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은 예쁜 여자만 보면 눈이 돌아간다
아내 앞에선 인상만 쓰던 남편이 티브이에 예쁜 여자가 나오면 얼굴에 화색이 돈다. 집에서는 아내가 밥을 먹었는지 하루 종일 뭐 했는지 궁금하지도 않던 말없는 인간이 백화점 예쁜 여직원을 보면 괜히 쓸데없는 거라도 물어본다. 아내가 두 손 가득 장바구니를 들고 있어도 문 한 번 잡아주지 않던 인간이 예쁜 여자만 보면 괜히 아직 닫히지도 않는 엘리베이터 열림 버튼을 눌러준다.
잘생긴 남자가 이 여자 저 여자한테 잘해주는 걸 생긴 값 한다고 한다. 내 남편이 그러는 건 꼴값 떤다고 한다.
비루하고 못난 자기 같은 인간을 거두어준 아내의 고귀한 인격과 희생에 감사하며, 평생 존경과 감사함을 품고 아내만 추앙해도 시원찮을 판에 배은망덕하다.
하여간 남자는 틈만 나면 한눈을 판다.
이 세상엔 한 눈 팔지 않는 남자도 있다
그래, 인정할 건 인정하자. 이 세상에는 남자가 봐도 멋진 한눈팔지 않는 남자도 있다. 배우 정혜영의 남편 션처럼 아내 밖에 모르면서 자상하고, 아내에게 목소리 한 번 안 높이고, 그런데 아이들한테까지 잘하고, 세상에서 인정받을 만큼 기부를 하고도 가족이 넉넉하게 쓸 돈이 남을 만큼 능력도 있는, 그런 남편 있을 수 있다. 하지만 그런 남자가 어디 흔한가.
작고 귀여운 물고기가 주인공으로 나오는 <니모를 찾아서>라는 영화가 있다. 니모의 실제 어종인 흰동가리는 작고 예뻐 관상어로 많이 기르기도 한다. 니모는 예쁘다. 하지만 생각해 보자. 만약 오징어만 들어있는 수조에 니모 한 마리가 들어오면 물 흐리는 건 오징어인가 니모인가. 니모가 생태교란종이다.
우리는 오징어수조에 살면서 니모만 찾는다. 그리고 어쩌다 흘러들어온 니모를 보며 오징어를 나무란다.
우리가 사는 이곳에 니모같은 남편은 흔치 않다. 아무리 흔해도 내 곁으로 오지는 않는다. 오다가도 옆집에서 멈춘다. 이번 생은 글렀다. 내세에 희망을 걸어본다. 그래서 교회에 가면 남자보다 여자가 많다.
이런 농담이 있다.
한 남자 성직자가 버스를 타고 어딘가로 향하고 있었다.
한 정거장에서 못생긴 여자가 버스에 올랐다. 성직자는 얼른 눈을 감으며 조용히 속으로 기도했다. "신이시여, 저를 시험에 들게 마옵소서."
다음 정거장에서 예쁜 여자가 버스에 탔다. 성직자는 여자에게 눈을 떼지 못하며 신께 기도를 올렸다. "오, 신이시여. 당신의 뜻대로 하옵소서."
남자의 시선은 항상 예쁜 여자 쪽으로 향한다. 예쁜 여자 실루엣만 지나가도 고개가 돌아간다. 눈을 떼지 못한다. 하여간 진상이다.
남자는 틈만 나면 한눈을 판다. 그리고 안타깝게 나도 남자다. 오징어 같은 내 모습에 부끄러움을 느낀 나는 반성하며 다짐했다. 이젠 절대 한 눈 팔지 않으리.
어느 날 아내와 마트에 갔다. 아내와 카트를 밀며 돌아다니는데 아내가 뭐 좀 가져온다며 여기 잠시 있으라고 했다. 아내가 자리를 떠나고 잠시 후, 혼자 물건을 둘러보던 내 고개가 옆으로 돌아갔다. 내 시선이 머무른 곳에는 왠 예쁜 여자분이 서있었다.
나는 황급히 고개를 제자리로 돌렸다. 내 본능에 배신감을 느꼈다. 아내가 자리를 비운 지 몇 분이나 됐다고 벌써 이러다니. 운전할 때는 잘 보이지도 않는 주변 시야가 이럴 때나 작동하다니.
하지만 아내와의 의리를 지키고픈 내 맘 모르는 야속한 내 본능은 내 시선을 다시 그 여자분으로 향하게 했다. 비참하다. 내 본능은 한눈이 아니라 두 눈 다 팔게 했다.
그런데 왠지 그 여자분 낯이 익었다. 다시 보니 아내였다.
와, 예쁜 여자랑 결혼해서 정말 다행이다.
폴챙 에세이 분야 크리에이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