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속도는 현재까지 알려져 있는 물체의 속도 중에서 가장 빠르다. 먼 미래 사람이 살 수 없는 환경이 된 지구. 지구를 벗어나 외계(우주)까지 삶의 영토를 넓혀가고자 애쓰는 인간들이 인상적인 단편 SF 소설집이다. 표제작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면>이 작가의 가치관을 대변해준다고 본다.
할머니 우주인이 주인공인 이야기. 웜홀을 이용해 우주 여행이 보편화된 미래, 철거해야 할 우주정류장에 슬렌포니아로 가려는 노인, 안나가 이야기 핵심 인물이다. 웜홀을 이용하기 전에는 우주선을 버블로 감싸 빛보다 빠른 속도로 이동하는 항법이 주류였다. 안나는 인간을 냉동 수면시키는 기술을 연구하고 있었고, 남편과 아들은 슬렌포니아 행성계 제3행성으로 먼저 이주한 상황이다. 안나가 연구에 성공했을 무렵, 웜홀이 발견되면서 버블을 이용한 여행법은 버려진다. 문제는 제3행성 근처에는 웜홀이 없어서 안나는 가족과 생이별을 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안나는 자신의 구식 우주선을 이용해 기어이 떠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끝난다. 그러나 과학 기술이 발달하고 우주의 외연이 확대된다 하더라도 만나지 못한다면 외로움만 우주적으로 외연이 확장될 뿐이라는 이야기다.
7편 다 좋지만 그 중 나는 <관내 분실>이 제일 좋다. <관내 분실>은 말 그대로 관 안에서 분실이 됐다는 것으로 여기서 말하는 관은 도서관이다. 이 도서관은 책을 다루는 곳이 아니라 사람들의 마인드를 업로드하고 보관해 주는 곳이다. 누군가의 마인드를 업로드를 해 놓고 원하는 사람에게 도서관처럼 서비스를 제공해 준다. 주인공 지민이 어머니의 마인드를 찾으러 도서관에 간다. 도서관에서는 엄마의 마인드가 존재는 하는데, 그걸 찾을 수가 없다한다. 관내 분실이 됐다는 거다. 결국 엄마의 마인드를 찾게 되기는 하지만 마지막 문장이 잊히지 않는다.
"엄마를 이해해요."
별것 아니라고 생각할 수 있는 한 문장. 이 말에 담긴 의미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맥락을 알아야 하고, 그러자면 읽는 수밖에 없다.
"2170.10.2. 우리는 왜 이곳에 왔는가."
"우리는 이 말에서 자란 이들이 서로 연인이 되지 않는 것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았지. 같은 자국에서 태어나 자매처럼 자란 우리가 서로에게 어떤 낭만적 감정도 성애도 느끼지 못하는 것이 단지 우연이기만 할까?
지구에는 우리와 완전히 다른, 충격적으로 다른 존재들이 수없이 많겠지. 이제 나는 상상할 수 있어. 지구로 내려간 우리는 그 다른 존재들을 만나고, 많은 이들은 누군가과 사랑에 빠질 거야. 그리고 우리는 알게 되겠지. 바로 그 사랑하는 존재가 맞서는 세계를. 그 세계가 얼마나 많은 고통과 비탄으로 가득차 있는지를. 사랑하는 이들이 억압받는 진실을.
지구에 남는 이유는 단 한 사람으로 충분했을 거야.(53p)
홀로도 완벽하고 차별없는 마을, 불완전해서 서로 기대며 살아야 하고, 그러면서 수많은 불행, 사랑과 고통과 죽음이 있는 지구. 당신은 어느 쪽을 택할까?
"정말로 지구가 그렇게 고통스러운 곳이라면, 우리가 그곳에서 배우게 되는 것이 오직 삶의 불행한 이면이라면, 왜 떠난 순례자들은 돌아오지 않을까?
