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언제쯤 내 인생에 도움이 되어주려나

by 폴챙



"남자"라는 단어에는 두 가지 뜻이 있다:


「1」 남성으로 태어난 사람.

「2」 한 여자의 남편이나 애인.


남자는 1번에서 2번으로 변할 때 고장이 난다.





멀쩡했던 그 남자는 결혼하고 왜 그렇게 변했을까


세상의 모든 남자는 사랑스럽게 태어난다. 그 아이는 커서 학교도 가고, 때 되면 입대해서 나라도 지킨다. 직업에 남녀구분 없어진 시대라지만 남자는 건설업, 어업, 광공업, 국방산업 등 몸이 고된 분야에 높은 비율로 종사하며 듬직하게 나라 발전에 기여한다. 그리고 때가 되면 자기 짝을 찾아간다.


듬직하고 책임감 있는 그 남자. 동시에 돌봐주고 싶은 모성애를 불러일으키는 그 남자. 혼자서도 행복하게 잘 살던 나를 결혼하고 싶게 만들어 버린 그 남자.


그랬던 그 남자는 내 남자가 되는 순간, 탈피한다.


징그럽던 애벌레는 때가 되면 번데기를 벗어던지고 멋진 나비가 되는데, 멀쩡했던 그 남자는 때가 되면 싱글을 벗어던지고 징글징글한 내 남자가 된다.






인생은 과연 초콜릿 상자일까


1994년에 개봉한 영화 <포레스트 검프>에는 이런 명대사가 있다:


"Mama always said life was like a box of chocolates. You never know what you're gonna get"

"엄마는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은 거라고 항상 말하셨지. 무엇을 고를지는 아무도 모른다고"


만약 인생이 정말 초콜릿 상자와 같다면 얼마나 좋을까. 무엇을 골라도 달콤한 초콜릿이거나, 입에는 써도 몸에도 좋은 다크 초콜릿일 테니까. 하지만 우연의 일치일까. 어린 포레스트 검프에게 이렇게 희망찬 말을 해줬던 엄마에겐 남편이 없었다.


인생은 초콜릿 상자 같을지 몰라도 남편과 함께 하는 인생은 쥐약 상자 같다. 무엇을 선택하던 숨이 턱턱 막히다 결국은 사망에 이른다.


옆나라 일본의 사망자 통계를 분석한 2020년 자료에 따르면, 결혼한 남자는 미혼 남자보다 약 14.4년을 더 산다고 한다. 하지만 여자의 경우 반대로 결혼한 여자가 미혼 여자보다 3년 더 일찍 죽는다고 한다.* 어쩌면 남편은 내겐 쥐약을 주고 지 혼자 초콜릿을 먹고 있을지도 모른다.






장수의 비결


종교인은 가장 오래 사는 직업으로 자주 등장하는 직업이다. 종교인의 장수 비결에는 금주·금연, 적은 스트레스, 규칙적인 생활 등의 이유가 있다. **


그리고 밝혀지진 않았지만 종교인의 장수 비결에는 해탈(解脫)이 포함되어 있지는 않을까. 불교 느낌이 물씬 나는 해탈이라는 단어에는 종교적인 의미 외에도 "얽매임에서 벗어남"이라는 사전적 의미가 있다.


어쩌면 장수하는 비결은 내 건강을 해치는 것들로부터의 해탈, 내 삶을 해치고 있는 것으로부터의 벗어남일지도 모른다.






인생을 초콜릿 상자로 바꾸는 비결


결혼한 여자가 미혼 여자보다 3년 빨리 죽는다던 연구에서 또 밝혀진 것이 있다. 오래 사는 미혼 여자보다 9.4년이나 더 사는 여자가 있다고 한다. 바로 사별한 여자다.


결혼한 여자는 가장 빨리 죽고, 결혼 안 한 여자는 그보다 오래 살고, 남편이 사망한 여자는 가장 오래 산다.


역시 소중한 것은 뺏겨봐야 그 소중함을 아는 걸까. 여자는 빼앗겼던 초콜릿 상자 같던 달콤한 인생을 남편이 죽은 후 다시 돌려받고, 그 소중함에 감사하며 사별 후 가장 오래 살게 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가수 넬(NELL)의 <Healing Process(회복 과정)>이라는 앨범에 수록된 노래 가사가 떠오른다:


당신이란 사람 [...]
언제까지 그렇게 살아 숨 쉬고 있을 건가요






나는 남편이다.


내 아내는 초콜릿을 안 좋아한다.


나는 아내에게 초콜릿일까, 쥐약일까.




* “독신남·기혼남 수명차 14년”… 퇴직한 중년 남성에게 벌어질 일

** 오래 사는 직업 빨리 죽는 직업 숨은 비밀 속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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