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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폴챙 Feb 07. 2024

왜 삼성 핸드폰이 한국보다 미국에서 더 싼 건데?



한국인이 많은 뉴욕이나 LA라면 몰라도, 시애틀 같은 미국 시골에 사는 나 같은 재미교포에게 한국 문화는 언제나 신기하고 반갑다. 새로 오픈한 (한국 돈으로 4만 원이 넘어가는) 페리카나 양념치킨에 열광하고, 시애틀에도 곧 파리바게트가 생긴다는 소식에 기뻐 어쩔 줄을 모른다.


나 같은 재미교포가 한국에 방문하면 모든 게 신세계다. 편의점에 앉아 삼각김밥에 컵라면을 먹을 수 있다는 것과, 길거리에서 어묵과 염통꼬지를 사 먹을 수 있다는 현실에 감사해한다. 한국은 어딜 가서 무엇을 먹던 웬만하면 미국보다 싸고 맛있다.


한국에 오면 미국 브랜드는 일단 거른다. 스타벅스보단 이디야, 아웃백보단 라라코스트, 게토레이보단 토레타를 고른다. 그래도 한국 맥도날드 맥모닝은 미국과 메뉴도 다르고 맛있어서 먹는다.






아이폰보단 갤럭시


2024년 1월, 삼성은 스마트폰 최초로 AI가 내장된 갤럭시 S24시리즈를 공개했다. 반도체 사업은 TSMC에 밀린다는 소식이 들리기도 하지만 역시 굴지의 대한민국 대표 기업 삼성! 때마침 나는 한국에 머무르고 있었고, 곧 전 세계에서 가장 먼저 한국에서 사전예약이 시작된다는 소식이 들렸다. 마침내 때가 왔다. 나는 태어나 처음으로 대한민국에서 삼성 핸드폰을 구매할 수 있게 되었다. 나는 이 순간을 위해 갤럭시 노트 20을 4년간 써왔는지도 모른다.


생애 첫 스마트폰으로 아이폰을 딱 한 번 사용한 이후, 핸드폰은 쭉 갤럭시를 고집했다. 갤럭시가 내가 쓰는 윈도우 노트북과 호환이 잘되는 게 마음에 들기도 지만, 자기만 특별하다는 듯 도도한 척하는 애플이 마음에 들지 않기도 했다. 게다가 삼성은 내가 태어난 나라의 대표 기업 아닌가.






양키 고 홈


한국에서 구입하는 폰이 미국에서 사는 폰과 다른 점 한 가지가 있다. 한국에서 구입한 폰은 무음으로 설정이 되어 있어도 사진 찍을 때 찰칵 소리가 난다. 사진을 좋아하는 사람에겐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닐 텐데, 몰카를 방지를 위해 그렇다고 한다. (대한민국에 몰카가 그렇게 많은가?) 하지만 사진 찍을 찰칵 소리 정도는 개의치 않는다.


갤럭시 S24 사전예약 발표 후, 나는 들뜬 마음으로 삼성 웹사이트에서 자세한 내용을 읽어보기 시작했다. 런칭을 맞아 사용하던 중고폰을 반납(트레이드인)하면 추가 보상을 해준다고 했다. 내가 4년째 사용하는 갤럭시 노트470,000원을 준다고 한다. 미국보다 약간 적은 감이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나쁘지 않다.


한국에서 핸드폰 구매와 트레이드인이 처음이라 유의사항을 자세히 읽어보았다. 그리고 슬픈 사실 한 가지를 알게 됐다. 바로 "해외에서 구입한 폰은" 트레이드인이 불가하다는 것. 순간 한국에 올 때마다 한국통신사 유심칩을 넣고 잘만 쓰고 있는 미국에서 구입한 삼성 핸드폰이 왜 반납이 안되는지 분노가 치밀었다. 내용을 더 읽어보니 "중고폰 매입 업체의 기준이며, 국내에서 처리할 수 없는 폰으로 분리되어 반납이 불가능"하다고 했다. 중고로 매입한 폰은 초기화 작업 후 해외로 수출하는데, 해외에서 구입한 폰은 그것이 불가능하다는 거다.


