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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May 18. 2024

조지 오웰 읽기-나는 왜 쓰는가(1)


화요심야독서회에서 이번 달 읽은 책은 조지 오웰의 <나는 왜 쓰는가/한겨레출판>이었다. 독서회 회원 누군가 추천해서 읽게 된 책인데( 화요독서회의 읽을 책 선정에 대해 고민이 필요하다), 이 책에는 총 29편 에세이가 실려있다. 오웰은 생전에 여러 편 에세이를 썼다고 한다. 이 책을 읽기 전 <동물농장>이나 <1984>, '코끼리를 쏘다' 정도만 알고 있었다.  




<나는 왜 쓰는가>를 읽다가 넘어가지 않는 부분을 이해하기 위해 이것저것 자료를 찾아보다 알게 된 것들이 있다. 한참 영민할 나이에 이런 글을 읽고 알았더라면 좋았지 않았을까 싶기도 하다.



 29편  중  읽고 싶은 글을 골라 정리한다. 










스파이크


스파이크는 노숙인 쉼터 같은 곳을 말한다.  오웰이 버마에서 5년 간의 경찰 생활(1922-1927)을 하고 영국으로 돌아온 뒤 쓴 글로, 실제로 런던의 부랑자 숙소인 스파이크에 들어가 보고 들었던 바를 진솔하게 풀어놓았다.


“그들 사이엔 대화라고 할 만한 게 없다. 우선 배가 고프기 때문에 영혼 문제를 생각할 여유가 없는 것이다. 세상은 그들에게 너무 거창한 주제다.”    


" ---개를 통속에 가둬놓고 묶어두는 일이나 마찬가지인 것이다. 거의 대부분이 무학인 부랑자들은 빈곤에대해서도, 아무 영문도 모르고 의지할 데도 없이 당할 뿐이다. --- 아무 일도 안 하면서 보내야하는 그들로선 따분함으로 인한 고통이 더 큰 법이다."   


희망이라곤 전혀 없이 무의미한 시간을 보내는 부랑인들, 그들에게는 당장의 끼니를 때우는 것 외에는 이후의 삶에 대해 생각조차 못한다. 그들 스스로의 패배주의와 무능력함에 빠져 있고, 같은 인간으로조차 보지 않는 사회적인 시선으로는 아무것도 해결할 수 없음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교수형


오웰이 버마에서 경찰로 근무하던 시절의 경험이다. 한 버마인에 대한 사형을 집행했던 강렬한 순간의 깨달음을 간결한 묘사로 전달하는 이 글은 당시 세계적인 패권 국가인 영국에서 태어난 오웰은 식민지배에 대해 정확히 의미를 알지 못했던 듯하다. 그러나 죽음을 앞둔 한 버마인이 보여준 초연한 모습에서 오웰은 그들 역시 똑같은 생명의 역동성과 숭고함이 있음을 깨닫는다.


"그와 우리는 같은 세상을 함께 걷고, 보고, 듣고, 느끼고, 이해하는 한 무리의 사람들이었다. 그리고 2분 뒤면 덜컹하는 소리와 함께 우리 중 하나가 죽어 없어질 터였다. 그리하여 사람 하나가 사라질 것이고, 세상은 그만큼 누추해질 것이었다."     


사형을 집행하는  경찰들은 불안함을 숨기기 위해 신속하게 움직인다. 일이 끝난 후 '껄껄껄' 의미를 알 수 없는 웃음을 웃으며 마음을 진정시키고자 합니다. 그리고 술을 마시며 사형장에서의 충격을 잊으려 한다. 


 이 경험으로 오웰은  하층민 (여기서는 버마인)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된 것 같다. 버마에서 경찰로 사는 자신이나 식민지 백성이 별 다를 것 없는 인간임을 깨닫게 된 것으로 보인다.



코끼리를 쏘다


역시 오웰이 버마에서 겪은 일이다. 코끼리가 마을을 해 집어 놓고 있다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다. 코끼리는 집을 여러 채 부수고 사람 한 명까지 죽인 상태였다. 그러나 오웰이 찾아갔을 땐 평온을 찾고 조용히 풀을 뜯고 있었다. 그는 사육사가 오는 대로 돌아갈 생각이었다. 그러나 버마인 2000여명이 그의 등 뒤에서 그의 행동을 주시하고 있었다. 오웰은 총을 쏠 생각이 없었다. 그러나 그대로 돌아설 수 없었다. 그들은 백인 지배자가 총을 쏘아 코끼리를 쓰러뜨리는 모습을 보려고 온 것 같았다. 오웰은 진퇴양난의 처지에서 결국 총을 쏜다. 


“백인 나리는 백인 나리답게 행동해야 한다. 단호하고, 생각이 분명하고, 확실히 행동하는 것처럼 보여야 하는 것이다. 나의 모든 생활은, 동양에 있는 모든 백인의 삶은, 비웃음을 사지 않기 위한 기나긴 투쟁이었다.”


