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의가 정의가 아닌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

by 김패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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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 《우리는 왜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가》는 우리 사회의 '정의'에 대한 생각들을 완전히 뒤집어 보는 책이었다. 사회 심리학자인 김태형 소장은 우리가 정의롭다고 굳게 믿어 왔던 것들이 사실은 진짜 문제를 가리는 가짜 정의일 수 있다고 아주 쉽게 설명해 준다. 책을 읽으면서, 은연중에 '정의롭다'고 생각했던 일들이 사실은 얼마나 이기적이고 단순한 마음에서 비롯된 것인지 돌아보게 된다.



책에서 가장 충격적으로 다가온 내용은 바로 우리가 최고라고 믿는 '능력주의(노력하면 성공한다)'에 대한 비판이었다. 우리는 보통 열심히 공부하고 일해서 성공하는 것이 가장 공정한 정의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저자는 이 능력주의야말로 가장 교묘한 '가짜 정의'라고 말한다.



왜 그럴까? 사람들은 태어날 때부터 부모님의 경제력, 환경, 물려받은 배경 등이 전부 다르다. 이처럼 출발선 자체가 불공정한데, 오직 '노력'만 강조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 저자는 성공하지 못한 사람들을 향해 "네가 노력을 덜 했잖아"라고 손가락질하는 것은, 사회 구조적인 불평등을 외면하고 있는 사람들(기득권층)의 특권을 정당화하는 아주 편리한 방법이라고 지적한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공정한 경쟁'이라는 말이 얼마나 잔인하고 무책임할 수 있는지 깨닫게 된다.



우리가 진짜 정의 대신 가짜 정의에 열광하는 이유는 우리 마음속의 심리 때문이라고 저자는 설명한다. 진짜 사회를 바꾸는 일은 너무 복잡하고, 시간도 오래 걸리고, 내 에너지를 많이 써야 한다. 예를 들어, 정치 제도를 바꾸거나 세금 구조를 고치는 일은 머리 아프고 힘든 일이다.



하지만 가짜 정의는 훨씬 쉽다. 인터넷이나 뉴스에서 '나쁜 사람' 한 명을 찾아내서 모두 함께 비난하고 공격하는 '마녀사냥'이 바로 대표적인 예이다. 우리는 그 사람을 욕함으로써 "내가 지금 정의로운 일을 하고 있다"는 기분을 아주 쉽게 느낄 수 있다.



저자는 이것이 복잡한 현실 문제를 해결하는 대신, 분노를 잠시 해소하고 대리 만족을 느끼려는 아주 값싼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런 열광은 결국 진짜 개혁으로 이어지지 못하고, 잠시 분노를 터뜨리고 마는 일회성 감정 소모로 끝나기 쉽다.




이 책이 우리에게 바라는 것은 눈앞의 분노를 넘어 더 넓고 깊은 곳을 바라보라는 것이다. 저자가 말하는 '진정한 정의'는 능력주의나 단순한 규칙에 대한 집착이 아니다. 진정한 정의는 사회 구성원 모두가 인간다운 삶을 살 수 있도록 만드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다.



즉, 아무리 경쟁에 뒤처지거나 약자인 사람이라도 굶어 죽거나 희망을 잃지 않도록, 사회 전체가 복지와 안전망을 통해 받쳐주는 것이 진짜 정의라는 것이다. 능력에 따라 돈을 더 버는 것은 인정하되, 그 차이가 사람들의 삶을 파괴할 정도가 되어서는 안 된다는 주장이다.



이 책은 우리가 무심코 사용했던 '정의'라는 단어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만드는 강력한 질문을 던진다. 우리가 지금 열광하고 있는 것이 혹시라도 나의 이기심과 무관심을 포장하는 가짜 정의는 아닌지, 우리 모두가 깊이 성찰해야 할 주제라고 생각한다.



이 책은 복잡한 사회 문제를 심리학적으로 명쾌하게 풀어주어, 앞으로 뉴스를 보거나 사회 문제에 대해 이야기할 때 훨씬 더 깊이 있는 시각을 가질 수 있게 해준 고마운 지침서가 되어 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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