균열된 일상 회복하기

대온실 수리 보고서

by 김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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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금희의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창경궁 식물원의 낡은 온실을 수리하는 과정을 따라가면서, 동시에 사람들의 내면과 관계의 균열을 섬세하게 들여다보는 작품이다.

소설은 '수리 보고서'라는 제목처럼 차분하고 정밀한 시선으로 이야기를 전개한다. 온실의 금이 간 유리, 녹슨 철골, 고장 난 환기 시스템 같은 물리적 손상들은 단순한 배경이 아니라, 등장인물들의 상처와 관계의 틈을 은유한다. 김금희 작가는 화려한 사건 대신 일상의 미세한 순간들을 포착하며, 그 안에서 삶의 본질적인 질문들을 끄집어낸다.

작품의 핵심은 '수리'와 '돌봄'이다. 온실을 수리하듯, 사람들도 자신의 삶과 관계를 조심스럽게 수선해 나간다. 완벽하게 복원되지 않더라도, 그 과정 자체가 의미를 갖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또한 식물을 돌보는 일, 공간을 관리하는 일, 타인과 관계 맺는 일이 모두 연결되어 있음을 드러낸다. 노동의 가치, 특히 돌봄 노동의 의미를 조용히 환기시키는 것도 이 소설의 중요한 지점이다.

가장 인상적인 것은 작가의 시선이다. 김금희는 판단하거나 설명하려 들지 않고, 그저 세심하게 관찰하고 기록한다. 그 담담함 속에서 오히려 독자의 가슴에 파도가 치게 한다.

온실이라는 공간도 탁월한 선택이다. 인위적으로 만들어진 환경에서 생명을 키운다는 것, 투명한 유리로 둘러싸여 있지만 외부와는 다른 온도와 습도를 유지해야 한다는 것 - 이 모든 것이 현대인의 삶과 닮아있다.

온실 식물이 자연 그대로의 환경에서는 살 수 없듯, 현대인 역시 끊임없는 관리와 조절이 필요한 시스템 안에서만 살아간다. 유리로 된 온실처럼 우리도 세상과 연결되어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각자의 온도를 유지하며 고립되어 있다. 그리고 온실이 균열에 취약하듯, 우리의 삶도 작은 상처와 틈에 쉽게 무너진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완벽한 복원이 아니라, 누군가의 돌봄 속에서 조심스럽게 수리되고 지속된다는 것이다.

이 소설을 읽고 나니 주변의 작은 균열들이 다르게 보인다. 완벽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 천천히 수리해가면 된다는 것, 그리고 그 과정에서 누군가와 함께한다는 것의 소중함을 생각하게 된다. 김금희는 요란하지 않은 방식으로, 삶을 지속하게 만드는 것들에 대해 말한다.

<대온실 수리 보고서>는 빠르게 읽히는 소설은 아니다. 오히려 천천히, 문장 하나하나를 음미하며 읽어야 하는 작품이다. 그리고 그렇게 읽을 때, 우리 삶의 균열들을 어떻게 대해야 할지에 대한 조용한 위로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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