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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Jul 22. 2023

쉼 없이 분주함을 추구했던 주말

주말 오후에 카페에 앉아 책을 읽고 글을 쓰는 여유로움을 누릴 수 있어 감사한 마음이 가득했다. Paul 제공

어제 잠에 들며 세웠던 계획은 오늘 해가 중천에 떴지만 굴하지 않고 늦잠을 자는 것이었다. 그래서 이 목표를 이뤘냐고 묻는다면 그러지 못했으니 이렇게 글을 적는 것 아니겠냐는 답을 줄 것이다. 정확히 새벽 6시쯤부터 한시간씩 눈이 떠졌고 오전 8시쯤 정신이 완전히 맑아졌음을 깨닫게 됐다. 더 이상 침대에 누워있는 건 무의미하다고 생각해 이불을 정리하고 하루를 시작하게 됐다.


이번 일주일은 새벽 당직을 내내 했던 터라 다가오는 주말엔 아무것도 하지 않으리라 굳게 다짐한 바 있다. 그러나 오전 10시쯤 됐을 무렵 이상하게 어색한 기분이 들었다. 바쁘게 무언가를 하지 않는 내 자신이 말이다. 평일이 아닌 주말이니 당연한 것이겠지만 오늘따라 여유로움이 큰 편안함을 주지 못했다. 결국 하루 일과 가운데 끝내야 하는 것인 운동을 잽싸게 다녀오기로 마음먹었다. 그래야 다음 단계를 생각할테니깐.


운동을 가기 위해 집 밖으로 나오니 아주 쨍한 하늘이 나를 반겼다. 비가 온다고 그랬는데 전혀 그럴 것 같지 않는 날씨였다. 구름 한점 없는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자니 저 멀리 10시간 걸려 갈 수 있는 시드니가 생각났다. 그곳도 분명 이것보다 더 환한 하늘의 하루가 이어지고 있을텐데. 지금 시드니에 있었다면 무얼했을까 피트센터로 발걸음을 옮기며 짧은 상상을 해봤다. 딱히 떠오른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마냥 드는 그리운 이 감정을 아는 이 적지 않으리라 확신한다.


이후 운동을 마치고 점심을 먹으러 가족들과 식당을 방문했다. 주말인 덕분에 우리처럼 가족 단위의 방문객들이 식당에 줄지어 앉아있었다. 어떻게 보냈을지 모르는 평일을 뒤로하고 비로소 맞이한 주말에 소중한 사람들과 시간을 나누기 위해 모였다는 한가지 목적은 동일하겠지 싶었다. 얼마간 기다린 뒤 배정 받은 자리에 앉아 음식을 기다리며 그동안 있었던 사회 갖가지 일들을 나누는 우리 가족들의 모습은 가족 구성원 중 기자가 있음이 분명한 모양새였다.


점심을 먹은 여파로 집에 돌아오는 차 안에서 졸았다. 이에 그냥 집에서 낮잠 한숨 퍼질러 때리고 싶었다. 그래도 잠은 밤에 실컷 자면 되지란 생각에 딴 마음을 갖기 않기 위해 서둘러 준비하고 카페로 나왔다. 그리고 짝궁이 추천해준 철학책을 읽기 시작했다. 쉽지도 어렵지도 않은 내용이었는데 꼬박 2시간을 앉아있으니 완독을 할 수 있었다. 오늘 하루 동안 책 한권이라도 다 읽어 시간을 선용했다 할 말이 생긴 순간이었다.


그런 다음 이렇게 글을 쓰고 있다. 별 다르게 할 일이 없는 날에는 어김없이 노트북을 열어 키보드를 두드리곤 한다. 오늘도 뚜렷한 계획이 만들어지지 않으면 커피 한잔을 시켜두고 이럴 참이었다. 평일에 이어 주말에도 운동을 놓치 않았고 예상치 못하게 책 한권도 읽은 다음 글을 쓰니 토요일이 알차게 마무리되고 있는 순간이다. 일정이 비어있는 걸 두려워하는 내게 평온함을 선사해준 하루였다.


그런데 의도한 건 아니지만 오늘 내가 읽은 책 마지막 부분은 이렇다. 바로 "진정한 활동성의 연습을 위해 한번 가만히 앉아 바라보려는 노력을 해야 한다. 말은 정말 쉬워 보이지만 한번 해보면 당신이 얼마나 쉼 없는 행동의 강제와 분주함에서 헤어 나올 수 없는지 깨닫게 될 거다"란 내용이다. 차일피일 미루지 않고 하루의 일정 시간을 할애해 책을 얼마간 들여다봐야 하는 중요성을 새삼 느끼게 되는 주말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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