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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May 01. 2022

유퀴즈 사태가남긴 걱정이 기우이기를


"길 위의 우연한 만남을 통해 벌어지는 의외의 웃음이나, 생애 구술사 수준의 동네 장삼이사들의 진득한 이야기는 사라진 지 오래다. 14세 때부터 시작한 세탁소 일을 50년 동안 성실하게 이어온 우리 이웃의 사연처럼 길 위에서만 들을 수 있던 이야기를 대체한 건 유명인사의 성공담이나, 화제적인 인물의 휴먼 스토리, 인기 연예인들의 인간적이고 유쾌한 모습이다. "
-경향신문


"유 퀴즈 온더 블럭"의 포맷은 제목에 다 들어 있다.

서양의 유명 가수 이름을 따서 유재석이 길위에서 퀴즈를 낸다는 뜻의 중의적 표현.

그랬다. 길에서 만난 이웃들의 사는 이야기를 듣고 퀴즈를 내서 맞추면 상금을 주고 못 맞추면 우스꽝 스러운 봉제인형이나 장난감을 줘 웃음을 선사한다.

사람들은 나와 별반 다르지 않게 사는 이웃의 이야기를 들으며 위로받고, 감동하며, 공감했다. 사는 게 다 거기서 거기라며 출연자 사연에 내 사연을 올려보며 글썽이기도 하고 미소를 짓기도 했다.

내 친구 중에는 내게 그거 봤느냐며 유퀴즈 특정 부분 짤을 SNS로 보내주기도 하고, 그거 나도 봤다면서 이야기를 풀어가기도 했다.

가방 하나 들고 춥거나 덥거나 길거리를 걷다 만난 사람을 불러 세워 어디 가느냐, 손에 든 게 뭐냐, 잠깐 이야기 좀 할 수 있느냐면서 낚시터 의자를 펼치고 아무데나 앉아 이야기를 풀어갔다. 설령 사전 섭외와 컨셉이 있다해도 모두들 이해하고 있었다.

그러나 유퀴즈 온더 블럭은 코로나 때문에 "온더 블럭"을 포기하고 스튜디오에서 진행해 왔다. 포맷의 일부를 포기한 셈이다.

두 번째 장삼이사ㅡ우리네 이웃이 주인공인 거는 코로나에도 어느 정도는 유지해 왔다. 이번에 논란을 부른 윤석열이 등장하면서 그것마저 깨지고 만 셈이다.

시청자의 반발은 당연하다. 추구해왔고, 그것 때문에 시청자의 사랑을 받았던 프로그램이었다. 이번 사태로 약속을 어긴 셈이다. 약속을 어긴 데 대한 시청자들의 반발이 1주일이 넘도록 가라앉지 않고 있다.

윤석열이 취임하기도 전에 벌인 '유퀴즈 사태'는, 권력자가 자신의 이익을 위해 마음만 먹으면 무엇이든 한다는 또하나의 나쁜 선례가 됐다.

뿐만 아니라 사람들은 이번 사건을 통해 뉴스 프로그램을 넘어 시사, 예능 프로그램 제작까지 정부나 정치권의 손길을 뻗었던 이명박-박근혜 정권을 떠올리게 만들기 충분하다.

실제로 MBC의 간판 예능이었던 <무한도전>을 제작한 김태호 PD는 당시 보수정권이 <무한도전>에서 정부 정책을 홍보하고 싶어 했다고 한다. 창조경제를 아이템으로 다루라는 박근혜 청와대 요구가 있었다고 증언했다. 김태호 PD는 징계를 각오하고 1년여시간 버텼다고 했다.

이명박 정부 때 KBS <아침마당>은 '국정홍보마당'이라는 비판을 받았다. 당시 2010년 한 해에만 이명박 전 대통령 부부가 출연하기도 했고, 관제기획 및 여권 인사 출연 등이 반복 되면서 받은 비판이다.

반면에 외압의혹으로 사라지거나 변질된 프로그램도 있다. tvN SNL 코리아의 '여의도 텔레토비', SBS 의 <웃음을 찾는 사람들> 중 'LTE 뉴스' 등 정치권을 풍자하던 코너 등이 폐지되었다. 당시 '외압 논란'이 있었다.

그런 일을 본 사람들이 이번 유퀴즈 사태를 보면서 불안해 하는 건 당연해 보인다. 더 걱정스러운 것은

이번 사태를 수습한다고 내놓은 조처들을 볼 때 기우로 끝날 거 같지 않은 불길한 예감이든다고 입들을 모은다.

골치 아픈 뉴스는 보지 않겠다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 특히 티비 뉴스는 이제 특정세대가 보는 것이 되었다. 뉴스를 보던 사람들조차 정치색 없는 프로그램으로 떠나자, 그들이 모여있는 곳으로 찾아왔다. 사람들이 화를 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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