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6

코로나 일기

by 김패티

글쓰기 수업에서 과제 첨삭과 함께 점검하는 게 하나 더 있다.

필사하기다.

코로나19 때문에 시작한 온라인 글쓰기 교실,

수업이 진행되는 온라인 글쓰기 교실에서 필사는 자유다.

오프 수업에서도 강제는 아니지만 자신에게 맞는 것을 골라서 필사를 해보자고 한다.

내가 생각하는 자신에게 맞는 것이란 자신의 관심사를 다룬 글, 닮고 싶은 문체의 글, 좋아하는 작가의 글, 구성이나 표현이 훌륭한 글을 말한다.

이 중 한 가지만 맞아도 좋으니 지속적으로 할 수 있는 것을 꾸준히 필사해 보자고 했다.


학습자들은 자신에게 맞는 것, 혹은 자신이 좋아하는 게 있다 하더라도

누구의 글이 그런지 알 수 없으니 책 몇 권을 골라 주거나 작가를 선정해 달라고 했다.

필사에 관한 책이 여럿 있기도 해서 그것들을 한두 권을 추천히기도 하고

주관적으로 내가 좋아하는 작가, 문체의 글 등을 추천했다.

글쓰기 공부를 하는 사람들이니 글쓰기에 대한 담론 모음 같은 글도 추천했다.


12회 수업을 하는 동안 하루도 거르지 않고 글을 쓴 사람이 두 명있었다.

한 주간으로 시간을 넓게 잡으면 그래도 주 3회 이상 쓰는 사람이 참가자의 절반 정도.

꾸준히 쓰기는 하지만 필사 자료가 자주 바뀌는 사람도 있고,

처음 몇 번은 쓰다 더 이상 쓰지 않는 사람, 처음부터 시작하지 않은 사람 등, 다양했다.


필사가 글을 잘 쓸 수있는 모든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필사를 해보자 한 것은

무엇보다 글쓰는 몸을 만들기 위해서였다.

나는 책상에 앉으면 두 가지 방법으로 자세를 잡는다. 하나는 소리내 읽기 다른 하나는 필사하기.

책 한 권을 꾸준히 읽거나 꾸준히 필사한다.

길면 20분 짧으면 5분 안에 책상에 앉아 할 일을 할만한 태세가 갖춰진다.

글쓰기 공부를 하는 이들에게 권하는 또 하나의 필사 목적은 작가들의 필사 목적과 크게 다르지 않다.

신경숙, 최명희, 안도현, 정호승, 오에 겐자부로, 하먼 멜빌, 서머싯 모옴 ----.

그밖에 얼마나 많은 작가들이 필사를 했던가?



여름방학이었다. 정읍에 부모님이 살고 계시므로 그곳에서 여름을 지내고 있던 중이었다. 서정인의 강을 읽고 그대로 옮겨 써보고 싶은 충동으로 만년필에 잉크를 채웠다. 나는 그 여름을 온통 내 노트에 선배들의 소설을 옮겨 적는 일을 하며 지냈다. 최인훈의 웃음소리, 김승옥의 무진기행. 이제하의 태평양, 오정희의 중국인 거리, 이청준의 눈길, 윤홍길의 장마, 최창학의 창, 강호무의 화류상사....

그냥 눈으로 읽을 때와 한자 한자 노트에 옮겨 적어볼 때와 그 소설들의 느낌은 달랐다. 소설 밑바닥을 흐르고 있는 양감을 훨씬 더 세밀히 느낄 수 있었다. 그 부조리들, 그 절망감들, 그 미학들.

-신경숙, <아름다운 그늘> '필사로 보냈던 여름'


어린 내가, 자기 마음에 든 책에서, 고전도 포함해서,

한 구절을 옮겨 적는 습관을 들인 것은 무엇 때문이었을까요?

우선 책을 사서 내 것으로 하게 꽤 어려웠다는 점을 꼽겠습니다.

이웃 마을에 책방이 있었지만, 새로운 책이 들어오지 않았습니다.

돈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역시 그것은 내가 종이에 글을 옮겨 적는 일을 좋아하는 소년이었기 때문입니다.

몇 번 옮기면서 정확하게 익히려는 마음도 생겼습니다. 부정확하게 익히는 것은 익히지 않는 것보다 훨씬 나쁘다고 아버지가 내게 말씀했습니다.

-오에 겐자부로, <'나의 나무' 아래에서>



작가들은 한결같이 필사한 글을 받아들여서 모방하다 통달해버렸다.

그것이 소설로, 시로, 산문으로 다시 태어났다.

온라인 교실에서 글쓰기 공부를 하는 이들도 거기까지 도달할 수 있을까!


온라인 글쓰기 교실 3차를 진행 중이다.

월화수목금---. 매일 쓴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 일인데,

그걸 해내는 사람이 있다.

그런 노력을 하는 사람들에게 그냥 지나가는 것은 없다.

어떤 식으로든 생김새와 됨됨이를 새로 만들어 준다.

그러나 변화하는 동안은 변화를 알지 못한다.

변화를 느끼지 못할 때는 방황하게 된다.

그럴 때 유혹하는 것도 많다.

변화를 알지 못하니 쉽게 마음을 빼앗긴다.

지나고 나서 변했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모르기도 하고. 모든 건 지나고 나서야 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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