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Jun 09. 2023

오늘은 잘 해낼 수 있을까

오늘 현장을 찾았다 취재가 갑자기 취소됐다. 허탈한 마음에 노트북을 닫은 순간이라도 남겨야겠다 싶었다. Paul 제공

이번주 내내 일정이 많았다. 바쁘게 살 수 있다는 건 좋지만 정신이 없으니 하루가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 채 침대에 누울 때가 대부분이었다. 생각해보면 지난주도 이와 비슷했다. 어떤 날은 일정이 쌓여 해당 날짜를 누르지 않으면 체크하지 못할 때도 있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럽게 놓치는 것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가령 나에 대해 온전히 생각할 수 있는 여유 같은 것들 말이다.


왜 이 말을 꺼내냐면 이같이 바쁘게 하루를 보내기 전 매일 아침마다 드는 한가지 생각이 있기 때문이다. 다름 아닌 '내가 잘 해낼 수 있을까'란 것에 관해서다. 웃기게도 이런 두려움이 든지는 꽤 됐다. 특별한 계기가 있었냐고 묻는다면 딱히 기억은 나지 않는다. 그냥 어느 순간부터 들게 된 질문이었다. 이것에 대해 심오한 의미 따위는 없다. 말 그대로 잘 해낸다는 건 무엇이며 어떻게 해야 잘하는 것인지 되뇌이고 있다는 뜻이다.


그래서 취재를 시작하기 전 멍을 때리는 일이 잦아지고 있다. 취재 계획도, 인터뷰를 딸 취재원도 모두 확보를 해둬 시작만 하면 되는데 좀처럼 손과 입이 떨어지지 않는 것이다. 취재원이 원하는 말을 해줄지, 계획한 대로 좋은 야마가 나올지, 부장 데스킹이 수월하게 넘어갈지 등 걱정이 물밀듯이 몰려오기에 그렇다. 일어나지 않는 일을 걱정하는 자가 제일 바보라고 했지만 늘 예상치 못하는 상황을 마주하는 이 직업에 종사하며 얻은 일종의 사서 고생이다.


이런 생각이 들면 어떤 마음이 드는지 아마 잘 알 것이다. 그냥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수 있는 곳으로 말이다. 그래서 올해 벌써 두번이나 해외를 다녀왔다. 대단한 도피처가 되지 않는 걸 알지만 먼 타국이라는 점이 두려움을 조금이나마 해소시킬 수 있을까 해 이행한 선택이었다. 근본적인 원인과 해결책을 마련했다면 브런치가 아닌 책 원고를 쓰고 있을 것이다. 사직서를 멋지게 던지고 나와 떼돈을 벌 수 있는 기회이니까.


어느날 선배를 붙잡고 물은 적이 있다. 선배는 매일 아침 나와 같은 두려움이 들지 않냐고. 말이 끝나기도 무섭게 선배 역시 그렇다고 답했다. 특별히 찾은 대책이 있냐고 물었지만 이내 고개를 젓는 선배의 모습을 볼 수 있었다. 무엇이라도 얻고자 선배에게 질문을 한 건 아니었다. 나랑 똑같구나 애써 위로를 받기 위해서도 아니었다. 솔직하게 후자의 덕을 좀 보기 위함이 맞는 것 같지만.


오늘 하루를 시작하기 위해 아파트 헬스장을 향해 가면서도 동일한 두려움이 스쳐갔다. 오늘은 잘 해낼 수 있을까란 선명한 문장과 함께. 얼만큼 해야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건지 누가 기준점이라도 소개해줬으면 좋겠다 싶었다. 어젯밤 한 기자에게 "멀리서 일하는 모습을 지켜봤었는데 참 열심히 한다고 생각했다"란 말을 전해들었다. 이 말을 들을 정도로는 나쁘지 않게 살아내고 있다 스스로를 다독여도 되는 걸까.

작가의 이전글 기꺼이 내어주며 나선다는 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