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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Apr 28. 2022

보통사람이 철학한다는 것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를 읽고


알아듣지 못하는 설명은 내용이 아무리 훌륭해도 좋은 설명이 아니다. 


독서모임의 한 회원은 아이의 질문에 제대로 된 답을 하려다 그만두었다는 이야기를 했다. 듣던 사람들은 이구동성으로 그런 깨달음이 철학이다. 생활철학! 이라고 했다.


독서모임에서 함께 읽고 있는 책, <소크라테스 익스프레스>는 생활이 철학이라고 말한다. 철학은 어쩐지 추상적이고 관념적이어서 고상한 어떤 영역이라고 막연히 했던 생각에 배치된다.



이를테면 이런 식이다.


"와인에 대해 말하지 말고 와인을 마셔라."

"착한 사람에 대해 말하지 말고 착한 사람이 되라."


생활이 철학이라는 것을 소로를 통해서는 이렇게 설명한다.


소로의 '월든'은 인간을 떠나 숲속 생활을 하는 사람 이야기가 아니라, 숲에서 간소하게 생활하는 사람의 이야기다.

소로에 대해 우리가 착각한다는 거다.


소로는 속세를 떠나 월든이라는 숲속에서 명상과 산책만 하고 살지 않았다. 사람들이 소로를 이상적으로 만들어 받아들이고 있다는 뜻이다.

소로는 어머니가 만든 파이가 먹고싶어 집에 들렀고, 사람을 만나고 책을 읽기 위해  도서관에 들렀다.


그렇다 해도 오늘날 우리가 소로처럼 살 수도 없고, 소로처럼 살 필요도 없다.

다만 그가 세상과 자연을 보는 눈을 닮으면 좋겠다, 정도로 이해하면 되지 않겠나.


지식과 정보의 과잉 혹은 오용에 대해, 글쓴이는 '우리는 배고프다'고 말한다.

지식이나 정보에 배고프다는 뜻이다. 손에 도깨비방맹이를 들고 다니면서 피료한 때에 필요한 정보와 지식을 얼마든지 찾아 볼 수 있으면서도 배고프다고 말한다. 


이는 지식이나 정보로만 채워지지 않는 무엇이 있다는 뜻이다.

다층적으로 이루어진 인간의 삶은 크기나 깊이나 넓이의 문제뿐만 아니라 차원의 문제도 있다는 뜻으로 이해한다.



사람들은 그래도 배고픈 차원의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심리학서적을 읽고, 종교를 찾고 한다. 하지만 우리는 이미 정보와 지식과 지혜를, 다른 차원의 문제까지 하고자 한다면 역사 이전 그 어느 때보다 충만한데도 배고픈 채로 살아간다. 그건 영원한 숙제일 것 같다.  


배고픔은 비움으로 오히려 해소되지 않을까.  


쇼펜하워의 생각을 빌리자면, 오히려 과잉정보로 가치있는 정보를 선별하는기능을 잃어버려서는 안된다. 소음, 정신적 소음에서 자신을 보호할 필요가 있다.


루소의 자연으로 돌아가자는 주장도

원시동굴로 돌아가자는 얘기가 아니다.


무엇에든 생활을 떠나 관념만으로는 살 수 없다. 철학이 어떻게 소용되어야 하는가, 궁극적으로 철학이 우리 삶에 어떻게 스며들게 할 것인가 질문과 답이 이 책의 줄거리다.


생로병사, 희노애락ㅡ

생활이 철학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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