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Paul Aug 05. 2023

응원했던 남의 꿈이 이뤄졌다

2017년 참여했던 한 기업 베트남 사업에서 그와 함께 둘러봤던 그와 함께 취재했던 현장 모습. Paul 제공

지난 2017년 문화룰 만드는 기업에서 나와 함께 베트남 일정을 함께한 형이 있었다. 까다로운 절차를 거쳐 이 형이 선발된 이유는 사진을 끝내주기 찍는 능력을 가졌기 때문이었다. 사진학과를 전공하는 것도 아니었던 그는 사진에 달란트가 있는 게 분명했다. 약 일주일 간의 베트남 일정을 통해 이를 확실히 느낄 수 있었다. 사업 대상자를 진심어린 마음으로 대하던 그의 태도가 사진 속에 가득 담긴 걸 확인했기 때문이었다.


이후 해당 기업의 다른 행사에서 종종 그를 마주칠 수 있었지만 본래 고향은 제주였기에 도심의 여느 지인들처럼 마음 먹으면 만날 수 있진 않았다. 형의 생사를 확인할 수 있었던 건 사회관계망서비스(SNS)였다. 그가 주했던 인물들을 사진으로 남긴 게시글을 살펴볼 때마다 매번 이런 생각을 했었다. 꼭 다른 직업이 아닌 사진과 관련한 일을 했으면 좋겠다고 말이다.


그리고 몇년이 지났을 무렵 형과 전화통화를 한 적이 있었다. 평일 밤이었는데 캠퍼스를 열심히 뛰다가 불현듯 생각이 나 전화를 걸었던 것 같다. 우린 자연스럽게 직업과 관련한 이야기를 나눴고 난 평소 해주고 싶던 말인 "사진기자를 해보는 게 어떠냐"를 꺼냈다. 때마침 한 통신사에서 채용을 하고 있을 때였는데 형은 고민해보겠다는 답을 남겨줬다. 이후 내게 왔던 회신은 지금 당장 하고 있는 인턴 등이 있어 지원이 어렵다는 내용이었다.


또 시간이 흘러 올해 초쯤이었다. 사는 게 바빠 이 형을 포함한 다른 지인들의 소식을 업데이트하지 못하고 있었을 때였다. 무심코 인스타그램을 들어갔다가 오랜만에 올라온 형의 게시글을 보게 됐다. 한 저널리즘스쿨에 들어가 기자가 될 준비를 하고 있었던 것이었다. 나와의 일화가 계기가 됐던 건지 아니면 다른 결심이 섰던건지는 모르는 노릇이었다. 어쨌든 그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사진이란 도구를 활용할 수 있는 최적의 직업을 희망한다는 점이 당사자도 아닌데 무언가 모를 설렘을 느꼈던 것 같다.


그래서 형에게 곧장 문자를 보냈다. 기자가 되기로 결심했냐는 내 말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답했다. 언젠가 현장에서 만나자는 말도 덧붙였다. 이 분야에 입직하려면 바늘구멍보다 좁은 기회를 얻어내야 하지 않나. 쉽지 않은 과정이겠지만 저널리즘스쿨에서 작성한 기사에 사용된 형의 사진을 보니 왠지 걱정은 들지 않았었다. 그의 사진은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찰나의 순간을 여전히 깊이 있게 다루고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리고 최근 한 신문사에서 뽑은 수습기자 이름이 눈에 들어왔다. 잘못봤나 싶어 눈을 여러번 비빈 다음 다시 들춰봤다. 수습으로 채용된 사진기자 이름에 그가 있었다. 진짜 이뤄낸 것이었다. 마치 내가 입직한 것 같은 기쁜 마음이 들었다. 당장 전화를 걸어 축하를 전했다. 이 상황이 믿기지 않는다던 그는 이전보다 더 힘있게 이 말을 던졌다. 현장에서 다시 만나자고.


누구에게나 가장 잘 할 수 있는 무언가가 존재한다. 이 무언가를 찾기 위해 아주 치열하게 노력하면 분명 보인다. 이를 앞에 두고 평생하고 싶고 가장 하고 싶은 일을 찾아나설지 여부를 결정하는 건 내 자신이다. 성공 가능성이 낮게 보여 두려운 마음이 든다면 나도 그랬고 아마 그도 그랬을 것이라 확신한다. 그런데 이 과정을 겪은 뒤 마침내 목적지에 다다르면 어떤 기분인 줄 아나. 궁금하다면 지금 당장 행동을 시작해보길 권한다.

작가의 이전글 쉼 없이 분주함을 추구했던 주말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