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모임 꾸리는 법
최근 내가 운영하는 독서모임이 슬럼프에 빠졌다. 처음의 열정은 어디로 갔는지, 모임에 활기가 사라지고 있다. 여기서 모임을 을정리할 것인가 심각하게 여기고 있었다. 그러다 내가 놓치고 있는 게 있다는 걸 최근에 알았다. 가장 큰 문제는 관계 갈등이었다. 책에 대한 열정만으로는 부족했다. 사람들 사이의 미묘한 긴장, 소극적 참여, 결석자 증가, 냉소적 태도, 선입견… 이런 문제들이 쌓이면서 모임의 존재 의의마저 흔들리고 있었다.
전문가는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까? 다른 독서모임들은 어떻게 운영되고 있을까?
독서모임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다
<독서모임 꾸리는 법>을 읽으며 가장 먼저 깨달은 것은, 독서모임은 단순히 책을 읽고 토론하는 공간이 아니라는 점이다. 그것은 관계의 공간이다. 저자는 독서모임의 핵심을 '함께 읽는다'는 행위 자체에 두고 있다. 혼자서는 끝까지 읽기 어려운 책도, 함께라면 완독할 수 있다. 혼자서는 놓쳤을 해석도, 다른 이의 시선을 통해 발견할 수 있다.
하지만 바로 그 '함께'가 문제였다. 나는 책 이야기만 잘하면 좋은 독서모임이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독서모임은 사람들이 모이는 곳이고, 사람이 모이면 필연적으로 관계의 문제가 발생한다고. 이것은 피해야 할 문제가 아니라, 다루어야 할 과제라고.
관계 갈등, 회피가 아닌 관리의 대상
우리 모임의 슬럼프도 결국 여기서 비롯됐다. 누군가는 매번 준비를 철저히 하는데, 누군가는 책도 제대로 읽지 않고 온다. 어떤 이는 자신의 의견만 길게 이야기하고, 어떤 이는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이런 불균형이 쌓이면서 불만이 생겼고, 그 불만은 표현되지 않은 채 습도 높은 공기처럼 모임을 무겁게 만들었다.
저자는 이런 상황을 예견한 듯, 독서모임 운영의 실질적인 노하우를 제시한다. 모임의 규칙을 명확히 정하는 것, 역할을 분담하는 것, 발언 시간을 조정하는 것 등. 특히 인상 깊었던 것은 '모든 사람이 말할 기회를 갖도록 하는 것'의 중요성이었다. 침묵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은 그 사람의 문제가 아니라 모임 구조의 문제일 수 있다는 지적이 마음에 와닿았다.
우리에게 필요했던 것이 무언가
이 책을 읽으며 깨달은 것은, 우리 모임에 부족했던 것이 두 가지였다는 점이다.
첫째는 구조다. 우리는 너무 자유로웠다. "편하게 모여서 이야기하자"는 취지는 좋았지만, 그 자유로움이 오히려 혼란을 낳았다. 누가 토론을 이끌어야 하는지, 언제 끝나는지, 어떤 방식으로 의견을 나누는지 모호했다. 저자가 제시하는 구체적인 운영 방식들—시간 배분, 질문 준비, 역할 분담—은 당장 우리 모임에 적용할 수 있는 실용적인 도구들이었다.
둘째는 용기다. 갈등을 직면할 용기. 저자는 문제가 생겼을 때 애써 무시하거나 회피하지 말고, 솔직하게 대화할 것을 권한다. "우리 모임에 문제가 있는 것 같아요"라고 말하는 것이 관계를 깨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관계를 지키는 길이라는 것.
셋째는 합의의 과정이다. 돌이켜보니 우리 모임의 많은 문제가 중요한 결정을 혼자 내렸던 데서 비롯됐다. 특히 신입 회원 모집에 대한 규칙을 만들지 않은 채, 운영자인 내 판단만으로 새 사람을 받아들였다. 기존 멤버들의 의견을 물었어야 했다. 몇 명까지 받을 것인지, 어떤 기준으로 선발할 것인지, 신입이 들어올 때 기존 멤버들은 어떻게 적응 기간을 가질 것인지. 이런 논의 없이 무작정 모임을 키우려 했던 것이 오히려 내부의 결속을 약화시켰다. 저자가 강조하듯, 독서모임은 민주적인 공간이어야 한다. 중요한 결정은 함께 내려야 모두가 주인의식을 갖는다.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희망
책을 덮으며 생각한다. 우리 모임의 슬럼프는 성장통이다. 초기의 설렘이 사라지고, 현실적인 문제들과 마주하는 이 시기는 어쩌면 모임이 진짜 공동체로 나아가기 위한 통과의례일지도 모른다.
원하나 작가는 독서모임이 '완벽'할 필요는 없다고 말한다. 중요한 것은 계속 모이는 것, 그리고 함께 더 나은 방향을 찾아가는 것. 이 책은 독서모임 운영 매뉴얼인 동시에, 사람들과 함께 무언가를 지속한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게 하는 책이었다.
모임을 한번 추스려 화요심야독서 2.0을 준비할 때가 되기는 했다. 회원들의 의견에 더 귀를 열어보려고 한다. "우리, 한번 솔직하게 이야기해 볼까요? 어떻게 하면 더 좋은 모임이 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이 새로운 시작이 되기를 바라며, 『독서모임 꾸리는 법』에서 얻은 지혜를 실천으로 옮겨보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