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새로운 기자들이 팀으로 합류하는 날이다. 내가 입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싱숭생숭해진 마음이 들어 어제 곧바로 잠에 들지 못했다. 햇수로 2년 전 겨울 어느날 이 회사에 첫 출근하던 감정이 복기돼 그런가 싶었다. 어떻게 발버둥을 나름 잘 쳐서 큰 곳으로 이직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과연 맡은 바 소임을 해낼 수 있을까 같은 두려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이에 오늘 새벽에 함께 출근한 동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입사 첫날 기분이 어땠는지, 선배들과 줄줄이 가졌던 식사가 뭐였는지 등 추억팔이에 관한 것이었다. 동기는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내가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공유해줬다. 나의 경우 입사 동기가 총 3명이었는데 돌아보면 이들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큰 조직에서 아직 쫄병에 불과한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새 기자 합류를 보게 돼 나름 선방했다 생각한다. 선배들과 우스갯소리로 어딘가 떠나게 되면 꼭 서류접수 전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두번째 해를 맞았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열린 결말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제껏 버틸 수 있었던 건 소수의 선배들이 있어서였다.
얼마 전 만난 한 선배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고민이야 누구나 듣는 척을 할 수 있지만 해결 방안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건 쉽지 않다. 이 선배는 말뿐인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벽부터 현장에 다녀와 마감하면 "기사를 잘 봤다"는 말로 응원을 주시기도 했다. 무엇이든 이유가 되는 원인은 대단한 명분이나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이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인원이 추가돼 북적해진 팀 가운데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해본다. 있는 듯 없는 것처럼이 직장인의 가장 큰 덕목이라 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다짐한다. 무엇보다 라테를 즐겨 마시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오늘도 데스크에게 수차례 부름을 당한 내가 무슨 자격이 있겠나. 커피나 쉽게 사주는 선배쯤으로 남아보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