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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pr 10. 2023

문득 떠오른 그때 그 순간들

입사하고 1년이 지났을 무렵 받았던 웰컴 키드. 대기업 키트와 사뭇 달라 정말 놀랐다. Paul 제공

오늘 새로운 기자들이 팀으로 합류하는 날이다. 내가 입사를 하는 것도 아닌데 괜스레 싱숭생숭해진 마음이 들어 어제 곧바로 잠에 들지 못했다. 햇수로 2년 전 겨울 어느날 이 회사에 첫 출근하던 감정이 복기돼 그런가 싶었다. 어떻게 발버둥을 나름 잘 쳐서 큰 곳으로 이직했다는 뿌듯함과 동시에 과연 맡은 바 소임을 해낼 수 있을까 같은 두려움이 공존했던 것 같다.


이에 오늘 새벽에 함께 출근한 동기와 여러 이야기를 나눴다. 입사 첫날 기분이 어땠는지, 선배들과 줄줄이 가졌던 식사가 뭐였는지 등 추억팔이에 관한 것이었다. 동기는 "잊고 있었는데 기억이 새록새록 난다"며 내가 느꼈던 복잡미묘한 감정을 공유해줬다. 나의 경우 입사 동기가 총 3명이었는데 돌아보면 이들 덕분에 별 무리 없이 잘 적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버티는 자가 이기는 것이라는 말이 있지 않나. 큰 조직에서 아직 쫄병에 불과한 내가 이런 말을 할 자격이 없지만 새 기자 합류를 보게 돼 나름 선방했다 생각한다. 선배들과 우스갯소리로 어딘가 떠나게 되면 꼭 서류접수 전 알려달라고 했었는데 두번째 해를 맞았으니 말이다. 물론 여전히 열린 결말을 추구하고 있지만 이제껏 버틸 수 있었던 건 소수의 선배들이 있어서였다.


얼마 전 만난 한 선배도 내겐 그런 존재였다. 고민이야 누구나 듣는 척을 할 수 있지만 해결 방안을 위해 함께 머리를 맞대는 건 쉽지 않다. 이 선배는 말뿐인 위로를 건네지 않았다는 뜻이다. 새벽부터 현장에 다녀와 마감하면 "기사를 잘 봤다"는 말로 응원을 주시기도 했다. 무엇이든 이유가 되는 원인은 대단한 명분이나 결심이 필요하지 않다는 걸 이같은 사례를 통해 알 수 있었다.


인원이 추가돼 북적해진 팀 가운데 나는 어떤 모습이어야 할까 고민해본다. 있는 듯 없는 것처럼이 직장인의 가장 큰 덕목이라 했으니 앞으로도 꾸준히 실천을 위한 노력을 아끼지 말아야겠다 다짐한다. 무엇보다 라테를 즐겨 마시지 않도록 경계해야 할 것이다. 개구리 올챙이 적 생각 못한다고 오늘도 데스크에게 수차례 부름을 당한 내가 무슨 자격이 있겠나. 커피나 쉽게 사주는 선배쯤으로 남아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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