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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n 22. 2023

세상에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

인턴기자 시절 퇴근하면 카페를 찾아 끝없는 발제를 위한 발제를 찾곤 했다. 그걸 한평생 하게 될 줄이야. Paul 제공

얼마 전 사내 공지에 시상식을 진행한다는 게시글이 올라왔다. 사회 전반에 걸쳐 선한 영향력을 끼친 이들에게 수여하고 있는 상이다. 수상자 목록을 보는데 뭔가 낯이 익은 이름이 보였다. 내가 인턴기자를 하던 시절 인터뷰를 진행했던 사회적기업 대표였다. 그동안 여러 매체 인터뷰를 통해 소식을 접하곤 했는데 이렇게 회사 행사에 참석한다는 걸 보게 되니 옛 생각이 떠오르기 시작했다.


2017년 가을 무렵 아마 평촌 어딘가였을 것이다. 한번도 가보지 않은 지역의 회사를 찾아가는 건 쉽지 않았다. 그래도 별다른 영향력이 없는 인턴기자 기사에 등장해준다고 하니 한걸음에 달려갔었다. 이후 꼬박 2시간 가량을 인터뷰했고 덕분에 좋은 기사를 작성할 수 있었다. 그동안 사회적기업 인터뷰는 많이 했으니 지나간 취재원 중 한명으로 기억할 수 있다. 하지만 이 시간은 내게 없어서는 안 될 중요한 계기를 안겨줬기에 절대 잊지 않고 있다.


인터뷰를 마치고 얼마간 대화를 나눴다. 대표는 내게 왜 글을 쓰냐고 물었던 것 같다. 그러면서 한가지 이야기를 해줬다. 성인이 된 보호종료아동을 돕고 싶었는데 사회적기업 채용 인원에 법적으로 포함시킬 방법이 그동안 없었단다. 관련 법안은 수년째 계류중이었는데 어느날 신문 인터뷰를 했더니 단 몇시간 만에 법안이 통과됐다고 했다. 대표는 "이게 기자의 역할인 것 같다"고 했다.


꿈의 구체화 과정을 통해 가장 잘 할 수 있는 것을 찾았지만 이걸 어떻게 활용해야 할까 고민하던 시기였다. 직업이 꿈이 될 순 없지만 도구를 적용하는 수단이 될 수 있지 않은가. 대표의 말을 들은 뒤 이런 생각을 하게 됐다. 글을 쓰는 직업 중 세상에 가장 큰 영향력을 끼칠 수 있는 직업은 기자구나. 이때부터 이 직업을 목표로 삼아 나아갈 수 있었고 결국 이듬해 입직을 하게 됐다.


해당 일화는 내가 어떻게 살아왔는지에 대한 과정을 풀어놓을 때 어김없이 등장한다. 삶에 있어 매우 결정적인 순간이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늘 내가 잘해서가 아닌 주변의 도움으로 지금의 모습까지 성장할 수 있었다 회고가 가능하다. 물론 그냥 지나칠 수 있었는데 곰곰히 생각해보고 무언가라도 답을 찾아내려고 노력했던 그 시절의 내게 고맙기도 하고.


시상식을 진행하던 날 일정이 바빠 따로 참석은 하지 못했다. 이에 퇴근길 차 안에서 대표에게 전화를 걸어 수상 축하를 전했다. 덕분에 기자가 될 수 있었다는 말도 덧붙이며 말이다. 매순간 겸손함을 잃지 않는 특유의 목소리를 지닌 대표는 잘 됐다며 되려 많은 축하를 건넸다. 할 일이 산더미처럼 쌓였던 하루였는데 내가 왜 이 일을 하고 있는지 다시금 돌아보게 된 어느 저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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