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남편은 과연 다시 사람이 될 수 있을까

by 폴챙



지구에는 무려 약 4,600종의 바퀴벌레가 있다고 한다.


반짝이는 짙은 갈색 등껍질, 쉬시식 빠르게 바닥을 기어 다니는 모습, 내 맨발을 더듬는 긴 더듬이, 발로 밟으면 바삭거리며 뭉개지면서 내장과 알주머니가 냄새를 풍기며 사방으로 터지는 모습. 바퀴벌레는 상상만으로도 끔찍하다.


하지만 벌레가 정말 두려운 건 바로 그놈이 우리 집에 들어왔을 때다.






1883년에 태어난 프란츠 카프카의 소설 『변신』의 남자주인공 그레고르는 어느 날 아침 벌레가 되어 눈을 뜬다. 벌레로 변해버린 그의 모습을 본 가족은 무서워하며 그를 방에 가둔다. 벌레가 된 그가 비록 혐오스럽긴 해도 그의 가족은 그를 먹이고 돌보아 준다. 하지만 시간이 가도 그레고르는 사람으로 돌아올 기미가 없고 가족에게 짐이 되어간다. 결국 그레고르는 자신 때문에 고통받는 가족의 모습에 괴로워하며, 가족의 애정을 그리워하며 벌레인 채로 사망한다.






물론 남편을 벌레에게 비교할 수는 없다. 어찌 감히 남편 따위를 벌레에게.


벌레는 잡아 죽일 수라도 있다. 남편은 박멸이 안된다. 신문지를 말아 때려도 죽지를 않는다.


벌레는 알아서 찾아라도 먹지 남편은 꼭 차려줘야 먹는다. 손이 많이 간다. 자꾸 주먹이 쥐어진다.


벌레는 아무거나 잘 먹기라도 하지 남편은 차려줘도 불평이다. 밥그릇을 뺏어버리고 싶다.


벌레는 웬만하면 눈에 띄지 않지만 남편은 항상 눈에 띈다. 그냥 저기 찬장 밑에 들어가 버렸으면 좋겠다.


벌레는 길어도 2년이면 죽는다. 남편은 장수한다. 100세 시대가 오는 것이 두렵다.


벌레 있는 집은 돈 벌어서 떠나면 그만이지만 남편 있는 집은 떠날 수가 없다. 그래도 내 남편이라 눈에 밟혀 데려가지만, 데려가면 또 밥 달라고 한다. 그냥 눈에 밟힐 때 밟아버릴 걸 그랬다.






과연 그는 결혼을 하고 변한 것인가, 아니면 사람이었던 적이 없었던 것인가.


이 고통은 그를 집에 들인 내 잘못인가, 아니면 우리 집에 들어오려고 사람인 척을 한 그의 잘못인가.


그는 과연 사람으로 돌아올 것인가, 아니면 그레고르처럼 그대로 사망할 것인가. 후자라면 언제쯤 사망해 줄 것인가.






지난 주말 내내 나는 아내가 챙겨주는 밥을 편하게 받아먹기만 했다.


어제도 아내는 내 뒤치다꺼리를 하느라 늦게 잠에 들었다.


이번 주에는 한 끼라도 내가 스스로 챙겨 먹어야겠다고 다짐해 본다.






남편은 자기 밥 자기 스스로 챙겨 먹는 것도 뿌듯해한다.


두 끼를 혼자 챙겨 먹으면 결혼해서 밥도 못 얻어먹는다고 혼자 서글퍼한다.


그러면서 힘든 아내 밥 한 끼 차려줄 생각은 안 한다.


아주 지 입만 입이다. 주둥이를 비틀어 버리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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