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프고슬쁘다] "불면증? 나도 잠을 안자보고 싶어"

나의 소중한 감정 이야기 - 8

by Paul Da

불면증 : 밤에 잠을 자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는 증상


나는 잠을 안 자고 싶었다. 그런데 불면증과 친하지 않았다.

자려고 누우면 많은 고민과 생각들로 뒤척이긴 하지만 잠은 잘 잤다.

고3 입시를 앞두고 잠을 줄이고 싶었다. 그런데 너무 잘 잤다.


나에게 불면증은 필요하다 생각될 만큼 가져보지 못한 호기심이었다.


가장 큰 원인은 내 몸이 약해서다.

나는 어릴 때부터 몸도 약했고 체력도 약했다. 친구들이 거지 체력이라고 했다.

대학생이 되어 불면증에 힘들어하는 친구들을 보며 약간은 부러웠다.


"그래도 너는 시험 기간에 새벽까지 공부할 수 있잖아"

"평소에도 그러니까 문제지"

"난 잠을 좀 안자보고 싶어"

"배부른 소리 한다. 꺼져!"


그렇게 내 인생에 불면증은 딴 나라 사람들의 이야기였다.


30대 후반이 되고 일에 중독되어 살게 되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겠지만 나 역시 가족보다 일을 더 생각했다.

덕분에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졌던 빚들을 갚을 수 있었다.

인정도 받았고 급여도 많이 받았고 대학에서 강의도 하게 되었다.

이만하면 이제 좀 안정됐다 싶었는데 일이 터졌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해도 몸은 스트레스를 다 받고 있어요"


의사 선생님이 말씀하셨다.

내 몸이 얼마나 무너지고 있는지 드디어 알게 되었다.

위장과 대장이 한 번에 무너지고, 역류성 식도염에 허리까지 무너졌다.

입원해 있는데 내가 모시던 직장 상사가 면회를 왔다


"네가 이렇게 병원에 있으면 사람들이 나를 뭘로 보겠냐?"

"내가 얼마나 일을 많이 시켰으면 이렇게 사람이 아플까 하고 나를 원망할 거 아니냐?"


그리고 손에 쥐어준 봉투에는 10만원이 들어 있었다. 그분이 가고 나서 한동안 멍했다.

병 주고 약주나. 사람이 아픈데 와서 하는 말꼬라지 하고는...

내가 이런 현실에서 살고 있었구나.


앞만 보고 달리다 문득 아파서 어쩔 수 없이 돌아보게 되었다.

그제야 내가 나를 돌아보지 못해 이렇게 아파서야 돌아보게 되었음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갑자기 찾아온 불면증.

잠이 안 온다.


큰일이다. 잠이 안 온다.

여전히 아침에 일어나야 하는데 잠이 안 온다.

상상만 했던 일들이 벌어졌다. 호기심에 한 번쯤 찾아왔으면 기대했던 일이 벌어졌다.

기분이 안 좋다. 갑자기 우울해진다. 통제가 안된다. 밤이 무섭다.


그렇게 내 인생에 불면증이 찾아왔다.


그때부터 나는 밤이 무서워졌다.

어두운 밤 중에 홀로 눈을 뜨고 있는 내가 싫었다.

외로움이 찾아왔다. 고독했다, 이거구나 싶었다.


어떻게 해야 할까? 걱정하고 고민했다.

밤 중에 눈을 뜨고 나 자신과 계속 대화했다.


"자고 싶은데 방법을 모르겠어"

"그동안 너무 힘들었던 거야"

"그렇다고 쉴 수는 없잖아"

"아니 쉬어야 해"

"그만두라고?"

"그럴 수만 있다면 최선이겠지"

"아니야 난 다시 잘할 수 있어"

"또 그런다. 그냥 쉬어야 해"

"쉬면 불안하단 말이야"


내 속에 진심이 터져 나왔다.

사실 쉬는 날이 되면 불안했다. 뭐라도 해야 했다.

그러고 보니 나는 쉬는 걸 잘 못했다.

알고 보면 참 무능한 사람이다.


미국에 가야 하는 프로젝트가 있었다.

당초 가기 싫었다. 나는 꼭 안 가도 된다고 생각했다.

무엇보다 이 피곤한 몸으로 오랜 비행을 해야 하니 걱정을 했다.

그리고 나와 또 대화를 나누었다.


"다녀와. 지금은 이 곳을 떠나는 게 먼저야"

"불안할 텐데..."

"언제 떠나 봤어? 떠나보고 다시 얘기해"

"왜 그렇게 자꾸 단도해? 내가 불쌍하지 않아?"

"안 불쌍해. 이미 나를 힘들게 했잖아. 너는 내가 불쌍하지 않아?"


나는 그렇게 나를 일로 몰아붙였다.

이제야 내가 지친 내 모습을 보게 된 것이다.


"그래 떠나보자. 2주 동안 다녀오는 일정이니 일단 떠나보자"


미국은 한국과 밤낮이 다르다.

밤이 되니 잠이 왔다. 오호라 이거 뭐지...

한국에서 밤낮이 바뀌었는데 미국이 밤낮을 바꾸어 주었다.


그때 알았다. 내가 지쳤다는 것을 인정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내가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고, 피곤할 때 피곤하다고 말해야 한다는 것을...

아닌 척하고 잘하는 척했던 내가 결코 잘한 게 아니었다.


이제는 조금 더 솔직해지련다.

나는 힘들다. 나는 피곤하다. 나는 아프다

솔직히 말하고 잠시 쉬어가는 시간을 가져야겠다.


다시는 불면증과 만나고 싶지 않다.


"나의 일상은 기쁨 하나에 슬픔 하나 넣은 커피 한잔과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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