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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pr 05. 2023

다시 찾는 업계 선배가 됐다

논술을 보고 몇가지 적었다는 내 말에 긴장한 학생들의 표정이 아직도 눈에 선하다. Paul 제공

지난달 29일 모교를 다시 찾았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언론고시 특강을 맡게 됐기 때문이다. 사실 지난 특강 때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나 싶어 학생들에게 큰 도움이 됐을 거란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올해 2월 섭외를 위해 연락을 주셨던 교수님은 피드백이 좋았다는 말을 건네셨다. 물론 으레 할 수 있는 말이겠으나 이 업에 뛰어들고 싶어하는 후배들을 다시 만날 용기를 얻기엔 충분했다.


이번엔 내가 논술 주제를 정해야 했다. 이 자리에서 사실을 밝히자면 섭외가 들어오고 약 한 달 동안 별다른 주제를 선정하지 못한 바 있다. 현생에 치여 살았다면 변명이 될까 싶지만 우선순위에서 큰 비중을 부여하지는 못했던 것 같다. 주제를 넘겨야 할 3월초가 되어서야 부랴부랴 복기해볼 수 있는 이슈를 들춰봤다 고백한다. 새삼 하나의 문항을 만드는 것이 참 쉽지 않다는 걸 깨닫기도 했다.


특강 일주일 전 대표 학생으로부터 구성원들이 작성한 논술을 전달받았다. 작년에도 그랬지만 내가 과연 이 글들을 볼 자격이 되나 싶었다. 평가는 절대 아니고 현업에서 종사하고 있는 선배의 지나가는 멘트 정도가 될 것인데 부담이 적지는 않았다. A4 용지를 가득채웠던 글들을 읽으며 입직에 대한 후배들의 의지가 느껴지는데 무언가 모를 공감이 스쳤다. 목표한 바를 향해 달려가며 드는 기대와 불안감 섞인 마음을 잘 알고 있으니까.


이후 특강날이 됐고 후배들을 마주하게 됐다. 지난해와 비교했을 때 구성원에 변동이 있었다. 이제 막 언론고시반을 들어온 후배부터 장수생, 인턴을 하고 있거나 현직 편집기자를 하고 있는 졸업생도 강의실에 앉아 있었다. 이날 학교 건물 밖은 친구들과 삼삼오오 모여 밤을 즐기는 무리가 많았다. 날도 좋은데 꿈을 위해 이 자리를 택한 후배들이 멋있어 보였다.


1시간 반 가량 이어진 특강을 마친 뒤 질답 시간에 내 휴대전화 번호를 공유했다. 그리곤 "밥이든 커피든 배가 고프면 언제든 연락하라"고 신신당부했다. 선배가 후배를 만나면 무조건 사는 게 기자 문화인데 업계 잠정 후배들인 당신들에게 나도 똑같이 대하겠다고 덧붙이며 말이다. 취업도 어려운 요즘, 특히나 좁은 문인 이곳에 발을 디뎌보겠단 이들에게 어떻게든 도움을 주고 싶었다. 백마디 '라테'보다 이런 나눔과 응원이 더 요긴하지 않을까 해 던진 묘책이었다.


특강 후 회사일정 때문에 곧바로 서울을 가야 했다. 정신 없이 남은 일정을 마치고 자정을 넘겨서 집 지하주차장에 도착했다. 집으로 올라가기 전 짐을 챙기는데 특강 전 만난 언론고시반 담당 교수님이 챙겨주신 선물이 눈에 들어왔다. 당시 교수님은 "큰 건 아니지만 포장이라도 했다"며 건네셨는데 그 마음을 골똘히 곱씹게 됐다. 원하는 일을 하는 것도 큰 감사인데 누군가 찾아줘 그 경험을 나눌 수 있는 기회를 얻는 건 정말 큰 축복이구나 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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