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8.15

코로나 일기

by 김패티

한국인들에게 아무렇지도 않은 '니가(네가)'가 주로 영어권에서 일반적으로 흑인을 가리키는 모멸적인 용어 니거( Nigger) 또는 비슷한 말인 니가( Nigga)로 오해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니가'는 흑인들 사이에서는 '이놈아', '임마', 'bro'라는 의미로 사용이 되고 있다. 격식 차리지 않고 같은 흑인 친구를 아주 친근감 있게 '니가'라고 부르기도 한다. 흔히 한국인들이 친한 사이에서 "야 인마"라고 부르는 것과 같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모르는 이에게 "야 인마"하고 부른다면 그건 다른 상황이 되는 것처럼 '니가'도 오해하는 일이 생길 수 있다는 것이다.

의도하지 않았지만 오해받고 오해할 수 있는 일이 생겼다. 의정부고등학교에서 졸업사진을 찍던 아이들이 가나의 장례풍습인 흑인분장을 하고 음악에 맞춰 관을 메고 춤을 주는 장례문화를 패러디한 사진에서 발단한다. 이 사진을 본 샘 오취리(가나 출신 방송인)가 문제제기를 했다. 자신의 SNS에 의정부고 "관짝 소년단" 패러디 사진을 공개하며 안타깝고 슬프고 웃기지 않다고 했다. 흑인 입장에서 보면 불쾌한 사진이라고 비판한 것이다. 문화따라하기는 이해할 수 있는데, 굳이 얼굴에 검정분장을 했어야 했느냐 하면서 '블랙페이스 ' 분장을 비판했다. 정작 논란의 당사자들인 의정부고 학생들은 전혀 의도 없었다, 재미있는 현상이어서 따라 했을 뿐이라고 한다. 그러나 SNS에서는 아이들의 해명과는 달리 샘 오취리를 옹호하는 입장과 샘 오취리의 행동을 비판하는 입장으로 갈리어 논쟁이 분분하다. 인종차별로 비화할 필요 없다는 측의 주장에는 학생들을 비판한 샘 오취리도 눈 찢기 등으로 동양인을 비하한 일이 있었음을 들었다.

블랙페이스( blackface)는 흑인 이외의 출연자가 흑인을 연기하기 위해 하는 무대 메이크업이자 그 메이크업을 한 공연자와 공연을 의미한다. 1848년까지 블랙페이스의 민스트럴 쇼가 미국에서 유행하고 오페라 등 공식적인 작품을 다시 만들어 일반인들에게 유행시켰다. 민스트럴 쇼는 백인이 얼굴에 검정칠을 하고 나와 노래와 풍자극을 하던 프로그램이다. 풍자의 내용은 주로 흑인을 비하하는 것으로, 멍청한, 게으른 등 당시 흑인에 대한 백인들의 편견이 담겨 있었다. 20세기 초반까지 블랙페이스는 민스트럴 쇼의 틀에서 벗어나서 자신만의 스타일이 되었지만, 1960년대 아프리카계 미국인 민권 운동에 의해 멈출 때까지 이런 내용의 공연 예술이 지속되어 왔다. 20세기 중반까지 인종과 인종 차별에 대한 생각이 바뀌어가고, 블랙페이스 공연은 없어져 갔다. 현재는 공연에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또한 사회적 주장이나 풍자에만 사용된다.

어릴 때 살았던 동네에 곱추 춤을 잘 추는 사람이 있었다. 동네에 잔치가 생기거나 하면 으레 사람들은 그가 곱추 흉내를 내며 춤을 출 것을 요청했고, 그도 기꺼이 사람들의 요청을 받고는 했다. 헐렁한 옷을 입고 등에 베개 같은 것을 넣고 허리를 구부리면 불룩한 등이 곱추처럼 보였다. 그는 곱추

블랙페이스는 단지 얼굴에 검정 분장을 했다 해서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19세기 초 미국에서는 대 기근으로 미국으로 건너온 아일랜드 사람들을 흑인 취급했다. 미국에서 백인은 얼굴이 하얀 사람을 말하지만 백인에 편입되는 데에도 순서가 있었다. 영국에서 미국으로 이주해온 사람들, 북유럽 사람들, 서유럽에서 미국으로 이주해 온 사람들을 백인으로 우선 인정되었다. 그 후 이주해 온 아일랜드인은 여기서 제외되었다. 대규모로 이주한 아이랜드인을 두려워한 선착 백인들이 이들을 배척하기 위해 '화이트니거(White Nigger)'라고 불렀다. 한편 본래 흑인은 ' 스모크드 아이리쉬(Smoked Irish)'라고 부르면서 두 인종을 동일시 취급했다.(*)

아일랜드인들이 이주할 당시 미국에 민스트럴 쇼가 유행하고 있었다. 화이트니거라 불리며 차별을 받던 아이리쉬들은 자신들이 배우가 되어 블랙페이스 분장 출연을 하는 것으로 백인임을 증명하고자 했다. 결과적으로 이들도 블랙페이스를 악용하여 백인임을 드러내고자 했다. 이후 블랙페이스는 백인들의 인종차별적, 백인 우월주의적 의도가 담긴 용어가 되었다. 화이트니거, 스모크드아이리쉬 등 용어 발생의 역사를 살펴볼 때 우리가 알고 있는 화이트니스 혹은 블랙페이스는 유전적 현상이라기 보다 사회적 현상, 경제적 현상에 기인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생 오취리는 이 사건의 논란에 대해 공개사과를 했다. 이에 대해 샘 오취리가 왜 사과를 해야 하느냐, 샘 오취리가 무슨 잘못을 했느냐 하는 쪽과 의도 없이 했다는 의정부고 학생을 비판하는 것은 샘 오취리가 틀린 거다는 쪽으로 갈려 때아닌 인종차별 문제로까지 비화되었다.

그러나 간과해서는 안 될 일도 있다. 장난으로, 의도하지 않았지만 거듭되고 반복되어 쌓인다면 '야, 인마'도 욕이 된다. 가벼운 거라고 하지만 어떤 사람에게 피해가 누적된다면 그건 다른 이야기가 된다. 의정부고 학생들의 "관짝소년단"은 비난거리는 아닐 수 있다. 웃어넘기고 즐기고 지날 수 있는 일이다. 그러나 그런 행위는 매우 뿌리깊은 인종차별주의적 태도이며 혐오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려 주고 우리는 이 일을 기회로 알지 못해서, 몰라서, 의도하지 않았다 해서 다음에 또 같은 유형의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 다시 말해서 이번 일은 시시비비를 가릴 일이 아니라 교육의 기회로 삼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