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희의 인간
크리스티앙 보뱅의 <환희의 인간>은 독자에게 독특한 기쁨을 선사하는 책이지만, 때로는 잘 안 읽힌다는 평을 듣는다. 이유는 책이 가진 형식적 특성과 작가의 사유 방식에서 기인하는 거로 본다.
참고로 환희의 인간으로 번역되었으나 원제목은 '걷는 인간' 또는 '걸어가는 사람'이라고 한다. 삶 속에서 본질적인 것을 찾아 걷는 인간의 모습을 상징한다고.
주제는 삶의 본질, 죽음, 사랑, 예술, 그리고 일상 속에서 발견하는 기쁨과 환희에 대한 사색을 담고 있다. 보뱅은 평범하고 작은 것들 예를 들면 꽃, 아이, 빛, 침묵 속에서 신성하고 의미 있는 순간들을 포착하고 이를 시적인 언어로 풀어냈다.
문장들은 간결하고 비유적이며, 짧은 단락들이 모여 하나의 단편적인 에세이나 명상이다. 독자에게 강요하지 않고 조용히 각자 삶을 들여다보게 하고 그 안에서 이치를 깨닫게 합니다.
영성적이라는 의견이있는데, 종교적이라기보다는 보편적 영성이다. 세상에는 고통과 아름다움이 있으며, 진정한 기쁨은 소유나 성취보다는 존재 자체와 순간의 깨달음에 있다고 말한다.
이 책이 쉽게 읽히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일반적인 서사의 부재에 있다고 본다. 독자들은 소설이나 인문서에서 기대하는 명확한 줄거리나 단계적인 논리 전개를 발견하기 어렵다. 짧고 독립적인 단편적 사색과 명상으로 이루어져, 독자가 다음 내용을 궁금해하며 빠르게 페이지를 넘길 동기가 부족하다.
나아가, 보뱅 특유의 시적이고 비유적인 언어가 독해를 어렵게 할 수 있다. 보뱅은 일상의 언어를 사용하면서도 이를 깊은 철학적 은유로 채워 넣는 특징이 있다. 문장들이 압축적이고 상징적이어서, 독자는 글을 읽는 동시에 작가의 의도를 해석하는 노력을 기울일 것을 요구한다. 이처럼 느리고 내성적인 사색을 요구하는 책의 주제와 호흡은, 바쁜 현대인의 독서 방식과 충돌할 때 '잘 안 읽힌다'는 소감을 낳게 한다.
이 책을 나는 화요독서모임에서 함께 읽자고 제안했다.(아, 나는 2026년에는 제안하기보다 제안된 책을 읽기로 결심했는데, 선정된 목록을 보니 결심만했다. ;;;) 그러니 나는 어떻게는 이 책을 잘 읽는 방법을 연구해야 한다.
<환희의 인간>을 성공적으로 읽어내기 위해서는 '완독'보다 '음미'에 집중해야겠다. 이 책은 정보전달보다는 내면을 성찰하기 위한 명상의 도구다. 한 번에 많이 읽으려 하기보다, 마음에 울림을 주는 한 문장이나 단락을 발견하는 데 목표를 두자고 해야겠다.
어느 책이나 기록은 중요하지만 특히 이 책은 기록하며 읽는 자세가 중요해 보인다.
이 책에는 아름다운 문장이 많다. 그러나 이야기가 없기 때문에 메모를 하지 않으면 줄줄 흘러버려 남는 게 없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깊은 공감을 느낀 구절에 밑줄을 긋고, 그 옆에 자신의 느낌, 질문, 혹은 해석을 짧게 메모하자고 해야겠다. 이 메모가 독서의 깊이를 더해 줄 것이다. 또 이 기록들은 나중에 독서 모임이나 개인적인 사색에서 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은 속도를 늦추고 침묵하는 독서를 권한다. 서둘러 결론을 찾으려 하지 말자. 그냥 작가의 조용한 시선을 따라 삶의 사소하고 평범한 것들 속에서 가장 순수한 환희와 의미를 발견하려고 마음을 기울이며 읽어보자. 그러다 보면 보뱅이 말하는 <환희의 인간>의 메시지를 깊고 따뜻하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