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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패티 Jul 15. 2024

국어 잘하는 아이가 정말 이길까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 | 나민애


"공무도하가"는 옛 사람들의 노래다. 가사에 "님아 그 강을 건너지 마오"라는 구절이 나온다. 국어의 중요성, 그중에서도 독서의 중요성을 설파한 책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나민애)라는 책에서 저자는 열성적인 교육열을 가진 엄마들에게 주는 말을 공무도하가 가락에 올려 들려준다.


왜, 하필 '공무도하가'였을까?


고조선 시대 나루터 사공이었던 곽리자고가 어느 날 아침 배를 젓고 있었다. 백발을 풀어헤친 한 사내가 술병을 들고 강물을 건너려 했다. 곧이어 그의 아내가 따라와서 막으려 했지만 사내는 결국 물에 빠져 죽고 말았다. 그러자 그 아내가 공후(箜篌-악기)를 끌어다 다음과 같은 노래를 불렀다. "님아, 그 강 건너지 마오, 그대여 강 건너지 마오. 물에 빠져 죽으면, 그대를 어이할꼬."


강물은 세상을 상징한다. 거친 강물은 거친 세상이다. 강물에 뛰어들어 죽은 백수는 거친 정치판에 멋모르고 뛰어들었다가 정치 생명마저 잃게 된 이백 자신의 모습을 형용한 것이라 한다. 


저자가  들려주는 아래 이야기는 남들이 한다고 멋모르고 뛰어들었다 백수광부(머리카락 흰 미친 남자)처럼 중요한 것을 잃지 말라는 경고처럼 읽힌다. 


"옆집 초등 3학년 엄마가 '그 국어 학원은 문법까지 꽉 잡아준대'라고 말한대서 달려가지 마오. 초등 아이가 이중모음, 파열음, 두음법칙 벌써배워 뭐하겠소. 문법은 아직이오. 대학교수도 중학교 1학년 문법이 어렵소. 그걸 외운다고 기억이나 나겠소. 그 시간에 받아쓰기하거나 맞춤법 하나 더 가르치시오"

"우리 아이는 아직 AR4.0(미국 초등학교 4학년 수준) 영어책밖에 못읽어"라고 자랑하는 8세 엄마 부러워마소. 그 아이가 초등 4학년 언니만큼 한글 책 잘 읽는 8세라면 모를까, 한글 수준은 8세인데 영어만 4학년이라고? 모래성을 쌓는 일, 봄 여름 가을 겨울이 몇 월인지도 모르는 아이에게 Climate를, 문명이 뭔지 모르는 아이에게 civilazition을, 경작이 무너지도 모르는 아이게게 culture를, 황제가 뭔지도 모르는 아이게게 empire를 외우라고 하는 것 너무 많이 봤소. 사실 알고 있잖소. 이건 아니오."


한글로 된 독서록도 겨우 3줄 쓰는 아이에게 영작 리포트 과제를 강요하지 마시오. 외워 쓰면 된다고 가르치는 학우너에 돈 내지 마시오. 글쓰기 실력은 모국어로 먼저 쌓아야 하난 법, 영어 문단 외워 글 한 편 써낸다고 좋아할 것 하나 없소. 영어 작문보다 모국어 작문을 먼저 해야하고. 모국어 작문보다 모국어 독서를 먼저 해야하는 것도 알고 있잖소.


문제집 하루 3장 풀라고 시키고 시장갔다 와보니 후다닥 TV 끄는 아들 보고 "너는 머가 되려고 이러니, 앞으로 뭐 먹고 살거니, 이럴 거면 공부 다 때려치워라," 동네 떠나가라 소리지르며 문제집 반으로 쪼개를 괴력을 선보이지 마오. 아이는 장차 뭐든 될거고, 천재도 아직 어릴 때는 어떻게 먹고살지 모르오. 아이 상처주고 밤에 혼자 울지 마오.


