고 살기도 하는구나 라는 견본이었으나, 당장 다음 구글 인터뷰를 준비하는 나에게 꼭 필요한 스킬로 인식되는 능력자 샘플이기도 했다. 그렇다고 당장 몇일만에 해당 부장님을 연락해 요약 정리 스킬을 전수해 달라고 할 수도 없는 상황이기도 했고, 이는 다년간 경험과 연륜에서 배어나온 뺀질한 감각이 필요한 사항이기에 급하게 나마 스스로 알아서 준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니...


하루가 채 지나기 전에 장장 4페이지짜리 PDF로 된 실무 인터뷰 가이드와 코딩 인터뷰 가이드 문서가 메일로 전달되었다. 뭐가 이렇게 구구절절 많은지... 디테일의 끝을 보는 듯했다. 시스템 로그를 Google Drive에서 다운로드 받아서 분석 프로그램을 돌려서 확인한 후에... 등등. 실제 실무를 하게 될 경우 각 직무를 진행함에 있어 필요로 하는 스킬과 본인의 이전 프로젝트와 연관성에 대해 간략히 연결 설명을 준비해 보라는 내역과 가장 자신있는 프로그래밍 언어를 하나 선택해서 그에 맞춰 코딩 인터뷰를 준비하도록 하라고 하는 Instruction. 그리고 관련해서 가이드라고 할 수 있는 Google HR 사이트에 올라있는 Coding Interview Youtube Video 링크까지... 너무나 디테일한 가이드와 사전 Instuction들에 대해 준비할 시간은 약 1주일 내외. 그나마 이것도 실무 담당자가 출장으로 인해 늦어졌기에 이정도 준비 기간이 주어진 것이지 보통은 바로 몇일내 진행되는게 일반적이라고 한다. Hiring Manager가 추가적으로 필요한 사항은 언제든지 물어보거나 메일로 주면 실무 책임자와 주변 엔지니어 통해서 알려 주겠다고 Comment까지 달려 있었다. 


가장 자신있는 언어는 C/C++, Java 및 Perl 중에서... 가장 만만한 Perl이라고 대답을 했다. 이때까지만해도 Computer Science와 Engineering 분야 근간에 대해보다 주로 실무 질문이 나올 것이라 예상을 했었고 가이드 문서에 주어진 사전 숙제 항목도 일반적인 XML이나 SQL DB 사용한 연동 분석, 그리고 프로젝트 운영 방법론과 기법, 마지막으로 Googleyness한 사고방식에 따른 Out-of-box-thinking 등이 주된 내역이었다. 


운명을 결정지을 Coding 면접을 1주일 앞에두고 벼락치기 신공과 Self-talking Summarization Skill을 반복적으로 진행하였다. 옆에서 보면 미친사람으로 보였을지도 모르지만 쓰레기통 옆에서 혼자서 떠들거나 화장실 거울 보면서 계속적으로 자신에 대한 내역, 프로젝트 이력 설명 요약, 그리고 코딩 기술 등에 대해 쉴새없이 영어로 떠들기 시작했다. 


작가의 이전글 늦깎이 구글 인터뷰 경험 - 1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