"시공간 여행의 시차를 고려하더라도 할머니는 20년 이상을 다시 혼자가 되어 떠돌았다는 이야기가 된다. 그 오랜 시간동안 할머니는 대체 무엇을 한 걸까? 어쩌면 할머니는 어떻게든 행성에서 멀리 떠날 방법을 찾아냈던 것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누구도 그 행성의 위치를 추적할 수 없을 장소에 도달한 다음에야 마침내 구조 신호를 보낸 것인지도."
희진과 루이(외계인)의 관계는 무언가?
루이가 뿔로 깎은 장신구를 희진의 손목에 매달아 주었는데, 다른 생명체들은 이 '표식'을 보고 위협을 멈추었다. 희진은 이를 자신이 루이의 소유라는 뜻으로 받아들인다.
<공생가설>은 우리가 왜 어린 시절을 잘 기억하지 못하는지를 류드밀라 아주 멋진 설정으로 풀어낸다.
만약 공생의 대상이 지구상의 생물이 아니라면 어떨까? 지구에서도 유래하지 않은 것, 수만 년 전, 어쩌면 그보다 더 오래 전에 지구 밖의 어느 행성에서 온 것이라면. 그것이 우리의 뇌에 자리 잡았고, 우리의 유년기를 지배했고, 우리는 윤리적 주체로 가르쳐왔다면. 인간을 비 인간동물과 구분하는 명백한 특질들이 인간 밖에서 온 것 들이라면.
"우리가 인간성이라도 믿어왔던 것이 실은 외계성이었군요."
신생아의 울음소리와 사고 언어를 분석하던 중 처음에 노이즈라 여겼지만 실은 인간의 뇌 속에는 '그들'이 존재하고 있었다는 분석이다. '그들'은 인간의 뇌 속에서 인간성을 생성하고, 일곱 살이 되면 작별을 고한다. '그들'은 우리의 유년기 시절 뇌 속에서 함께 공생하며 인간성을 길러주고 있던 것이다. 다시 말해서 인간이 아닌 존재에 의해서 인간성이 길러지는 셈이다.
다만 그들(류드밀라 행성으로부터 온 외계의 지적 생명체)은 아기들의 뇌 속을 숙주로 삼어 인간성을 길러준다. 다만 유년기가 넘은 아이의 뇌는 이 생명체에게 부담을 주기 때문에 떠나야 하는 것이다. 그 때문에 유년기 기억 상실증이 일어나는 것이다.
인간성이란 어디서 오는 걸까? 인간성은 무엇인가?
"우리는 심지어, 아직 빛의 속도에도 도달하지 못했네. 그런데 지금 사람들은 우리가 마치 우주를 정복하기라도 한 것마냥 군단 말일세. 우주가 우리에게 허락해준 공간은 고작해야 웜홀 통로로 갈 수 있는 아주 작은 일부분인데도 말이야. 한순간 웜홀 통로들이 나타나고 워프 항법이 폐기된 것처럼 또 다시 웜홀이 사라진다면? 그러면 우리는 더 많은 인류를 우주 저 밖에 남기게 될까?
"안나 씨."
"예전에는 헤어진다는 것이 이런 의미가 아니었어. 적어도 그때는 같은 하늘 아래 있었지. 같은 행성 위에서, 같은 대기를 공유했단 말일세. 하지만 지금은 심지어 같은 우주조차 아니야. 내 사연을 아는 사람들은 내게 수십 년 동안 찾아와 위로의 말을 건넸다네. 그래도 당신들은 같은 우주 안에 있는 것이라고. 그 사실을 위안 삼으라고. 하지만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조차 없다면, 같은 우주라는 개념이 대체 무슨 의미가 있나? 우리가 아무리 우주를 개척하고 인류의 외연을 확장하더라도, 그곳에 매번, 그렇게 남겨지는 사람들이 생겨난다면..."
"이런 식으로, 시간을 끄셔도 소용은."
"우리는 점점 더 우주에 존재하는 외로움의 총합을 늘려갈 뿐인 게 아닌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갈 수 없다는 사실은 상대성 이론에서 유명한 개념 중 하나다. 상대성 이론이란 무엇이며, 이것이 우리가 우주를 이해하고 탐구하는 방식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우리가 빛의 속도로 이동할 수 없다는 사실이 우주 탐사 및 우주 여행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
미래에 우주 여행이 가능할까?
