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것만 만드는 마법같은 창의성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것만 만드는 마법같은 창의성
창의성은 문제 해결에 필요한 새로운 접근법을 취하거나 아이디어를 생성하려는 성향 또는 능력이다.
인간이 뇌에는 약 천억 개의 신경세포가 있고, 각 신경세포는 약 7천 개의 시냅스와 연결된다. 3세 아이의 뇌에는 약 1천 조 개의 시냅스가 존재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줄어 성인이 되면 100~500조 개가 된다.
시냅스는 사고, 행동, 태도, 습관 등을 좌우한다. 새로운 습관이 형성되기까지, 즉 시냅스 연결이 안정화되기까지는 짧으면 3주, 길면 9개월까지도 걸린다고 한다. 때문에 뇌는 새로운 것을 싫어하는 특성이 있다. 하던 대로 하길 바라는데 기존과 다른 새로운 활동에 에너지가 소비되기 때문에 뇌가 달가워하지 않는다.
중등 컴퓨터 교사 10명을 대상으로 '창의적 글쓰기 발상 시 전문 영역 지식이 뇌파에 미치는 영향'을 연구 분석한 자료가 있다. 설명문, 전문 분야인 컴퓨터 관련 소설, 비 전문 분야인 미술 관련 소설을 작성토록 하고 과제 수행 전 내용을 구상하는 3분 동안 뇌의 변화(EFG 알파파)를 관찰했다.
그 결과 설명문 보다 소설을 쓸 때, 소설도 전문 분야 컴퓨터 분야 소설보다 전문 지식이 부족한 미술 분야 소설을 쓸 때 알파파가 크게 활성화 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역설적이게도 뭔가를 많이 아는 것이 창의성 발휘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창의성과 글쓰기는 서로 다른 범주에 속하지만 상호작용을 통해 영향을 미칠 수 있다. 창의적 사고로 남다른 글, 새로운 글을 쓸 수도 있고, 글쓰기를 통해 창의성 향상을 도모할 수도 있다. 평소 쓰지 않는 뇌를 써라, 늘 다녀서 익숙한 길보다 낯설지만 새로운 길로 가라, '한눈 팔지 마라'와 같은 요구는 아이를 경직되게 하는 말이다. 그러므로 문과적 성향의 아이라면 이과적 성향에 자극을 주어라, 이과적 아이는 그 반대로 해라, 음악과 미술과 운동과 공작활동을 즐기도록 권한다.
성인보다 아이들이 창의적이다. 이유가 있다. 그들은 실패에 대한 처벌이 없고, 성공에 대한 보상도 별로 없으므로 들인 노력에 집착하지 않는다. 아무래도 성인보다는 여유있고 생활에 대한 걱정 근심이 적은 점도 창의적이게 하는 요소가 된다. 글쓰기는 누구를 막론하고 창의적이게 하는데 특히 아이들이 평가를 받지 않는, 순수한 의도에서 쓸 때 보다 창의적이다.
내게는 판타지를 쓰는 12살 짜리 제자가 있다. 제자라고 하니 거창하게 들리지만 내가 운영하는 온라인 글쓰기 수업에 참여 중인 한 명이다. K는 지금까지 두 편의 동화를 완성하고 세 번째 동화를 쓰고 있다. 다분히 해리포터 분위기가 풍기지만 읽는 즐거움이 있다. 12살짜리가 반 년 넘게 글쓰기에 몰두하는 집념도 훌륭하지만 그가 풀어내는 이야기의 창의성이 놀랍다.
아이들의 창의성은 자유로울 때 더 잘 발현된다. 평가의 부담이 없을 때, 보상의 부담이 없을 때 더 창의적인 모습을 보인다. 되도록 잔소리 대신 칭찬과 자극만 주려고 하는 이유다. K는 창의적인 활동을 충분히 즐기고 있다고 본다. 부모가 K의 즐거움을 진학이나 스펙에 연결시키려는 의도를 지나치게 드러내지 않기를 바란다.
사실 생산적이고 쓸모 있는 것만 만드는 마법같은 창의성은 없다. 실패를 수용하고 인정하며, 오히려 장려하는 문화에서 창의성은 꽃을 피운다. 창의성은 학습해서 축적되는 게 아니다. 일상 문화의 산물이다. 창의성이 중요하다고 해서 모두가 창의적일 수 없고, 또 그럴 필요도 없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창의성은 삶을 즐겁게 만든다.
아동의 창의력에 관계하는 뇌는 10세 전후까지 급격히 성장한다. 바꿔 말하면 10세를 넘어서면 창의력 관련 뇌의 성장이 급격히 줄어든다는 말이다. 다시는 오지 않는 이 시기를 지식 쌓기 공부로 아깝게 흘려보내지 말아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