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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Dec 14. 2020

[독서모임]책을 고르다

화요일 밤에 랜선으로 모여 책 읽는 모임


두번째 화요일 심야 독서모임을 위해 줌을 여는 일이 판타지의 세계로 가는 문을 여는 것 같았는데, 책을 매개로 한 판타지가 일어나기를 바라는 마음의 발로인지도 모르겠어요.


어떤 책을 어떻게 읽을까. 읽을 책을 정하는게 우선이지요. 어떻게 정할까 궁리했어요. 실은 함께 읽기를 강권할 책 목록을 미리 정해두고 있었어요. 모임을 하자고 공고를 했을 때 그 중 몇 권을 소개하며 이런 책 읽어보자고 했으니 어쩌면 회원들은 그 목록 때문에라도 참여했을지 모르겠어요. 그러나 나는 첫번째 모임을 하면서 생각을 바꾸기로 했지요. 책을 고르는 일부터 읽기의 시작이라는 생각이 들었거든요. 독서지도사를 양성하는 수업에 들어가면 언제나 간단한 리뷰 쓰기 장기과제를 내고는 해요. 책을 고르기 위해 읽게 되거든요.


내가 마음에 두고 있던 책들은 가지치기로 정한 것들입니다. 어떤 책을 읽다가 그 책에서 알게 된 다른 책, 거기서 가지를 친 또 다른 책, 이런 식으로 가지가 벋어나가면서 고른 책입니다. 그러므로 내 방식대로 책을 읽으려면 내가 읽은 순서대로 읽어야 하는데, 몇 가지 걸리는 것들이 있었어요. 자기가 고른 책에 더 애정이 가는 법, 좋아하면 더 잘 이해하게 되지 않던가요? 회원들 각자 고른 책에 대한 애정을 긍정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기회를 버리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보다 중요한 게 나이만큼 다양한 관심사와 세상에 대한 안목을 가진 회원들의 눈을 통한 세상보기도 좋겠다는 생각에서였어요. 책을 고르는 일부터 한 사람 한 사람이 이 모임의 좌장이라는 생각으로 함께 하기를 바라서였어요. 3개월을 한 분기로 해서 첫번째는 내가 열었지만, 다음 분기에는 또 다른 누가 모임을 주최하고 리드하기를 바라서였어요.


책을 고르기 위한 몇 가지 방향을 제시했습니다. 이를 테면 주제읽기, 전작주의 읽기, 장르읽기. 또는 목적을 염두에 둔 책 읽기, 예를 들면 어린이의 읽기와 쓰기 지도를 목적으로 한 책 읽기, 또는 아이들 교과목별 수업을 돕는 교과서 속 책읽기 등을 들 수도 있겠지요. 중요한 건 스토리와 맥락이 있는 도서목록 선정이라고 했어요. 어디선가 읽었는데 '목록을 따라 읽기는 독서라기 보다는 숙제이며, 몰입하는 책 읽기의 시작은 책의 발견이다'라는 멋진 말이 있어요.


모임을 앞두고 제각기 고민이 많았을 테지요. 성실한 몇몇은 성실한대로, 일이 많아 제대로 챙길 시간을 확보하지 못한 몇몇은 또 그들대로. 두번 째 모임을 하루 앞둔 월요일 나는 단톡방에 목록 준비에 대한 새로운 공지를 실었습니다. 골라 둔 그 많은 책 중에 한 권 씩만 고르라고요. 고른 책 중에서 이 책만은 꼭 읽고 싶다는 책을 고르라고 했어요. 멋대로도 이런 제멋대로는 없을 거예요. 하지만 자신이 고른 책소개만으로도 두번째 모임에서 책 선정이 끝나지 않을 것 같았어요. 그들은 어른들의 대화에 목말랐던 사람들이었거든요. 심사숙고한 한 권을 골라 왜 그 책을 읽어야 하는지를 소개하라고 했지요. 책을 빌미로 1박2일 모임을 할 수도 있는 사람들이니까요.


북토킹해보셨어요? 말로 하는 서평이라고 할 수 있어요. 처음에는 자유롭게 고른 책을 소개하도록 합니다. 책이름과 저자, 출판사와 출판일, 그 책을 고른 이유, 그리고 간단한 줄거리와 나누고 싶은 구절을 발표합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 주제를 주고 주제 안에서 책을 고르도록 합니다. 말하자면 두번째 모임에서 회원들은 일종의 북토크를한 셈입니다.


회원들이 골라온 책 목록 소개는 흥미로웠습니다. 책소개로 하는 자신의 근황을 이야기 듣는 듯했거든요. 관심사가 어디에 있는지, 근래 독서 경향은 어떤지 등을 짐작할 수 있었어요. 이 이야기를 좀 더 하기 위해서는 회원들 한명 한명을 스케치할 때가 된 것 같아요. 30대 초반에서 60대까지 9명의 여자들. 나이 만큼이나 살아온 이력도 사는 곳도 제각각인 사람들이 한겨울 야심한 밤에 랜선으로 모이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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