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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기타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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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현주 Jun 20. 2017

한국에 돌아갈래



여행은 돌아오는 것

스페인에서 프랑크푸르트로 돌아왔다.

하늘이 푸르다.

바람한 점 느껴지지 않고 구름도 하나 보이질 않는다.

세상은 역시나 그대로인데 그 속에서 변한 거라고는 아무래도 나 하나인 눈치이다.

 

생각이 많아졌다.

스페인에서의 하루하루가 아무래도 내 머리에 방아쇠를 크게 당긴 게 분명하다.

나는 예전과 비교하여 사색을 즐기는 시간을 갖기 시작했다. 분명 이름만 하이델베르크에 있는 곳과 같은 길인데 집 앞에 나 있는 철학자의 길을 자주 거닐어서인지 모르겠다. 가벼운 옷차림에 휴대폰 대신에 책 한 권을 든 채 집을 나서는게 익숙해졌다. 나의 내년을 생각하고 나의십 년 뒤를 생각하는 것도 설렜다. 이런 생각들을 왜 그 동안 등한시 한 건지. 보이는 것에 삶이 맞춰져 있던 내가보이지 않는, 양이나 무게가 확인이 되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배고픈 소크라테스가 되어가는것 같다.

 



꿈과 여유. 

내가이곳 독일 프랑크푸르트로 건너오면서 생각했던 두 가지이다.

삶의여유를 찾고 싶었고 행복하다는 걸 느끼고 싶었다. 한국에서의 삶이 여유가 없다고 생각했었고, 내가 하는 일이 나의 꿈과 어울리지 않는다고 단정지었다. 숨을 쉬고 일을 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쉴 틈 없이 살아온 것 같은데 행복하지 않았다. 나의 꿈이 펼쳐진 길과 걸어가고 있는 길이 다르다고현실을 부인했다. 아니, 꿈이라는 게 어떤 것이었는지 형체가 아득하기만 했다. 그러던 내가 독일로 떠나와 지내면서 내가 했던 커다란 오해의 근원을 발견했다. 

그 동안의 내가 한국에서 꿈과 여유를 찾지 못했던 건 한국이어서가 아니었다. 여유를 즐길 줄 모르는 내가 내 눈을 가리고 있었고 내가 원하는 일은 언제나 ‘주변 사람들이 봤을 때 꽤나 그럴싸한’이라는 조건을 붙여 두었다. 그렇게 삼십 년을 살아왔다. 누군가에게 그럴싸한 사람이 되려고 발버둥쳤던 나날들이 계속해서 떠올랐다. 이게 나의 꿈이 아니었음을 너무도 오랜 세월을 돌아와 깨달은 것 같지만 앞으로도 천천히 내 모습을 아름답게 가꿔갈 수 있는 자신이 생겼다.

 

방문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스페인 바스크의 한 식당에서 @바스크, 스페인


스페인에서 독일로 돌아 온지 이틀 뒤,

나는 한국으로 돌아가는 항공권을 알아봤다.

그리고한 달이 지나, 나는 십 개월간의 여정을 마무리하고 한국에 돌아왔다. 한국을 떠날 때에도, 또다시 돌아갈 때에도 생각은 깊었고 행동은 질척이지 않았다. 여행이라고 말하기에 적지 않은 시간이라고 할 수 있지만 내가 가야 하는 삶의 방향을 알게 되는데 오랜 시간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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