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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홍콩

여행 가이드

어쩌다 보니

by Paul Bang
광고 노동자, Causeway Bay, 2015

어쩌다 보니 홍콩에서 살고 있었다. 여전히 좋은 직장을 잡기는 어려웠고 언제나 돈이 필요했다. 월급 주던 회사를 관두고 스스로 사진가라 칭했기에 수입은 없었다. 이력서와 자기소개서가 필요 없는 마이리얼트립 가이드를 시작했다. 그때까지 여행 다운 여행, 여행사, 가이드의 경험도 없었다. 홍콩에서 살아가는 나의 이야기를 들려주고 도와주면 되겠지 생각했다. 서류를 업로드 하고 간단한 인터뷰 후 마이리얼트립 가이드가 되었다.


2016년 5월, 첫 손님을 기억한다. 긴장한 가이드를 배려해주던 좋은 사람이었다. 빅토리아 피크에서 촬영한 그의 사진이 잘나와서 기뻤다. 바람에 날리던 머리가 좋은 분위기를 연출했다. 한동안 그의 카톡 프로필 사진으로 사용되는 것을 보며 중얼거렸다. '누군가 내 사진을 사용한다'. 초보 가이드의 저렴한 가격 전략 덕분에 손님은 꾸준했다.


그때 즈음 사진가 명함을 만들고 지인들에게 돌렸다. 자신 없는 눈빛의 사진가에게 일을 맡길 만큼 어리석은 사람들은 아니었다. 그래도 무언가 해보려 발버둥치는 모습에 도와준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의 도움 덕분에 지금도 버티며 산다. 신의 축복을.


여행자를 가이드하며 사진 찍어주는 사람으로 살게 되었다.



& 손님으로 만났던 소설 작가의 조언으로 글을 쓴다. 삶에 대해 투덜대지 말고 글이나 쓰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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