물성은 '물질이 가지고 있는 성질'을 말하며, '감정의 물성'은 물질로 취급하지 않는 감정을 물성으로 취급하고 판매한다는 이야기다.
"대체 왜 어떤 사람들은 '우울'을 사는 겁니까?
왜 '증오'와 '분노' 같은 감정들이 팔려나가죠?
돈을 주고 그런 걸 사려는 사람이 있는 건가요?
애초에, 어떻게 그들이 부정적인 감정을 사고 싶어 할 것이라고 예상하셨습니까?"
사람들은 왜 부정적인 감정을 사고 싶어할까?
"소비가 항상 기쁨에 대한 가치를 지불하는 행위라는 생각은 이상합니다. 어떤 겨웅에 우리는 감정을 향유하는 가치를 지불하기도 해요. 이를 테면, 한 편의 영화가 당신에게 늘 즐거움만 주던가요? 공포, 외로움, 슬픔, 고독, 괴로움---. 그런 것들을 위해서도 우리는 기꺼이 대사를 지불하죠. 그러니까 이건 어차피 우리가 늘 일상적으로 하는 일이 아닙니까?"(214)
우리는 영화 소비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게 무얼까?
영화를 소비한다고 볼 수 있을까?
"의미는 맥락 속에서 부여된다. 하지만 때로 어떤 사람들에게는 의미가 담긴 눈물이 아니라 단지 눈물 그 자체가 필요한 것 같기도 하다." (215)
<관내분실>은 딸 지민이 엄마 은하가 엄마가 엄마가 되기 이전의 삶을 발견하고 이해한다는 이야기다. 마인드 도서관이라는 설정이 흥미롭다. 도서관에서 분실되었던 엄마의 마인드를 어렵게 찾아 "엄마를 이해해요." 이제는 이해할 수 있다고 말한다.
"마인드들은 우리가 생전에 믿었던 관계들, 우리가 공유했던 것들, 우리가 다른 사람의 뇌에 남기는 흔적들과 세상에 남기는 흔적들을 자신들의 방식으로 기억한다는 것이죠. 마인드와 자아의 관계에 대한 의문이 영원히 미해결로 남는다고 해도, 우리는 마인드를 통해 그들의 삶을 더 선명하게 이해할 수 있을 겁니다.
연결을 끊어도 데이터는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단절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일까. 질문들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257)
연결을 끊어도 데이터는 어디선가 살아가고 있는 것일까.
삶은 단절된 이후에도 여전히 삶일까?
<관내분실>은 사람이 죽은 후에도 도서관에 보관된 마인드를 통해 고인과 재회할 수 있다는 설정이다. 주인공 지민은 이해하지 못했던 엄마를 도서관에 보관된 엄마의 마인드를 통해 엄마를 이해했다고 한다. 만약 마인드 도서관이 생긴다면 자신의 마인드를 남은 가족들이 보관하도록 할까?
지금은 대중의 기억 속에 있는 우주인 이소연이 생각나는 소설이다.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정상과 비정상, 성공과 실패, 주류와 비주류의 경계에 대해 질문하게 만든다. 특히 <나의 우주 영웅에 관하여>는 미션에 실패했다고 비난받는 우주인이지만,한 소녀에게는 그의 존재만으로도 응원이 된다. 재경의 선택은 아랫 세대인 가윤의 동기 부여가 되고, 마침내 우주비행사로 성공적으로 출발한다. 그러면 성공과 실패의 경계를 무엇으로 가를 수 있을까?
더 나은 몸을 가질 수 있다면 사이보그도 선택할 수 있을까?
“우리의 몸은 너무 한계가 많죠. 특히 제가 딸 서희를 가졌을 때는, 인간이 진화 과정에서 해결하지 못한 문제가 얼마나 많길래 이 고생을 해야 하나 한숨이 나왔다니까요. 더 나은 몸을 가질 수 있다면 꼭 이대로의 몸으로 살아갈 필요는 없잖아요?” (2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