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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파울라 최 Jan 03. 2022

탱고에는 뭔가 있어.

내 삶의 화양연화


20220103 아이패드 드로잉

라디오 DJ가 아스토르 피아졸라를 소개하며 말했다.

"나는 발로 하는 탱고보다 귀로 듣는 탱고를 만들고 싶다." 이어서 영화 해피투게더 ost <Tango Apasionado>가 흘러나왔다. 깊은 감정이 올라왔다.


친구와 독일 카셀을 여행한 적이 있다. 해 질 무렵 강렬한 색 천막 아래서 리베르탱고에 맞추어 탱고를 추는 사람들을 보았다. 그 장면이 선명하다.

베를린 지하철에서 탱고를 반도네온으로 연주하는 풍경도 익숙하게 떠오른다.

뭔가 멈출 수 없는 깊은 마음이 거기에 있다.


뚜렷한 목표 없는 20대에 홀연히 떠난 유학길에 나의 쓸쓸한 화양연화가 있다.

추억은 지나가면 통에 갇힌 잼과 같다고 누군가가 나에게 이야기해줬다. 냉장고 구석에 처박아두었다가 가끔씩 잼통을 열어 향을 맡아보고 맛도 볼 수 있다. 그곳에서 차가운 공기를 마시던 나를 떠올리면 열정이 차오른다.


낯선 도시와 낯선 사람들이 매력적이다.

음악을 듣는데 묘한 느낌이 들었다. 익숙하지 않은 깊은 감정이다.

발코니에 앉아 지나가는 사람과 자동차들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 수많은 시간 중,  기억에 또렷하게 남는 건 혼자서 아무 의미 없이 보냈던 여유 있는 시간과 공간이다.

뭔가 있어 보이는 쓸쓸함.

에너지가 사라져 내가 없는것처럼 살다가 귀국했다.

나의 화양연화는 쓸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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