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11.28

코로나 일기

by 김패티

빠지지 않고 글 쓰느라 정말 수고 많았어요.

월화수목금 글쓰기, 힘들었지요?

글쓰기는 정말 힘든 일입니다.

몸도 마음도 모두 힘든 일입니다.

그래서일까요? 글쓰는 이들 가운데 살 찐 사람을 못 본 것 같아요.


H가 보내온 글을 읽으며 '성실'을 떠올리곤 했어요.

글에 담긴 H의 시간도, 글을 쓰는 태도도. 그것들을 표현하는 말로는 '성실'이 가장 적확한 단어일 겁니다.


<일간 이슬아>는 쓴 작가 이슬아가 생활하기 위해서 월 1만원 구독자를 모집해서 매일 글을 써서 독자에게 보낸 글을 묶은 책입니다.매일 일정한 시간에 밥이 되든 죽이 되는 글을 써냈다는 것만으로도 이슬아 작가는 인정받아 마땅해요. 그 경험에 대해 "지금은 재능에 대해 더이상 생각하지 않는다. 꾸준함 없는 재능이 어떻게 힘을 잃는지, 재능없는 꾸준함이 의외로 얼마나 막강한지 알게 됐다."고 하더라구요.동의해요.꾸준함이야말로 최고의 재능이니까요.


H가 마지막으로 보내온 글 속에서 '몇 가지만 언급해도 그에 대한 전체 이미지는 그릴 수 있다.'는 표현을 읽으며 나도 뒤에 올 어떤 말을 읽지 않아도 H가 그리는 이미지를 그릴 수 있을 것처럼 느꼈어요. 그 사이 나는 H가 생각을 표현하기 위해 말을 고르고 부리는 스타일을 알게 되었거든요. 이름을 지우고 제목을 지워도 나는 H가 쓴 거라는 걸 알 수 있을 정도가 되었어요. 그런데 '이미지는 그릴 수 있으나 그 속까지 다 알 수 없었다'는 표현에서는 나도 같이 먹먹해졌어요.


매번 H가 보내온 글에 코멘트를 달며 나는 할 수 있다면, 보여줄 수 있다면, 글로 다는 코멘트로 못하는 반응을 풍성하게 보내고 싶었어요. 눈썹을 올렸다 내렸다, 눈을 동그랗게 떴다 감았다,입가의 꼬리를 올렸다 내렸다 하며, 그리하여 내 얼굴을 보는 것만으로도 내가 얼마나 이 글을 열심히 읽는지를 짐작할 수 있을 만큼요. 그럴 수 없으니 최대한 지적보다는 따뜻한 말을 더 많이 글로 전하고싶었어요. 하려고 했구요. 마지막 글에는 이전에 못다한 칭찬까지 포함해서 쓰고 싶었구요. 글 한 편을 완성하는 일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기에, 그 노력을 헤아림 받고 싶은 때가 나도 많았기에. 하지만 마지막 글까지도 코멘트를 달아 이메일 보내기를 누르고 나서야 더 많이 쓰지 못했다는 생각을 했어요.


개강을 하면 언제나 마음속으로 내 말이, 내 글이 어떤 의미로든 수강생들에게 쓸모있기를 바랐어요. 시간을 내어 비용을 들여 내 강의를 들으러, 내 글을 읽으러 온 사람들에게 뭐라도 도움이 되기를 바라는 겁니다. 내가 하는 말 가운데, 내가 쓴 글 가운데 한두 구절이 수강생들 노트나 머릿속에 남아 있다가 무슨 일에 필요한 때에 도움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고는 했어요.


돌아와도 되느냐구요? 그럼요. 언제든 돌아와도 좋아요.

돌아오면 좋지요.

새 달엔 새로운 사람이 H의 자리를 대신하겠지만

나는 아무래도 스타일을 아는 사람의 글이 더 좋아요.

그 사이 '아' 하면 '어'까지도 알아들을 수 있을 정도로 소통의 방법에도 길이 들었을 테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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