어차피 해외로 수출할 폰인데 왜 해외에서 구입한 폰은 반납이 안되는지 다시 짜증이 났지만, 금세 마음을 추슬렀다. 사진 찍을 때 나는 찰칵 소리처럼, 내가 모르는 어떠한 절차 때문에 그런 것일 거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트레이드인 혜택을 받지 않고 구입하기엔 최고 사양의 갤럭시 S24 울트라는 너무 비쌌다. 그리고 생각해 보니 한국에 이런 트레이드인 제한이 있으면, 나중에 미국에서 다음 폰을 구입하며 트레이드인을 때도 한국에서 구입한 폰이 문제가 같기도 했다. 아쉽지만 조금 기다렸다 미국에 들어가서 사기로 했다.


새 핸드폰 살 마음에 들떴던 마음이 갑자기 가라앉으니, 괜스레 한국에 올 때마다 본인인증이 되지 않아 혼자 배달음식도 시켜 먹지 못하는 한국에서의 외국인 처지가 서글퍼졌다.


마치 삼성이 나에게 속삭이는 것 같았다: 양키 고 홈.






삼성 핸드폰 정가는 미국보다 한국이 싸다


어느 나라에 가도 외제는 국산보다 비싸다. 미국에선 메로나 하나에 2천 원이 넘고, 캐나다에선 싼 맛에 먹는 팀호튼(Tim Hortons) 커피가 한국에 오면 (가격만) 고급 커피로 변신한다.


그런데 어떤 한국 제품은 외국보다 자국민에게 더 비싸게 팔리고 있다는 어처구니없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한 예로 현대차가 그렇다는 말을 (내가 직접 가격 비교를 해보진 않았지만) 유튜브에서 들은 적이 있다.


올해 핸드폰 구입을 위해 삼성 핸드폰의 한국ㆍ미국 가격을 자세히 비교해 보게 되었다. 결론만 말하자면 [갤럭시 S24 울트라 1TB]의 정가는 미국보다 한국이 조금 더 싸다.


[갤럭시 S24 울트라 1TB]의 정가는:

한국: 2,127,400원

미국: 2,202,325원 (1649.99달러)


오늘 환율로 미국보다 한국이 74,925원 정도 저렴하다. 일단 정가는 그렇다.






왜 삼성핸드폰이 미국에서 혜택이 더 좋은 건데?


정가는 한국이 미국보다 조금 싸도, 요즘 핸드폰을 정가 주고 사는 사람은 없다.


혜택 후 삼성 핸드폰 가격은 미국과 한국이 어떻게 다를까?


한국미국 둘 다 통신사 혜택이 많지만, 어차피 두 나라 모두 갤럭시 S24 모델 중 제일 좋은 모델인 [갤럭시 S24 울트라 1TB]에는 통신사 혜택이 적용되지 않는다.


두 나라에서 삼성이 제공하는 혜택을 비교해 봤다:


한국 삼성에서 제공하는 혜택은 3가지다:

즉시할인

제휴 카드사 할인

중고폰 반납 (트레이드인) 추가 보상


미국 삼성에서 제공하는 혜택은 딱 하나다:

중고폰 반납 (트레이드인) 추가 보상


하지만 동일한 중고(갤럭시 노트 20 울트라)을 반납했을 때, 한국 삼성은 470,000원을, 미국 삼성은 약 796,026원(600달러)을 보상해 준다.


그래서 삼성에서 제공하는 혜택을 적용했을 때 한국과 미국에서 [갤럭시 S24 울트라 1TB]의 최종가격은:

한국: 1,529,900원

미국: 1,406,299원


미국이 약 123,601원 싸다.


삼성이 재미교포인 나에게 "양키 고 홈"이라고 말했던 이유가 있었다. 삼성폰은 미국이 더 싸니 미국에 가서 사라는 삼성의 "츤데레"한 배려였다.


츤데레(tsundere)
「명사」 쌀쌀맞고 인정이 없어 보이나, 실제로는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을 이르는 말.


역시 사람이나 기업이나 그 속마음을 함부로 속단하면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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