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편의 영화 그리고 아버지

by Paul Bang

매주 토요일은 아빠와 목욕탕에 가는 날이었다. 아빠와 온탕에서 버티고, 이태리 타올이 주는 겨드랑이 간지러움에 낄낄대고, 냉탕에서 물놀이를 하고, 바나나 우유나 맥콜을 마시면 주말 의식이 끝난다. 때를 밀며 아빠가 말했다 “진수가 오늘 티비에서 재미있는 영화 한다는데?”, “뭔데요?”, “제목은 기억이 안나. 이따 녹화하자”, “네!”. 기대하는 마음으로 티비 앞에 앉아 비디오 레코더 작동을 준비했다. 1986년 5월 24일 KBS 토요명화에서 ‘Back to the Future’를 처음 봤다.


비디오 테이프에 녹화된 영화를 수십 번 넘게 봤다. 매 장면이 생생하게 기억날 정도로. 여주인공의 가슴이 드러난 드레스와 키스 장면에 이유 없이 부끄럽고, 다시 보고 싶었다. 과거의 변화가 현재를 바꾸고 현재가 미래를 결정하는 신비로운 이야기. 그리고 신나는 음악까지. 모든 것이 완벽한 영화였다.


2013년 겨울, 2년차 항암 중이던 아버지와 오리 CGV에서 영화 ‘변호인’을 봤다. 영화가 끝나고 당신이 택시 운전할 때 가고 싶어도 비싸서 참았다던 근처 국수집으로 향했다. 차 안에서 무심한 말투로 아버지에게 영화가 어땠는지 물었다. 58년도에 태어나 군부 독재와 민주화 과정을 관통하는 세대였지만, 국민학교를 겨우 졸업하고 바로 노동을 시작한 아버지에게는 조금 거리가 있는 영화라 생각했다.


“그때는 모든 게 참 힘들었지...”로 시작해 당신이 중학교에 가지 못하고 서울로 상경해 주방에서 설거지하던 일, 난방도 없는 공장 숙소에서 지내던 일, 배우지 못해 무시당하던 일 등. 아버지는 지나간 시간의 고통과 서러움에, 어쩌면 죽음과 가까이 있는 자신을 바라보며 우셨다. 핸들을 잡은 나는 조용히 눈물을 먹었다. 우리는 국숫집에 도착해 주문했다. 어머니는 메뉴판의 가격을 보고 “그냥 사 먹지. 바보 같이 이게 얼마라고 참아...”라고 했다. 우리는 대화 없이 국수를 먹었다. 그리고 다음해 봄, 아버지는 잠들었다.


영화를 보는 것이 취미인 나는 종종 ‘어떤 영화 좋아해요?’라는 질문을 받는다. 그러면 가장 최근에 본 좋은 영화를 답한다. 그런데 누군가 ‘당신의 인생 영화는 뭐예요?’라고 묻는다면, 아버지와의 시간 처음과 끝 부근에 있는 저 두 영화로 답할 것이다. 그 사이에 쌓인 우리의 기쁨, 슬픔, 분노, 증오 그리고 사랑. 그 모든 것이 담길 정도로 좋은 영화이기 때문이다.


언젠가 애린이도 나를 좋은 영화로 기억했으면 한다. 아빠와 함께 울고 웃으며 본 영화가 우리의 시간에 주춧돌로 남아, 오랜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았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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