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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08. 2023

나누는 소회가 부끄럽지 않으려면

강의 사진을 공유 받으며 나눴던 연락에서 진한 감사를 느낄 수 있었다. Paul 제공

지난달 모교 특강을 또 다녀왔다. 이번엔 1학년과 2학년이 대상이었다. 언론제 준비를 하기 전 취재를 어떻게 하는지에 대해 나누는 자리였다. 정신없는 일정 가운데 짬이 나는 대로 준비를 하려고 했는데 쉽지는 않았다. 물론 변명일 수 있겠으나 어떤 이야기를 해야 할까 꽤 많은 고민을 했던 게 준비를 마음 편히 하지 못하는 이유 중 하나였다. 그래도 닥쳐온 강의를 하긴 해야 하니 이것저것 정보를 모아 강의 준비를 마쳤다.


특강을 하러 가기 전 담당 교수님과 점심을 먹었다. 아이들의 기대가 상당하다는 이야기를 전해들으니 괜스레 마음이 떨렸다. 이따금씩 심장이 쿵 내려앉는 느낌도 받았는데 두려움보다 설렜던 기분이 더 컸던 것 같다. 어쨌든 학교를 떠난 화석 같은 선배를 불러준다는 게 퍽 감사한 일 아닌가. 무엇보다 내가 몸담고 있는 분야로 나아가고 싶은 후배들을 위한 자리니 적잖은 책임감을 교수님 말을 들으며 더 챙길 수 있었다.


원래는 1시간 남짓 특강을 하기로 했으나 마친 시간을 보니 2시간이 지나가 있었다. 무슨 말을 했는지 다 기억나지는 않지만 나름 열심히 말들을 내뱉긴 했었나보다. 시간을 마무리짓고 강의실을 나가려는데 한 친구가 주차장까지 배웅해준다길래 가면서 짧게 이야기를 나눴다. 학보사를 하다가 적성에 맞지 않아 수습을 마치고 그만뒀다는 친구였다. 그런데 왜 언론제를 준비하냐고 묻자 "정확히 제 길이 아닌지 한 번 더 확인하고 싶어서"라는 답변을 들을 수 있었다.


다음 일정이 있어 대화를 빠르게 끝내고 차에 올라탔다. 그리고 캠퍼스를 빠져나오는데 후배의 말이 계속 맴돌았다. 과연 나는 내 적성에 맞다고 생각해 이 직업을 하고 있는 건가란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만약 조금이라도 확신이 없다면 강단 앞에 설 자격이 없는데 말이다. 이 직업에 자부심을 갖는'척' 누구나 할 수 있는 멋드러진 말만 후배들에게 쏟아낸 셈이 되어버린 것이니까.


이날도 그랬지만 사실 글을 쓰고 있는 지금도 썩 명쾌한 답을 내놓진 못했다. 내가 원하는 일을 하고 있다는 사람들도 아주 냉정하게 과거를 곱씹어보면 나와 동일한 마음일 것이라 생각한다. 확신에 찬 열의는 온데간데 없고 어떻게 하면 일을 좀 여유롭게 할 수 있을까 잔머리를 굴렸던 날이 불과 일주일 전도 아닌 어제였던 자들이 적잖을 테니 말이다. 이 업에 들어설 결심에 따른 확신이 정말 맞은 것이었나 어렴풋한 순간들을 설명하는 것이다.


이런 잡다한 생각들이 오가는 가운데 특강 담당 교수님으로부터 연락 한통이 왔다. 당시 강의 때 학생들이 촬영했던 사진들을 공유해주시며 "강의가 유익해 더 궁금한 게 없다고 할 정도였다"고 덧붙이셨다. 실제로 촬영된 동영상엔 손짓을 써가며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는 내 모습이 담겼다. 자신과 동일한 길을 가려는 후배들을 위해 짧은 시간 안에 뭐라도 공유됐으면 하는 초조한 얼굴과 함께 말이다. 군중 앞에서 내 직업을 대할 때 취하는 난 미처 보지 못했던 나였다.


언젠가 SNS에 이렇게 적은 바 있다. 하고 싶은 일을 원하는 곳 어디서든지 할 수 있으니 감사하다고. 여기까지 온 건 절대 혼자서 할 수 없었으니 받은 만큼 나를 필요로 하는 곳에 기꺼이 나누겠다는 결심도 덧붙이면서. 내게 강단 앞에 설 기회가 또 다시 주어지기까지 할 수 있는 건 뭘까 고민해본다. 어떤 후배가 기자라고 나를 불러주는 걸 부끄럽게 여기지 않도록 끄적여야 할 순간에 망설임 없이 끄적일 줄 알아야겠지 싶다. 그래야 의미있는 소회를 얹어줄 수 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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