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7.11

코로나 일기

by 김패티

고 박원순 서울시장 장례식을 두고 부부 싸움을 한 집이 있다는 기사의 제목을 읽었다.

그보다 앞서 조문을 안 가겠다는 어느 젊은 정당인의 발언이 보도되었고

대권을 꿈꾼다는 이의 조문을 반대한다는 발언도 기사화되었다.

나아가 박 시장 조문은 2차가해이며 서울시민장으로 치르는 일은 세금 낭비라고,

그보다 우선 할 일은 피해를 밝히고 2차 가해를 막을 방법을 강구하라며 법의 잣대를 들이대는 중진 국회의원도 있다.

청와대 게시판엔 서울특별시장(시민장례식)을 반대한다는 서명을 한 사람이 30만이 넘었다는 기사도 있고

가고 안 가고는 선택의 문제인데, 안 가면 되었지 그걸 정쟁화할 필요가 있었느냐는 말도 실렸다.

남의 죽음을 조롱하는 듯 유튜브로 방송을 했다는 사람들이 크게 웃는 사진도 있다.

경찰 브리핑에 참석했던 어떤 기자의 '박시장이 목을 매 죽었느냐'는 질문이 방송에 그대로 송출되기도 했다.

한편 박원순 시장이 자신을 성추행했다고 고소한 전직 비서관 신상정보 털기에 나선 사람도 있고,

죽음은 안타까우나 의혹은 해소되어야 한다는 사람도 있다.

이 모두 인간이란 무엇인가를 아프게 묻게 하는 모습들이다.

아침 식탁을 준비하다 박 시장의 장례절차에 대한 이야기가 나왔다.

가족장으로 조용히 치르고 분향소 정도만 설치했더라면 좋았겠다는 의견도 있고

다른 의견도 나왔으나 다들 한두 마디 하고는 바로 화제를 돌렸다.


고 박원순 서울 시장. '진보적 인권 변호사', '3선 서울시장',

그외에도 그를 이루는 결들은 얼마나 많을 것인가.

전직 비서의 성추행 고발사건을 보면서

특히 '인권'에 대해 번민이 깊었을 시간에 그는 외롭기도 했겠다 짐작한다.

안 그럴거 같은 사람이 왜 그랬을까. 어떻게 될지 모르지 않았을 텐데. 스스로를 배신하지 말았어야했다. .

그렇지만 죽음으로도 못 갚을 죄가 있나보다.

우리에게 마음놓고 애도도 못하게 해놓고 가버리다니.

생명이란 게 공기 든 풍선처럼 놓아버리면 끝나는 것인가.

죽음은 허망하고 떠도는 말들은 무참하다.


나도 같은 선택을 했을 것 같다. 시장의 비극적 소식을 들었을 때 제일 먼저 든 생각이었다.

자살은 무책임하고 하수 중에 하수라고 말들 하지만 나도 그랬을 것 같다. 폭풍으로 다가올 고통이 두려워 고통을 끊어버리는 방법을 택했을 것이다.

그럴 때 어떻게 비겁하지 않을 수 있을까.

자살을 옹호하지는 않지만 나는 묻게 된다.

그를 믿어온 사람들, 아내와 자식과 동료와 벗과 동지와 ---.

그들의 얼굴을 어떻게 볼 수 있을까.

그는 죽음의 장소까지 가는 동안, 마지막 순간이 몹시 괴로웠을 것이다.

자신이 한 말과 행동을 곱씹으면서 사람들의 경멸과 조소와 자신의 수치를 떠올렸을 것이다.

회한에 눈물이 앞을 가렸을 것이다.

머리가 깨질 듯 아프고, 무섭고, 외로웠을 것이다.

위선자라는 손가락질은 어떡하며 자신을 믿었던 사람들이 배신감에 떠는 모습은 어찌 볼 것인가.

무엇을 언제 어디서 잘못했는지를 일일이 고백해야하는 순간이 다가왔을 때

수치스러운 수모를 모르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그는 비겁한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래서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 스스로를 배신하지 말았어야 했다.

일 잘했고, 약자를 도왔으며, 열심히 살았다고 그를 아는 모든 사람들이 말해줄거라 믿었어도

그러면 안 되는 거였다. 아무리 '잘' 살았어도 당신들은 그러면 안되었다.

이제 그는 죽음으로써 모든 잘못을 인정한 게 되었다.

그렇게 죽음으로써 우리를 맘껏 애도하지도 못하게 했다.

내 안에서 분열이 일어나게 한, 마음이 힘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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