"어떻게 이 책 하나 다 못 읽을까? 얘는 글렀나?" 절망 섞인 눈초리로 아이를 바라보며 한숨 내쉬지 마오, 아이는 그 눈빛, 그 한숨을 먹고 자라오, 책 한 권 다 읽지 못하거든 "이건 나중에 읽자. 이젠 유튜브 보면서 , '모두가 꽃이야' '문어의 꿈' 이나 한 번 불러보자"라고 말하며 책 접으시오. 독서는 장기프로젝트라는 걸 명심하고 아이가 책 읽는 시간을 꾸중이 아니라 노래로 끝내주시오. 아이는 반드시 엄마와의 독서를 좋아하게 될 거요. 그래야 사춘기를 무사히 넘길 수 있소. 사춘기가 오면 독서 따위는 문젯거리도 아니오.


남들은 sky 잘만 간다는데 우리 아니는 '인 서울 대학'도 못 가겠다 불안감에 본인을 볶고 아이를 볶지 마시오, 그 sky에 25년 있었는데 별거 없소, 거기서도 불행한 이는 불행하고, 망할 이는 망한다오. 미리 상상하고 두려워하면 독서도 공부도 관곋ㅎ 엉망 되니 굳세세 버티시오. 공부 잘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보다 중요한 것은 삶의 내용이오.


   저자 나민애는 나태주 시인의 따님이다. 서울대 국문과를 나와서 석박사를 하고 지금은 그 학교에 교편을 잡고 있다. 서울대학교 기초교육원에서 학생들에게 읽기와 쓰기를 강의한다는데, 강의평가 언제나 최상이라고 한다.


저자가 학생들을 가르치면서 경험하고 인터뷰해서 정리한 것과 자신의 연구결과물을 묶은 책이 <국어 잘하는 아이가 이깁니다>이다. 이긴다는 말은 새겨들을 필요가 있다. 남을 이긴다는 것이 아니라 스스로 서는 아이가 되게 한다는 뜻이라고 말한다. 


공부하기 힘든 세상이다. 독서는 더 힘든 세상이다. 독서는심심해야 한다. 나만해도 어릴 적 책을 읽은 이유가 심심해서였다. 책보다 재미있는 게 그닥 많지 않았을 때였다. 그러나 요즘은 어떤가.  대부분 스마트폰 삼매경에 빠져 살고 있지 않은가. 스마트폰으로도 뭔가를 읽겠지만 글보다는 이미지나 영상을 보고 있다.


이미지나 영상으로 검색하고 정보를 얻으면서 아이들은 빠르게 문자와 멀어지고 있다. 문자와 멀어지면서 논리력까지 퇴보되고 있다는 걱정을 한다. 


여러 사람들의 공감을 받은 물리학자 김상욱 교수의 이야기가 있다.

 

"다시 구술 문화로 돌아가고 있는 요즘 세대가 걱정 돼요. 공부하기, 지식 습득하기, 심지어 새로운 기기 사용법을 익힐 때도 책과 문자를 통하지 않고 영상매체로 정보를 얻고 있어요. 그렇게 문자를 멀리하고 다시 구술 시대로 돌아간다면 우린 논리력을 잃게 될 거예요. 사고 체계가 망가질지 모릅니다. 복잡한 인과나 논리 체계의 문제는 문자로, 눈으로 봐야 보이거든요. 


우리가 수학문제를 풀 때, 손으로 수식을 써내려 가면서 풀면 아주 복잡한 문제라도 답이 나오지만 그냥 머릿속으로 해보세요. 절대 못해요. 논리라는 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할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하지만 구술로는 인과의 사슬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어요.   


 언어를 다루는 기술에 따라 사고방식이 달라집니다. <구술문화와 문자문화>에서 저자 월터 J.옹은 문자를 쓰는 사람들과 문자를 쓰지 않는 사람들은 세상을 오나전히 다르게 본다고 말합니다. 


그 핵심적인 차이는 문자를 쓰지 않는 사람은 논리 자체가 없다는 것입니다. 

논리라는 건 생각을 말이나 글로 표현하도록 짜임새 있게 만드는 과정이에요.  선후 관계가 차곡차곡 서로 연결돼 있는 거죠. 하지만 구술로는 인과의 사슬을 오래 유지하기 힘들어요."


독서초등생을 둔 부모라면  한번 읽어 봄직한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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