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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Aug 08. 2023

어렵지만 실천으로 옮긴다는 건

요즘 학교 앞을 지날 때면 나는 그시절 어떤 가치를 실천하기 위해 꿈을 꿨나 고민하게 된다. Paul 제공

지난주 외출을 위해 엘리베이터를 탔다. 주차장으로 내려가는 중이었는데 그 안에는 쿠팡 배송 기사와 한 아저씨가 탑승하고 있었다. 이들은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주 작은 공간인 엘리베이터는 무슨 이야기를 나누든 다 들을 수 밖에 없지 않나. 별 생각 없이 잠자코 서있는데 이들의 대화에 집중이 됐다. 무심코 마주했던 뜻밖의 순간이었던 셈이다.


아파트 입주민인 아저씨는 기사에게 자신도 쿠팡 배달 경험이 있다고 알렸다. 이에 기사가 왜 배송을 해봤냐고 묻자 아저씨는 "내가 봉사하고 있는 단체에 기부하기 위해서"란 답변을 내놨다. 그러면서 아저씨는 "지금도 쿠팡이츠 배달을 하루에 2시간씩 꼬박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기사는 "그것도 기부를 위해서냐"고 했고 아저씨는 "그렇다"고 짧게 말했다.


순간 무슨 일을 하는지, 어떤 삶의 가치를 갖고 살아가는지 아저씨에게 묻고 싶었다. 무언가라도 귀한 이야기를 전해들을 것만 같은 직감에 직업병이 튀어나온 것이었다. 실제 취재(?)까지 이어지진 않았지만 이내 주차장에 도착해 차로 들어가 시동을 걸기까지 적잖은 생각을 했었다. 막연하게 '그래야만 해'라고 여겼던 방향성을 현실에서 실천하는 사례를 접했기 때문이었다.


숱하게 말했지만 누군가에게 내 것을 나누는 일은 대단히 어렵다. 말은 쉽지만 행동으로 옮기려면 갖은 이유가 떠오르기에 그렇다. 그래서 아무리 돈이 많은 연예인이라도, 물론 연말정산에 반영되겠지만, 한번에 5000만원씩 기부를 한다는 건 큰 결심이 따라야 한다. 쥔 게 많으면 상대적으로 큰 씀씀이를 생각하겠으나 왜 그런 말 알고 있지 않은가. 부자는 짠돌이일 가능성이 크다는.


그렇다고 내가 살고 있는 아파트가 부자들이 사는 부촌에 위치했단 말은 아니다. 이날 아저씨가 타고 주차장을 빠져나간 차가 대형 세단인 점을 감안하면 그래도 부족하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듯 했다. 그런 그가 굳이 더운날 생활비 보조 목적이 아닌 기부를 위해 배달을 한다는 건 도대체 어떤 결심이 있었을까 궁금한 대목이었다. 무엇이 그를 움직이게 만들었을까.


이날 일화를 겪을 즈음에 대학 후배들로부터 메일이 들어온 바 있다. 지난 특강 이후 수정한 취재 기획안을 다시 봐달라는 것이었다. 후배들은 메일에서 "피드백을 해주시면 도움이 될 것 같아 실례를 무릅썼다"고 적었다. 자초지종을 알아보니 학과 차원에서 또 다른 멘토링을 요청할 계획이었는데 언론제를 준비하는 학생들이 답답한 마음에 먼저 이같이 메일을 보낸 것이었다.


해당 여부를 알지 못해 학생들이 준 메일에 답장을 하지 않고 있었다. 그런데 엘리베이터 일화를 겪으니 꿈을 위해 무엇이라도 해보려는 후배들을 위해 난 뭐하고 있었나 싶은 마음이 들었다. 나누는 삶을 살겠다면서 정작 그런 기회 앞에서 명분을 먼저 챙기려던 내 모습이 찔리는 하루였다. 이로써 다시 한 번 깨닫는다. 말은 누구나 멋드러지게 할 수 있지만 그걸 실천하는 건 어렵다는 사실을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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