이미 영국 제국주의의 행태와 자신의 일에 대해  실망하고 염증을 느끼고 있던 오웰은 이 사건으로 또 다른 형태의 무익한 면을 본다. 식민 지배자이면서 자신의 행동양식을 제약하는 자신을 발견한다. 즉 원주민만이 노예가 아니라 스스로도 노예화한다는 것이다. 오웰은 식민지 국민뿐만 아니라 자신을 위해서라도 그는 이 부자연스러운 관계를 끊어야한다고 판단한다.



서점의 추억


이 글은 런던의 헌책방에서 일했던 경험을 썼다. 당시 책이 영국 사회 대중의 관심에서 멀어진 이유에 대한 사유이다. 책은 선물로만 선택받을 뿐이었다. 서점도 부랑자들과 정신 이상자들이 서성이는 공간으로 인식되어 있었다 . 책이란 사회적 계몽의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하지만 그에 미치지 못한다고 보았다.  그 이유가 독자가 아니라 작가에 있다고 주장한다. 오웰은 책이 정치적으로 민중을 이끌어야 한다고 생각했던 것 같다.


조금 결이 다른 이야기가 있다. 필독서여서 읽지 않을 수 없는 책이 있었다. 번역서였는데 당시는 오직 한 사람의 번역자에 의해 출판한 책이 있을 뿐이었다. 비교 불가였다. 문제는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 나는 내 독해력을 문제라고 생각했다. 세월이 흐르고 다른 번역자의 책이 나왔을 때 비로서 나는 내 독해력보다 번역의 문지라는 것을 알았다. 원래도 쉽지는 않았으나 그걸 더 어렵게 번역해 놓았던 거다. 



스페인의 비밀을 누설한다



이 이야기의 상세는 "카탈류냐 찬가"에서 읽을 수 있다.(카탈류냐 찬가는 스페인 내전에 참가해 공산주의자들이 저지른 배신과 음모, 반혁명성을 경험하고 귀국 후 쓴 르포다.)오웰은 취재를 한다는 가벼운 마음으로 내전 중인 스페인을 방문한다.  이 전쟁은 파시즘, 민주주의, 공산주의, 무정부주의,  공화주의, 군국주의 등 당대 대표적 이념이 복잡하게 얽혀 격전을 벌인 것으로, 곧 발발할 제2차 세계대전의 전편이었다.  


오웰은 계급 사회를 무너뜨리고, 만인의 평등을 이뤄낸 듯 보이는 카탈루냐에서 자유와 혁명의 가치를 발견한다. 버마에서 다양한 부조리를 경험한 그였기에, 카탈루냐 노동자들의  '노동자 혁명'은 새로운 가능성으로 보였다. 이에 동조하여 오웰을 민병대로서 직접 스페인 내전에 참전한다. 


그러나 실제 마주한 내전의 참상은 오웰이 생각하던 것과 달랐다. 우파 파시스트 프랑코 장군의 반란과 이를 저지하기 위한 좌파 인민 전선의 대립처럼 그려졌던 내전은 실은 권력을 유지하려는 유산자 계급과 무산자 노동자들의 대립이었다. 결국 노동자들의 혁명은 실패하고 프랑코의 독재 정부가 들어서고 만다.


노동자의 이익을 돕는 좌파가 대외적으로 내세운 주장 '지금은 우선 거대한 적인 파시즘에 맞서 싸워야 할 때'라는 것이었다. 무섭도록 기시감이 드는 내용이다. 표방하는 주장과 달리 권력자들이 어떤 방식으로 자신을 지켜내는지, 그리고 약자의 반란이 얼마나 어려운 것인지를 통렬하게 보여준다. 오웰의 대표작 <1984> 는 이런 배경 속에서 탄생 한 것이리라. 


“지금은 혁명에 대한 미사여구나 늘여놓고 있을 때가 아니라고, 지금은 우리가 무엇을 위해 싸우는지를 너무 따질 게 아니라 함께 파시즘에 맞서 싸울 때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도 그가 입 다물기를 거부하면 나중에는 어조를 바꾸어 그를 배신자라 부르기 시작한다.”



영국 당신의 영국


시즘으로부터 영국을 지키고자 하는 오웰의 고민이 담겨 있다. 오웰은 국가의 적을 알고자하는 시도조차 하지 않고 의도적인 무지함을 통해 권력 유지에만 집중하는 영국 지배계급을 비판한다. 누구나 모국을 떠나서는 행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아무리 모국에 대해 비판적이라 해도 그 나라, 그 민족의 공동체 운명에서 에외이기는 어렵다는 이야기다. 이를 오늘날 지구촌 기후 환경으로 확대해 보면 넓게 보면 인류 역시 마찬가지이며, 개별 국가 홀로 예외이기 어렵다는 것으로도 이해된다.


오웰은 영국이 섬나라 특성으로 의도된 폐쇄성과 민중의 무지함, 거기다 왜곡된 애국을 주입해서 기득권을 유지하는 방향으로만 나아가려는 사회적 분위기를 비판한다. 그대로 영국은 한국이라고  단어만 바꾸면  그대로 적용되는 이야기라고 본다. 인류의 문제로 나아가기 전에 우리가 당면하고 있는 한반도, 한민족 이야기가 아닌가. 어떻게 각성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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