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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27. 2017

프랑스: 인연, 음식 & 주짓수 (1)

1. 주짓수 도장 찾아가기

서울에서 프랑스에 온지 이제 3주째가 되어가네요. 서울에서 작년 6월초부터 주짓수라는 운동을 접하고 꾸준히 해오고 있는데요. 특별한 계기보다는, 스노우보드를 타다가 왼쪽 어깨뼈가 부러졌어요 (오래타면 자신감이 자만심으로 바뀌면서 다치는 경우가 생깁니다 ㅎ) 수술받고 한동안 침대에서 부상치료하느라고 이리저리 운동을 못했어요. 그러다 좋하하는 UFC 코너 매그리거 처럼 나도 한번 저런 운동을 해볼까 뭐 그렇게 매우 단순하게 생각했던거 같습니다. (아시다시피 머리가 복잡하면 실행력이 떨어집니다 ㅎ)


서울에서 처음 집근처 도장에 나간날. 와 느낌이 딱 이거 내가 원하는 운동이네. 뭐 그런 감이 왔었습니다. 일단 레슬링처럼 누워서하는 동작이 많고 복부근육 강화에도 도움도 되고 무엇보다도 기술이 매우 과학적이더라구요. 그 이후, 가능하면 자주 도장에 나가 연습도 하고 몸도 만들고 기술도 익히곤 했습니다. 덕분에 좋은 분들도 많이 많났구요. ㅎ 정말 재미나게 주짓수를 13개월하고 7월초에 프랑스로 왔습니다.


사실 이곳 프랑스에 오면서 약간 걱정이 되더라구요. 대체 프랑스에서 내가 원하는 도장을 찾을 수 있을지, 불어를 잘 못하는데 운동을 계속할 수 있을까하는 그런 생각들이요. 파리에서 기차로 약 40-50분 떨어진 Fontainebleau 에 살기 때문에 애초에 파리에서 도장을 찾기는 어려웠구요. 하지만 Fontainebleau 근처 도시, Avon에 도장이 있다는 말에 집도 Fontainebleau에 구하게 되었습니다. 하지만 도착 후 알게 된 사실이 Avon도장은 영업을 하지 않는다는 relocation agent말을 듣고 잠시 좌절했습니다. 하지만 20km정도 떨어진 물랑(Melun)이란 도시에 도장이 있다는 것을 알고 왔기에 그곳을 알아보기로 했습니다. 다만 주짓수보다는 유도중심이고 여름에는 별반 수업이 없는 듯 하여 별반 기대는 하지 않았구요.


도착한지 3일후 목요일, 물랑도장에 가보기로 했는데요. 이리저리 종일 일을 하다가 도보->버스->기차->도보 혹은 도보->직행버스-> 도보로 이어지는 물랑으로 가는 여행(?)을 도저히 피곤해서 못하겠더라구요 (이곳에서는 버스와 기차가 늦게 오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 짧은 기간동안 이미 여러번 경험을 했습니다. 그리고 시민들은 타성에 젖어 그냥 또 늦는구나 뭐 그렇게 생각하는 듯 합니다). 그래서 우버를 타기로 했습니다. 20분정도 가는데 24유로정도 나오더라구요. 아 아까와라! 그래도 일주일에 화/목 두번인데 이번에 안가면 또 다음주 화요일을 기다려야하니 그냥 딱 한번만 가자. 이렇게 생각하고 우버을 탔죠. 도장주소는 이미 우버에 입력되어 있어서 불어가 필요없었구요. 그냥 아롱지!(그곳으로 갑시다!) 이렇게 한마디만 했습니다. 도장앞에 도착해보니 건물이 조금 낡고 겉에서 보기에는 도장처럼 보이지 않더군요. 일단 건물안으로 들어가니 매우 큰 체육관이 나오네요. 몇명이 체력단련을 하고 있는데 강도가 상당히 세보였습니다. 암튼 주짓수를 하려 온 사람은 아직 보이지 않고 유도하려 왔다는 고등학생 한명만 있어서 영어로 간단히 애기를 나눴습니다.


슬슬 사람들이 모이기 시작하네요. 다들 동양인이 있으니 신기한 듯 영어좀 하는 친구들은 다 한번씩 물어보네요. 어디서 왔나구? ㅎㅎ 그리고 거의 모든 사람이 북쪽은 아니지라는 농담을 하네요. 아마 최근에 북한핵 관련 뉴스를 많이 접했나봅니다. 서로 인사를 하는데 늦게 온 사람이 일찍 온 모든 사람에게 가서 인사를 하는 식입니다. 제게 인사를 하면서 봉쥬르! 샤바? (잘지내?) 이렇게 간단하고 친근하게 손을 맞잡고 다른손으로 어깨를 감싸는식으로 인사를 합니다. 사진에서 보여지듯이, 드뎌 운동이 시작되었습니다. (사진은 일부 운동 장면)

보시는바와 같이,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니 상당히 넓습니다. 서로 부딪칠 염려는 별로 없을 듯 합니다. ㅎ 여름에는 수업이 없어서 주로 오픈매트로 진행된다고 합니다. 진행방식은 8분 스파링(일대일대련)하고 2분 쉬고 그렇게 계속 10번 스파링을 하네요 (참고로 서울에서는 기초체력-기술훈련-스파링으로 각각 30분씩 총 90분이었구요. 스파링은 보통 각 3분 3번정도 했습니다) 완전히 멘붕이더군요.ㅠㅠ 가자마자 첫날 탈진에 완전히 제 정신이 아니었습니다. 저는 그렇게 스파링만 장시간 해본적이 없어서 스파링 3-4번에 체력이 확 떨어지더라구요. 10번을 하려니 정말 죽을 맛이더군요.ㅠㅠ 또한 전부 처음보는 사람이라 스타일도 모르고, 암튼 하얀띠부터 검은띠까지 골고루 상대하면서 땀을 듬뿍, 아주 듬뿍 흘렸습니다.


스파링하다가 찰스라는 친구를 만났는데 항공사직원이고 영어를 잘 하네요. 다행히 많은 설명과 정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운동을 마치고 찰스가 저를 퐁텐블로까지 데려다주겠다고 하네요. (퐁텐블로 집으로 가는데 시간이 너무 걸려서 우버를 탄다고 했더니 고맙게 도움을 주네요! 만세!!!). 근데 잠시 가는 길에 자기 집에 들려 할일이 있데요. 그래서 물론 괜찮다고 하고, 유명한 화가 밀레의 작업장이 있는 barbizon과 가까운 곳에 위치한 본인 집에 들렸습니다. 집은 매우 넓은 들판이 지평선너머로 펼쳐지는 곳에, 조용한 전원주택 같은 곳이었어요. 너무나도 평화로워보이더군요. 근데 할일이란게 무엇인가 했더니, 바로 시원한 맥주를 마시는 것이었습니다. ㅋㅋ 와! 이런 센스! 주짓수 운동마치고 마시는 맥주는 정말 최고의 맛이죠!

너무 기쁜 나머지 급히 마셨더니 속이 얼마나 쓰리던지.... ㅎ 암튼 상상 그 이상의 맛이었습니다! 고마워 찰스!!! 내가 맥주광팬인줄 어찌 알고. ㅎ 이렇게 좌충우돌 프랑스에서의 저의 주짓수 생활이 시작되었습니다! 불어를 늘려서 주짓수 대화에도 도전해볼 생각입니다!!! 우버비용이 전혀 아깝지 않은 주짓수 첫날이었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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