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아침 밥상을 차리며
아침식사로 가지밥을 준비했다. 가지 세 개를 어슷썰어 기름에 볶아 간장으로 간을 맞춘 다음 불린 쌀과 함께 밥솥에 안쳤다.
가지밥에는 양념장이 중요하다. 부추장이나 달래장이 좋다. 달래 대여섯 뿌리를 송송 썰고, 다진 마늘, 매실청, 고춧가루, 간장, 통깨를 넣어 만든 양념장에 참기름 좀 넣어 비벼 먹으면 입안에 봄 향기가 파도를 친다.
달래는 대표적 봄나물이지만 마트에는 계절이 없다. 특별한 이유가 없는데 봄이 아닌 계절에 달래는 사지 않게 된다. 마트 달래는 향기가 없다. 대신 손질이 잘 돼있어 맑은 물에 살살 흔들어 씻으면 된다.
퇴근길 지하철 입구 노점에 가을 달래가 있길래 사 왔다. 검불도 다 떼어내지 않은 채 산발한 머리카락처럼 어지러운 달래. 해가 다 지도록 팔리지 않고 남은 채소 몇 가지와 함께. 달래를 달라니 그냥 가져가라고 싸준다.
팔리면 좋고 안 팔려도 괜찮은, 하도 심심해서 나왔다며, 애호박 두 개, 대파 한 무더기도 마저 가져가라고 준다.
가지밥을 해먹을 생각을 한 것도 달래 때문이었다.
밥솥에 볶은 가지와 쌀을 안친 후 양념장에 넣을 달래를 손질했다. 몇 번 씻어내도 먼지가 계속 나왔다. 아예 하나하나 집어 꼼꼼하게 이물질, 뿌리, 껍질, 흙을 떼어냈다. 밥솥에 밥이 뜸 들인다는 메시지가 들렸는데도 달래 다듬기는 끝나지 않았다.
노지 달래는 재배 달래보다 맛과 향이 뛰어나지만 먹기 위한 노동과 절차가 너무 많고 복잡하다. 하지만 결국 노동이란 다 먹기 위한 행이 아닌가. 자연이 주는 먹거리를 다듬는 행위 자체가 목적이자 의미가 된다. 하세월 나물 다듬기를 하다 보면 '뭣이 중헌디' 의구심도 든다.
달래를 봄채소로 알고 있지만 가을에도 새싹이 올라온다. 들판에 가을이 깊어지면 봄나물 대부분이 새로 잎을 낸다. 냉이, 씀바귀, 전호, 돌나물….
가을 나물은 살짝 데쳐 냉동해두면 겨울에 봄나물 못지않게 향기로운 나물을 먹을 수 있다. 가을 시금치도 그렇다. 아니다 더 달다.
3월, 냉이, 쑥, 전호, 씀바귀를 시작으로 돌나물, 명아주, 두릅, 다래순, 홑잎나물… 농사를 시작하기도 전, 자연은 우리를 위해 미리 먹을 것을 준다. 여름을 지내고 가을도 끝나가는 지금, 텃밭 채소를 모두 거두어들인 빈 텃밭에 가을 냉이가 한창이다.
안빈낙도가 가을 들판에 있다. 화려하지 않으나 들판의 삶은 가난하지 않다. 자연은 부지런한 자의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