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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Paul Nov 09. 2023

꿈을 이루려 나아가는 동생을 보며

올해 생일 때 필요하다던 운동화를 같이 사러갔을 때 미리 정해둔 제품을 고르는 동생을 보며 뿌듯했던 바 있다. Paul 제공

최근 어머니로부터 동생의 고민을 엿들을 수 있었다. 오빠는 나름 좋은 직장도 가지고 결혼할 상대도 만난 것 같은데 자신은 여태 아무것도 이룬 게 없다는 것이었다. 이같은 이야기를 하며 "비참하다"는 이야기도 했단다. 약속을 급히 나가야 했던 당시에 이 말을 듣고 별다른 이야기를 어머니와 더 나누지 않았다. 오늘 문득 이 일화가 떠올랐는데 생각을 깊이 하지 않을 수 없었다.


음대를 졸업한 동생의 꿈은 유력한 음악가가 되는 것이 꿈은 아니었다. 자신이 가진 재능을 꿈 많은 학생들에게 나눠주고 싶어했고 그래서 선택한 직업이 교사였다. 이로 인해 친구들은 직장을 다닐 때 동생은 대학원을 선택해야 했다. 그러다보니 본인은 여전히 학생의 신분으로 살아가고 있는 게 주변인을 둘러봤을 때 꽤나 괴리감이 느껴졌나보다. 평소 이런 대화를 나누지 않았지만 어머니에게 털어놨다면 참 어려운 고민이겠구나 싶었다.


학창시절을 돌아보면 동생은 공부에 썩 많은 재능이 있지는 않았다. 사람은 공평해 학문보다 음악에 소질이 있었단 뜻이다. 타고난 것이 없어도 할 수 있다는 걸 동생을 통해 깨달았다는 점을 말하고 싶은 거다. 동생은 교사의 꿈을 위해 학부시절 올 A를 놓치지 않으려 밤을 새워 가며 공부했다. 끈기의 결실을 맺어 진학한 교육대학원에서도 장학금을 받기 위해 새벽 불을 벗삼아 공부에 매진하고 있다. 학기가 끝날 때마다 장학증서를 부모님에게 내밀고 있으니 대단한 성과를 이뤄내고 있는 것 아닌가.


그런 동생이 의기소침한 이유는 어쨌든 당장 눈에 보이는 결과가 없기 때문일 것이다. 아무리 꿈을 위해 정진하고 있다지만 수년째 학생 신분으로 살아가야 하는 게 쉽진 않으니 말이다. 교사란 목적지에 마침내 다다르면 다행이지만 그렇지 못하면 지난 시간이 아깝게 여겨질 수 있는 것이다. 이같은 불안함에 대해 백번 공감하는 바이다. 나 역시 원하는 길을 정했다는 자신이 있었음에도 실물의 무언가를 이뤄내기 전까지 끊임없이 고민했었기 떄문이었다.


그래서인지 오늘 피아노학원 아르바이트를 위해 집을 나서는 동생의 모습을 보며 유난히 안쓰러운 마음이 들었다. 그리고 불현듯 얼마 전 동생이 했던 말이 생각났다. 대학원 동기가 자신의 옷을 보며 "잘 입는다"고 칭찬해줬다는 것이었다. 통 옷에 관심이 없는 동생이 대학원에 진학하게 되자 제발 사람답게 하고 다니라며 하루가 멀다하고 내가 구매해준 것이었다. 동생은 당시 "오빠가 안 바쁠 땐 잘 사줬는데 이제 그러지 않아서 스타일이 멈춰있다"고 했다. 뚜렷한 대꾸를 하지 않은 내가 부끄러웠다.


최근 들어 임용을 준비해야 하는 동생에게 "눈썹을 밀고 한번에 붙을 각오로 공부해야 한다"는 말을 해왔던 나였다. 나름 동기부여랍시고 쓸데없는 사족을 퍼부었던 셈이다. 이 글을 쓰며 해당 일화를 곱씹은 뒤 곧장 동생에게 내일 쇼핑몰을 가자는 문자를 보냈다. 자기반성적 조처였는데 피붙이로서 내가 할 수 있는 근본적인 응원이자 힘이 될 수 있겠다 싶어서 말이다. 분명한 건 어디서든 입이 마르도록 자랑할 수 있는 동생이란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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