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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홍콩

홍콩에 가면 Club 71

홍콩 역사 여행 - 맥주

by Paul Bang

첫 인상은 대학가의 작은 술집이었다. 아담한 공간에 낡은 의자와 테이블, 시멘트에 거칠게 그린 벽화, 정치인과 권력을 조롱하는 그림, 화장실의 낙서들. 관광객으로 북적이는 란콰이펑과 소호에서 살짝 벗어나 숨어있는 곳. 운이 좋으면 음악가들의 즉흥 공연과 홍콩 느와르 영화의 주인공을 만나는 곳. 홍콩의 시민단체 활동가들과 동지가 되는 곳. 그리운 모든 것이 남겨진 곳.


13937792_1152808114783691_989103931698155333_o.jpg 화장실, Club 71, Hong Kong, 2016

오직 돈을 벌기 위해 시작된 곳이 아니다. 클럽 이름은 매년 7월 1일의 저항 행진을 의미한다. 활동가들을 위한 공간과 저렴한 술을 제공하기 위해 시작되었다. 지금도 낮은 가격으로 술을 판다. 덕분에 가난한 예술가와 활동가들의 아지트다. 이제는 늙어버린 성공한 영화인과 배우들도 쉽게 볼 수 있다. 아무도 그들을 신경쓰지 않기 때문인 것 같다.


클럽의 바로 옆은 게이바, 앞 마당은 100여년전 암살된 혁명가를 기념하는 Pak Tsz Lane 공원. 벽과 선반은 그림과 낙서 그리고 낡은 것들로 채워져 있다. 화려하고 새로운 것만 생존하는 홍콩의 어긋난 구멍이다. 우산 혁명의 지도자들이 감옥에 갇히고, 언론에 재갈이 물려도 테이블은 항상 부족하고, 클럽의 낙서는 계속 늘어난다. 중국 공산당은 예술로만 존재한다.


나는 주로 촬영이나 가이드를 마치고 땀에 절어 찾았다. 맥주를 들이키고 진토닉으로 취하게 마신다. 안주는 굽지 않은 땅콩과 과자가 전부다. 음식은 팔지 않는다. 그럼에도 충분하다. 홍콩의 역사와 사람에 취하는 기분으로 마실 수 있다.


습한 더위, 비싸고 화려한 것에 지쳤다면 Club 71에 가라. 매번 만취하던 유일한 한국인 단골 덕분에 환대 받을 것이다. 그리운 곳.


지도 https://goo.gl/maps/x18faHmHAUT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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