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보기 싫은 영상이 있다. 바로 내 모습을 담은 동영상. 내가 거북목이 저렇게 심했나? 내가 저렇게 팔자걸음이라고? 어깨에 비해 머리가 너무 큰 거 아니야? 키에 비해 허리가 너무 긴데? 자세가 너무 구부정한데?
내가 듣기 싫은 소리도 있다. 바로 녹음된 내 목소리. 내 목소리가 이렇게 높았나? 내 목소리 멋진 중저음이 아니었어? 말은 왜 이리 빠른 건데?
하지만 타인이 보는 내 모습은 항상 그런 모습이었고, 타인이 듣는 내 목소리도 그랬다. 나만 내 모습을 객관적으로 보고 듣지 못했을 뿐이다.
내 목소리는 녹음해서 들을 수 있고, 내 모습은 동영상을 찍어 확인할 수 있는 것처럼, 내 안의 이야기는 글로 써보면 객관적으로 볼 수 있다. 그리고 찍어보면 안 멋진 내 모습처럼, 내 이야기도 일단 적어보면 그리 멋지지 않을 수 있다.
내 이야기가 머릿속에 있을 땐 낭만적이고 흥미롭고 독창적이고 감동적일 것만 같지만, 꺼내보면 아닐 수 있다. 글로 풀어보면 그저 내 감정의 파편일 수도, 그저 내 마음속 부푼 마음이었을 수도 있다. 어? 이게 다야? 별 거 없네? 그냥 혼자 멋지다고 생각한 거였네?
나는 마음만 먹으면 좋은 글을 쓸 수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내가 글을 안 써서 그렇지 쓰기만 하면 대박 날 줄 알았는데...
써보기 전엔 자만하고, 쓰고 나면 소심해진다. 이제 쓰지 말아야지, 그냥 가만히 있어야지 싶다.
하지만 영상으로 내 모습을 제대로 보지 않으면 내 자세가 얼마나 구부정한지 알 수 없는 것처럼, 내 이야기도 일단 글로 써보지 않으면 내 생각과 논리가 얼마나 구부러져 있었는지 알 수가 없다. 제대로 보면 부끄러울지도 모르지만, 제대로 보아야 교정을 시작할 수 있다.
당신도 오늘 번뜩이는 이야기가 떠올랐겠지만, 어쩌면 아주 오래 마음속 품고 있던 이야기일 수도 있지만, 그래서 글 한 번 써보려고 자리에 앉았겠지만, 써보니 초라할 수 있다. 나도 오늘 그랬고, 비록 그랬지만 글을 썼다.
아직 내 생각은 구부정하구나. 하지만 어쩔 수 없지. 생각을 다시 한번 꼿꼿이 세워보는 수밖에. 계속 그러다 보면 언젠간 바른 생각을 하고 올곧은 내 이야기를 할 수 있게 되지 않을까.
언젠간 정말 멋진 이야기를 쓸 수 있도록, 오늘은 부끄럽더라도 내 안의 이야기를 글로 써서 정면으로 마주하자. 그저 이뿐이면 어때, 이게 지금 내 글의 모습인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