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 일기
"고정관념이었어요"
올해는 이전에 해보지 않은 일들을 해 볼 기회가 몇 가지 있었어요.
코로나19 때문이라고 할지, 덕분이라고 할지.
11월 사업 종료를 앞두고 공적 자금을 받아서 일을 하고 정산을 할 일이 있었어요.
사업 실행 내용을 증빙해야 하는 서류가 정말 많더군요.
용어도 낯설고 생소한 것들이어서 이미 주눅이 드는데
자칫 서류 미비로 제대로 정산을 하지 못하게 될까봐 좀 긴장도 되었어요.
낯선 용어는 사전을 찾아가며 하나하나 정리를 했는데
세금 신고에 쓰이는 용어는 정말 낯설더라구요.
작은 사업체를 운영하는 사람이 왜 매달 기장료를 내가며 법무사를 찾는지 이해가 되었어요.
아무튼, 임금을 지불할 일이 생겼는데,
도합 12만 원이 넘으면 원천세를 신고해야 한답니다.
필요하면 해야지요.
국세청 홈페이지 들어가 읽어보면 뭐 안 되겠어,
그동안 종합소득세도 늘 해왔고, 시키는 대로 하면 되지.
근데 이건 좀 다르더라구요.
(엄살이 좀 심합니다.)
소득의 종류부터 정기신고인지 비정기인지---.
몇 번인가를 고쳐 쓰고 하다가 결국 126번에 전화로 도움을 요청했어요. 126번은 국세청에서 운영하는 세무상담 전화번호입니다.
통화가 끝나고 시간을 보니 20여분 가까이 통화를 했더라구요. 신고하고 세금 납부까지 완료한 다음 필요한 서류를 출력받도록까지 걸린 시간이었어요.
좀 많이 놀랐어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분들에 대한 고정관념이 있었거든요. 사무적이고 냉랭하고 불친절하고 기계적이고 뭐 이런 식으로.
이제 그 생각을 버려도 될 것 같아요.
뭐 여전히 냉랭하고 불친절한 사람도 있겠지만, 어딘들 그런 사람이 없겠어요.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분 일반이 다 그렇다는 생각은 내려놓아야겠다는 거예요.
생각이 엉뚱한 것으로 번집니다만 길 가다 만나는 1인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이 생각이 납니다.
특히 관공서 앞에서 피켓 시위하는 사람들을 만나면, 무슨 속상한 일이 있어서 그럴까, 그럴만한 일이 있을 거야, 관공서라는 거대한 조직을 상대로 소통하기가 얼마나 어려운데, 일을 처리하는 것도 결국 사람이지만 한 사람 한 사람이 곧 기관이니까. 주로 기관에 부정적 잣대를 대며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사람을 안쓰러워하며 지나가고 말지요.
혼자 피켓을 들고 서 있는 이는 이름 있는 사람들의 시위나, 여럿이 떠들썩하게 하는 시위와는 달리 보여요.
통할까, 그래서 해결을 본 사람이 있을까.
안쓰러워하면서 지나치고 말지만요.
한 사람이 기관이라는 말씀,
어제는 그걸 실감했어요. 한 사람의 응대로 기관에 대한 제 생각이 많이 달라질 것 같거든요.
한 번의 경험으로 모두를 평가할 수는 없지만 암튼 기분 좋은 경험을 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