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6
살인충동!
어른이 되어서야 알았다. 내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살인 충동을 느끼며 살았다는 것을. 어렸을 때는 그런 충동을 느껴도 그냥 지나갔다. 왜냐하면 아무것도 할 수 없었으니까. 그런데 어른이 되면서 이 충동이 점점 커졌다. 왜냐하면 할 수 있는 게 더 많아졌으니까. 어른이 되면서 이 충동이 점점 실제 현실에서 일어날 수 있는 충동이라는 것을 느낀다. 점점 무섭게 느껴진다.
유치원 때 내 장난감 자동차를 훔쳐간 이웃집 형제를 죽이고 싶었다.
초등학생 때 질문에 답을 못했다고 아버지를 욕하며 내 뺨을 때린 선생님을 죽이고 싶었다.
중학생 때 밤늦은 시간 퇴근하던 누나의 가방을 빼앗고 어깨를 부러뜨린 강도를 죽이고 싶었다.
고등학생 때 모의고사를 망쳤는데 눈을 감고 답을 써도 더 잘 나오겠다며 놀려대던 친구를 죽이고 싶었다.
대학생 때 자신의 잘못을 나에게 뒤집어 씌우고 억울함에 울게 했던 선배를 죽이고 싶었다.
어른이 되어서는 나에게 모욕적인 말을 한 사람들을 매번 죽이고 싶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정말 많은 순간들이 있었다. 그런데 나는 어떻게 그 감정을 이겨냈을까?
나 자신에게 좀 물어봤다.
"도대체 어떻게 이겨낸 거야?"
"이겨내지 않았어 그냥 그럴 때마다 계속 죽였어"
"뭐라고? 정말? 근데 난 죽인 기억이 없는데?"
"꿈에서... 생각으로.. 상상으로..."
"......"
나는 이런 충동을 느낄 때면 매일 밤 잠자리에 들었을 때 그 사람을 죽이는 생각을 했다. 칼로 찔러 죽일까? 그건 못하겠다. 그냥 교통사고로 죽이자. 때려서 죽일까? 아니야 그냥 병에 걸려 죽는 걸로 하자. 차라리 내가 조폭 두목이 되어서 복수하자. 그리고 영화의 한 장면을 생각해 낸다. 그렇게 여러 상황 속에서 몇 번을 죽인다. 그리고 나면 속이 좀 후련해진다. 드디어 잠이 든다. 꿈에서 또 죽인다. 그리고 아침이 되고 나는 일어난다.
어른이 되면서 이런 살인 행위는 조금씩 익숙해졌다. 이제는 낮에 살인 충동이 일어나면 스스로 생각한다.
"이따 밤에 죽여야지"
"뭘로 또 죽이려고?"
"글쎄 죽이는 방법은 많으니까"
그리고 더 어른이 되면서 이런 살인 행위는 조금씩 변하기 시작했다.
"아 저거를 어떻게 죽이지?"
"이제 그만 좀 죽여. 지겹지도 않니?"
"하긴 많이 죽여봤는데 이제는 좀 지겨워. 나도 힘들어"
"그럼 그냥 용서해줘. 너도 이제 어른이잖아 그렇게 죽인다고 행복해지디?"
"아니 어릴 때는 좀 그랬는데 지금은 그것도 아냐"
"그것 봐. 죽여놓고 미안하고 죽여놓고 찝찝하고 그러잖아"
"누군가 나도 그렇게 여러 번 죽였겠지?"
"그렇겠지. 너라고 별수 있냐?"
"그래 이제는 안 그러고 싶어"
"그럼 어쩔 건데?"
"그냥 그렇게 살아가는 거지 뭐. 인생에 그런 일이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인정해 버리는 거지 뭐"
"그러네. 그게 좋겠네. 원래 인생이란 게 고난 없이 살 수는 없잖아"
"맞아. 그냥 받아들이며 살래. 용서가 안되면 그냥 그러려니 살아볼래"
그렇게 나는 그러려니 사는 법을 배워가고 있다. 밤중에 힘들었던 나의 마음을 받아들이기로 한 것이다. 내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났는지 모르겠고 받아들이지 못할 때는 고통스러웠다. 그런데 원래 인생이 그런 거라고 받아들이니 한결 편해졌다.
그랬더니 내 안에 사랑하는 아내가 떠올려진다. 너무 예쁜 아이들도, 우리 강아지도...
그냥 그렇게 살아가련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는데 어떤 차가 갑자기 끼어들었다. 사고가 날 뻔했다.
"아 씨....."
"왜 죽이고 싶냐?"
"아 그런 건 아니고... 몰라 그냥 그런 거지"
"그래 그냥 그런 거야 얼른 출근해"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